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절,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자동차를 만들어 댔다. 이 시절에는 넉넉한 현금 동원력을 통해 너나할 것 없이 모험적인 개발에 나섰고 신기술 개발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의 버블 경제는 오늘날 초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를 만든 주요 원인이지만 이 시절에 의욕적으로 개발했던 수많은 자동차들은 오늘날 일본 자동차 산업계의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이 당시에 등장한 온갖 기기묘묘한 컨셉트의 자동차들이 등장했다. 60년대 클래식카를 재현한 컨셉트의 닛산 휘가로(Nissan Figaro)부터 시작해서, 차량 상부 대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는 토요타 세라(Toyota Sera), 그리고 혼다 NSX와 같은 슈퍼카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경차대국 일본을 위한 틈새시장용 모델로서 등장한 '경 스포츠카'들이 있다. 경차와 스포츠카가 결합된 컨셉트의 경스포츠카 중 가장 유명한 차들은 마쯔다 오토잼 AZ-1(Autozam AZ-1), 혼다 비트(Beat), 그리고 스즈키의 카푸치노(Capuccino)의 3차종이다. 이 3차종은 이른 바 '헤이세이 ABC'로도 불린다.
1992 마쯔다 오토잼 AZ-1
1992년 10월 마쯔다는 오토잼 AZ-1이라는 경스포츠카를 설계한다. AZ-1의 엔진과 조립은 스즈키가 담당했다. 657cc 3기통 F6A DOHC 터보엔진을 올려 64마력 8.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프론트와 리어의 중량배분을 45:55 비율로 설계했다. 오토잼 AZ-1은 시베리아 블루와 클래식 레드 두가지 색상만 선택 할 수 있었다. 페라리와 같은 엔진이 가운데 얹힌 미드십 방식을 사용했고 걸윙도어를 채택해 슈퍼카느낌을 냈다. 당시 AZ-1의 판매가는 149만엔 원화로 약 1,490만원대의 비싼가격 때문에 인기가 그리 많지 않았다.
1991 혼다 비트
혼다 비트는 1991년 출시된 일본의 ‘경스포츠카’였다. 비트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자동차 디자인회사 피닌파리나에서 맡았다. 안전을 위해 모든 트림에는 에어백이 선택사양으로 제공됐고 기본적으로 에어컨과 파워윈도우, 소프트탑 지붕이 달려 나왔다. 656cc의 3기통 E07A SOHC 엔진을 가운데 장착해 미드십 구동방식을 채용했다. 최고출력 64마력/8,100rpm 6.1kg.m의 최대토크를 뽑아냈다. 최고속도는 135km/h까지 나왔고 공차중량 760kg의 무게와 자연흡기 고회전엔진의 특성을 살린 튜닝 부품을 장착해 자동차 경주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후 혼다 비트는 2015년 S660의 선조격 모델이 된다.
1991 스즈키 카푸치노
1991년 출시된 스즈키의 카푸치노는 2도어 하드탑 지붕을 가진 경스포츠카 였다. 공차중량 725kg의 가벼운 무게와 657cc의 3기통 DOHC 터보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64마력 8.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카푸치노는 인기 만화 이니셜D에서도 등장한적이 있다. 차체의 전후 무게 배분을 50/50으로 맞췄고 일반적인 차와 같이 엔진을 보닛에 배치했다. 카푸치노의 지붕 패널은 트렁크에 수납됐다. 카푸치노는 영국에도 수출되며 1993년 10월 출시됐고 11,995파운드의 가격으로 판매됐다. 또한 영국 운송 자동차 공업연구소 IBCAM에서 2만파운드 미만 최고의 스포츠카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