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의 무덤에 도전장 내민 정통 유러피안 해치백, 르노 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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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의 무덤에 도전장 내민 정통 유러피안 해치백, 르노 클리오
  • 김상혁
  • 승인 2018.05.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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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는 유럽에서 정평이 난 B 세그먼트를 주름잡는 해치백으로 지난 1990년 출시된 후 약 1,400만 대 이상이 판매된 르노의 주력 모델이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10여 년 동안 동급 세그먼트에서 판매 1위를 고수해왔을 정도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르노 클리오가 다이아몬드 형상의 르노 엠블럼을 달고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이번 국내에 선보인 모델은 4세대 모델로 2016년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5도어 해치백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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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해치백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클리오는 많은 관심을 받은 모델이다.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아 판매량으로 상품성을 입증해왔다는 점, 국내 시장에서 절대강자 해치백 ‘골프’를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돼 왔다는 점 등 때문이다. 클리오에 대한 관심 속에서 출시 시점이 계속해서 미뤄진 탓에 신기루 같은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여건 속에서 부담감은 더해졌을 터. 해치백, 그리고 B 세그먼트에 속하는 작은 차체의 부담감을 두른 채 클리오가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

클리오는 곱상한 외모로 해치백 무덤인 국내 시장을 향해 역습을 감행했다. 루프에서부터 리어 스포일러, C-필러 에어 블레이드 및 리어램프까지 공기역학적 설계를 반영하고, 르노의 아이덴티티를 품은 C자형 주간 주행등, 전면부 범퍼 하단에 적용한 액티브 그릴 셔터, 17인치 휠과 리어 스포일러 등 르노의 디자인 철학 ‘Life Flower’을 곳곳에 담아내며 작은 차체 사이즈가 가져오는 귀엽고 앙증맞은 이미지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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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는 LED PURE VISION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르노 엠블럼이 이어져 일체감을 주는 동시에 르노 특유의 야무진 인상을 담았다. 후면부 3D 타입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배치하고 ‘CLIO’를 큼직하게 새기며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한다. 트렁크 손잡이 부분은 크롬으로 길게 늘려 포인트를 줬다. 측면부 역시 크롬 장식과 캐릭터 라인의 볼륨을 강조해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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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으로 보아도, 전체적으로 보아도 심플한 외관 디자인에 비해 실내 디자인은 단출하다. 길게 늘인 대시보드 중앙에 7인치 터치스크린을 배치하고 위로는 비상등 버튼과 도어 잠금장치를 배치했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이 제공되며 ‘온카(oncar)’ 스마트폰 풀 미러링 시스템을 사용하면 차량의 7인치 화면 안에서 스마트폰의 모든 앱을 구동할 수 있다. 또한 탑 뷰(Top view)를 볼 수 있는 주차 보조 기능, ‘이지 파킹(EZ Parking)’ 역시 같은 화면에서 볼 수 있다. 7인치 터치스크린 밑으로는 공조장치를 큼직하게 배치했으며 글로브 박스 위쪽으로는 별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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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4,060mm, 전폭 1,730mm, 전고 1,450mm다. 하지만 2,590mm에 달하는 비교적 긴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도 여유로운 편이다. 트렁크 적재공간도 약 300리터에 이르며 6:4 폴딩 되는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146리터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는 소형 해치백 기준에서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얘기다. 한 번에 많은 짐을 싣고 다니기엔 무리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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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의 내 외관을 둘러보면서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주행성능이었다. 유럽에서 명성이 자자하다는 소문을 수도 없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더구나 해치백의 실용성이라 함은 실내 공간 활용과 연비, 야무진 주행성능을 두루 갖추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 않은가? 시트에 엉덩이를 걸치면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세미 버킷 타입 시트의 뛰어난 착좌감 때문이다. 온몸을 꽉 잡아주는 느낌은 아니나 적당히 신체 밸런스를 지탱해주고 쉽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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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의 제원상 성능은 고작 1.5리터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약 90마력, 최대토크는 22.4kg.m이지만 체감으로 느껴지는 주행감각은 수치를 뛰어넘는다. 재빠르게 이뤄지는 초반 가속은 더 큰 엔진을 얹은 상위 세그먼트에 못지않다. 또한 1,750~2,500rpm 사이에서 발휘되는 최대 토크는 복잡한 도심지나 굽이진 시내 등 저속 구간에서 적절한 순발력을 보인다. 속도를 붙이며 고속 구간에 올라서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게트락 DCT와 매칭도 깔끔하게 이뤄져 주행 만족도가 높다. 다만 풍절음이나 엔진 소음은 둘째치더라도 17인치 타이어 적용으로 노면 소음 유입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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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의 장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은 와인딩 구간이다. 굽이진 도로를 달리던 프랑스 DNA 때문인지 와인딩 구간에서 클리오는 민첩하고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한다. 클리오 서스펜션은 앞뒤로 각각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빔이 적용됐는데 토션빔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좁은 도로에서 과감한 조향에도 노면 접지력이 뛰어나고 롤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스티어링은 QM3에 비해 약간 무거운 감이 있으나 조향에 있어 무리가 따르지 않으며 브레이크 초반 답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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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을 향해 날을 세운 이 파리지엥은 연비마저 뛰어나다. 클리오의 공식 복합 연비는 약 17.7km/l다. 하지만 시승 간 주행 재미에 초점을 두며 차체를 과감하게 휘둘렀음에도 약 17.1 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QM3의 복합 연비가 17.3km/l을 생각하면 가히 ‘연비 깡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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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는 개성적인 외모와 함께 차체 크기를 십분 활용한 패키징과 야무진 주행성능까지 알찬 상품성을 두르고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이름을 벗어나 본가의 르노 로장쥬 엠블럼을 달았으나 여전히 국내에서는 빈약한 브랜드 이미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다양한 옵션의 부재, 실내 패키징과 다이얼식 시트 조절, 디젤 연료뿐인 트림 구성 등 약점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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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사전 계약은 15일까지 약 1000여 명이 예약하며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또한 국내에서 판매되는 클리오는 젠(ZEN)과 인텐스(INTENS) 2가지 트림으로 각각 1,990만 원, 2,320만 원의 저렴한 가격이다. 사전 계약에 이어 순조롭게 판매량만 이어진다면 해치백 신흥 강자의 탄생이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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