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남은 이름, 스카이라인 G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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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남은 이름, 스카이라인 GT-R
  • 이창호
  • 승인 2018.10.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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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남은 이름, 스카이라인 GT-R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스페셜티카(Specialty Car)가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이 스페셜티카의 흐름의 중심에는 이른 바 ‘JDM(Japan Domestic Market, 일본 내수차)’으로 요약되는 일본제 스페셜티카들과 스포츠카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은 뛰어난 기본 성능과 포텐셜로 튜닝업계는 물론,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전설에 가까운 족적을 남긴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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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스카이라인 GT-R(KPGC10, 1972)

첫 번째 스카이라인 GT-R은 1968년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은 닛산의 고급 승용차 모델인 ‘스카이라인(Skyline)’의 고성능 트림으로부터 출발했다. 스카이라인은 본래 닛산의 태생이 아닌, 구 프린스자동차공업(Prince Motor Company)에서 생산된 고급 세단형 자동차로, 1966년에 닛산에 합병되면서 스카이라인 또한 닛산의 문중으로 들어 오게 되었다. 

1969년 2월 출시된 첫번째 스카이라인은 스카이라인 2000GT-R, 코드네임(KPGC10) 으로 불렸다. 동형의  직렬 6기통 2리터 DOHC엔진을 장착해 160마력 17.0kg.m의 최대토크를 지녔다. 프린스 스카이라인 2000 GT-B(S54B)모델로 1964년 5월 일본 그랑프리 GT-2 레이스에서 포르쉐 904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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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 스카이라인 2000 GT-R(KPGC110, 1973)

두번째 스카이라인은 1972년 도쿄모터쇼에서 소개된 후 1973년 출시되었다. 엔진은 전세대에 올라간 직렬 6기통 2리터 S20엔진과 5단 수동기어를 맞물렸다. 차체에는 약간의 공기 역학적 디자인이 더해졌다. 또한 레이스 출전을 목표로 성능을 더욱 가다듬었다.

하지만 2세대 GT-R은 엄청난 실패를 맞이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은 4차 중동전쟁 발발 이 후 산유국들의 가격인상과 석유 생산 감소로 이어져 배럴당 2.9달러였던 원유가격은 4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현상은 당시 전세계 자동차시장에 온갖 규제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강화되는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 속에서 2대 스카이라인 GT-R은 200대도 생산하지 못한 채 단종을 맞이했다. 이 이후 닛산 스카이라인 GT-R의 계보는 후술할 3대 스카이라인 GT-R(BNR32)이 등장하기 전까지 근 20년간 그 맥이 끊기게 된다.

GT-R (1989  BNR32)-1.jpg

3세대(BNR32, 1989)

3세대 스카이라인은 1989년 닛산이 GT-R을 부활 시켰다. 이미 그룹 A레이싱에선 스카이라인 R31 GTS-R이 달리고 있었지만 닛산은 GTS-R과 GT-R을 함께 달리게하며 GTS-R을 퇴역시켰다. 당시 닛산 동력 개발 엔지니어링 부서 닛산 코키(Nissan Kohki)는 RB25엔진의 트윈 터보 차저를 더해 313마력으로 성능을 테스트했다.

새로운 그룹 A규정에 따라 터보엔진 용적을 1.7배 늘리고 4000cc클래스에 걸맞는 10인치 와이드 타이어를 써야했다. 닛산은 GT-R의 AWD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고 ATTESA E-TS라는 모터스포츠용 AWD시스템을 개발했다. 결과적으론 아테사 시스템을 통해 GT-R은 불안정하게 미끄러지지않았고 트랙션이 안정됐다.

그러나 100kg나 늘어나버린 중량은 GT-R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결국 닛산은 배기량을 2600cc로 늘리고 경쟁자들과 같은 4500cc 클래스에 투입시켰다. 새로운 엔진블록과 늘어난 배기량에 걸맞는 헤드를 적용해 닛산 REINIK(Racing & Rally Engineering Division Incorporated Nissan Kohki)팀이 트랙 조건에 따라 튜닝한 엔진은 500-650마력을 상회했다.

