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트럭의 도시 예테보리, 전동화 의지가 곳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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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트럭의 도시 예테보리, 전동화 의지가 곳곳에
  • 김상혁
  • 승인 2018.06.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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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볼보 트럭의 고향 스웨덴 예테보리를 찾았다. 스웨덴을 교통 선진국으로 이끌고 차세대 교통 환경을 선도하는 볼보 트럭의 현주소, 미래를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예테보리 공항을 나오자마자 스웨덴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도심 곳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전기 버스가 그 주인공이다. 매연과 소음 발생 없이 고요하게 도심을 누비는 전기버스가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국내의 경우 현재 부산시, 대전 시 등에서 전기 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도입 초기 단계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예테보리에서 마주한 전기 버스는 일렉트릭시티 55노선으로 지난 2015년 공개됐던 모델이다. 이 일렉트릭시티 전기버스는 승하차에 용이하도록 출입구 폭을 줄이고 usb 소켓, 와이파이 설치 등으로 편의성을 높였지만 볼보 트럭과 스웨덴의 전동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조금 더 큰 그림에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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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이란 도심 전체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실제 안나 토슨(Anna Thordén) 볼보트럭 전기 동력 제품 매니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음과 디젤차 운행의 미세한 진동으로 인해 누적되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전기 트럭 및 버스가 대략 69dB 안팎인데 자명종 소리는 약 79dB로 약 10dB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dB 차이는 숫자 대비 약 두 배가량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하니 전기 버스는 상당 수준 소음 스트레스를 줄인 것이다. 또한 디젤 엔진의 저주파 소음과 진동은 차단이 어렵고 실내에서 잔진동이 장시간 맴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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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버스 및 트럭이 현저하게 소음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새로운 부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예테보리에서 신규 증축하는 건물의 구조를 청소 수거차량이 실내로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추운 날씨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청소 수거 업무자의 편의가 좋아지는 것이다. 또한 청소 수거가 이뤄지는 야간이나 새벽 시간에 거주자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야간 및 새벽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쓰레기, 재활용품을 수거한다면 교통 혼잡도 줄여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볼보 트럭은 FE, FL을 통해 야간에 도심지역 운행을 테스트한 바 있었고 교통 혼잡량이 약 1/3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상용차의 전동화가 스웨덴 및 유럽 지역에만 국한된 이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주요 도시 인구 집중 현상이 나타나며 물류 운송량도 늘어나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많은 물류가 오갈 뿐 아니라 차량운행도 잦을 수밖에 없다.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전기 트럭을 심야 운송에 활용하면 교통혼잡은 줄이고 물류 운송 효율성은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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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전동화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 환경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져온다. 디젤 연료를 사용하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발생해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며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른다. 환경 연구 회보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조사에서  디젤 승용, 디젤 밴 및 경상용 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로 인해 해마다 약 1만 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조기 사망자 수가 많은 나라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가 꼽혔는데 국가 인구수 및 디젤 자동차 비율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 바 있다. 국내의 사정을 들여다봐도 일기예보와 함께 매일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할 정도로 대기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충분히 눈여겨볼만한 행보다. 
 
볼보 트럭의 전동화 기술이 빛을 발하는 데는 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력도 한몫했다. 스웨덴 예테보리는 과거 조선 선박을 기반으로 성장하다가 조선업이 하락하며 크게 휘청이며 슬럼가와 같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실습 위주 학업을 중시하는 샬머스 공과대학이 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정부 차원에서도 예테보리 재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그뿐만 아니라 예테보리를 거주 개발 지역으로 선정하며 재도약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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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주 지역은 공해물질 배출 규제를 충족시켜야 하는 유럽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현재 예테보리에는 약 556,640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2035년까지 15만 명가량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공해물질 배출 규제를 충족하고 인구 유입 및 도시의 질적 향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전동화인 셈. 
 
전동화 솔루션을 정착해 나가는데 첫걸음을 디뎠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예테보리의 스마트 시티, 전동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말린 앤더슨(Malin Andersson) 예테보리시 국제협력 개발과부장은 “충전을 하다가 감전이 될 수도 있지 않냐?, 방전으로 인해 도로에 멈춰 서면 교통 체증 및 사고 유발까지 이뤄질 수 있지 않냐?, 너무 조용해서 추돌사고가 발생하면 어찌하느냐? 등 시민들은 물론이고 국회의원들까지 회의적인 분위기였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끊임없이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미래를 그려보자"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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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생산하는데도 배출가스는 나오는데 의미기 있는 것이냐?” 반대 의견이 논해지는 가운데 라스 마텐슨(Lars Mårtensson) 볼보트럭 환경, 이노베이션 부문 본부장 역시 “전기 생산 시에도 배출가스가 나오지만 디젤 엔진을 사용하며 나오는 배출가스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배터리 수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동화를 도입하는 데 있어 사람들의 편견과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볼보 트럭과 지자체, 학교까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유익성을 남기기 바란다는 점에선 두 사람이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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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나아가 세계 전동화 시장의 변화를 이끌 볼보 전기 트럭 FL 일렉트릭에 동승해보니 앞선 일련의 과정이 쉽게 이해가 됐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상용차에 비해 확실히 진동이나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동이 걸려있는 것인지도 귀를 가까이 가져가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힘들다. 가속 페달을 밟고 서서히나아갈 때도 상당히 부드럽다. 차량 외부뿐 아니라 운전자에게도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뜻이다. 또한 트럭이라는 특징 탓인지 회생제동 시스템이 상당히 또렷하게 느껴진다. 

볼보 FL 일렉트릭은 최대 토크 전기 모터 425Nm의 성능을 지녔는데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탓에 넉넉한 힘으로 지면을 밟고 나간다. 전기 트럭에 성능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 보일 수 있겠지만 청소 수거 차량의 경우 골목, 골목을 누비기 때문에 경사진 곳을 오르내린다. 여기에 수거된 쓰레기가 실리면 무게는 점차 늘어나기 때문에 충분한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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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 일렉트릭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운전자에 따라 2개~6개를 장착할 수 있도록 했고 충전 방식은 주전원 그리드(22kW AC) 또는 CCS2(Combined Charging System; 콤보 타입 충전 방식) (150kW DC)로 최대 150kW를 지원한다. 주행 가능 거리는 200~300km 정도로 일반적인 청소 수거차의 이동 경로를 감안하면 부족한 느낌은 아니다. 다만 청소 수거를 위한 리프트 작동이나 조작 시 차체 배터리 용량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점은 차차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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