새로운 3세대 스카이라인 R32 GT-R은 2.6리터 RB26DETT엔진을 얹어 280마력 35. kgf.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당시 호주 자동차 잡지인 Wheels에선 스카이라인을 고질라(Godzilla)로 표현했다. 이 별명은 현재까지도 스카이라인의 성격을 단번에 알려주는 별명이다. 1989년 8월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GT-R V Specifications (1997  BCNR33-2.jpg

4세대(BNR33, 1995)

1995년 R32모델의 후속으로 E-BCN R33을 발매한다. R33의 엔진은 R32와 거의 동일했다. 같은 터보차저와 같은 성능의 수동 기어박스를 사용했지만 강화된 기어 싱크로나이저를 사용했다. R32의 약점이었던 오일 펌프 드라이브 크랭크도 강화해 한계주행에서의 안전성도 대폭 향상됐다.

R33 GT-R은 1995년 1월 기본모델 GT-R과 V-Spec으로 출시 되었다. V-Spec은 무게가 10kg 더 무거웠고 운동성 좋은 서스펜션을 달아 지상고가 더 낮아졌다. V-Spec모델 에선 Active ATTESA E-TS Pro AWD드라이브 시스템, 액티브 LSD(Limited Slip Differential)을 채용해 보다 더 안정된 주행이 가능했다. 4세대 스카이라인 R33은 1998년 11월 생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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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BNR34, 1999)

코드명 GF-BNR34 일명 스카이라인 R34는 1999년 1월 출시 되었다. R34 GT-R의 새로운 기능은 대시보드 중앙에 5.8인치 LCD 디스플레이에서 터보 차저 압력(최대 1.2bar), 오일 및 수온과 같은 엔진 및 차량 통계 수치 7가지를 실시간으로 표시했다. V-Spec 모델은 흡입 및 배기가스 온도까지 표시됐다.

전세대인 R33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R34 GT-R은 ATTESA E-TS Pro 시스템과 Active LSD를 채용했다. 영국으로 수출된 80대의 R34 V-Spec은 3개의 오일쿨러 추가 ECU맵핑 수정, 언더바디 디퓨저 추가 액티브 LSD장착으로 새롭게 조율되었다. 

2002년 2월 닛산은 스카이라인 R34 V-Spec 2 Nür과 M-Spec Nür이라는 최종 생산 모델을 발표한다. 스카이라인 개발당시 달렸던 독일의 서킷 뉘르부르크링의 이름을 따서 Nür이 뒤에 붙었다. Nür모델들은 N1 레이싱 엔진을 기반으로 개선된 RB26DETT엔진을 얹었다. 기존 모델에 달렸던 터보차저보다 부스트와 용량이 약간 증가했다. 기존 터보차저에 적용된 세라믹 블레이드를 철 재질로 교체해 터보랙이 오히려 늘었지만 터보 내구성은 향상됐다. 

Nür모델의 이런 개선된 점들은튜너들이 터보 크랭크샤프트만 교체해도 450마력까지 올라가는 잠재력을 지니게 됐다. 당시 일본 자동차 산업규제로 인해 최고출력은 280마력으로 제한됐지만 Nür 모델들은 330마력으로 튜닝돼최고속도는 300km/h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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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닛산 GT-R (R35, 2007)

GT-R의 양산형 모델은 2007년 도쿄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생산은 2007년 12월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2008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생산을 개시했다. 유럽지역은 2009년 3월 3번째로 출시된 지역이었다. 이렇게 1년씩 출시가 늦어진 이유는 닛산이 GT-R 전용 수리센터를 각 시장마다 만들어 놓기 위해서였다.

GT-R의 장착된 엔진은 3.8리터 DOHC V6 VR38DETT엔진으로 두개의 터보차저를 더해 485마력 60.2kgf.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로 유명한 일본 Aichi Machine Industry가 제작하고 보그워너가 디자인한 듀얼 클러치 6단 반자동 변속기는 ATTESA E-TS시스템과 함께 AWD 시스템을 굴린다. 2018년 판매되는 개선된 GT-R은 570마력 65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350Z, 캐시카이, 쥬크를 디자인한 닛산의 수석 디자이너 시로 나카무라는 GT-R의 외관을 건담 시리즈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단순히 유럽식 스포츠카의 외관을 흉내내는게 아닌 일본의 문화를 실제로 반영해 디자인했다고 한다. 

닛산 아메리카(NDA)의 미국 디자이너들은 GT-R의 후면 디자인을 담당했고 유럽 디자이너들은 지붕을 설계했다. 대시보드에 표시되는 다기능 디스플레이는 유명 레이싱 비디오게임 제작사 폴리포니 디지털(Polyphony Digital)이 전담해 개발됐다. 폰트, 게이지를 유심히 보면 게임 그란투리스모와 유사한 특징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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