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도로를 달리기 위한 모든 자동차는 몇몇 특수한 목적 내지는 종류의 자동차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문을 갖추고 있다. 자동차의 도어는 단순한 문짝이 아니다. 측면 충돌에서 탑승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분담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하며, 수납공간으로서도 기능한다. 아울러 차체의 형상을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자동차 역사가 백년을 훌쩍 넘은 오늘날에는 다양한 형태의 도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고가의 스포츠카 업계에서는 저마다 특색 있는 도어를 활용하여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튜닝 업계에서도 일반 자동차의 도어를 스포츠카의 특별한 도어로 바꾸는 컨버전 작업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저마다 독특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각양각색의 자동차 도어들을 한 데 모았다.
일반 도어(Conventional(Regular) Doors)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형태의 단순한 여닫이형 도어다. 도어의 관절에 해당하는 힌지(경첩)가 앞쪽에 위치하며, 뒤쪽에서부터 열린다. 제작이 쉽고 구조도 간단하여 승용차는 물론, 트럭이나 중소형 버스의 운전석용에 이르기까지, 차종을 불문하고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형태다.
수어사이드 도어(Suicide Doors)
영어로 ‘자살’을 의미하는 흉흉한 단어가 사용된 것과는 달리, 형태 자체는 일반 도어에서 힌지의 위치가 반대로 되어 있는 형태다. 수어사이드 도어는 1960년대만 해도, 4도어 세단형 차량에서는 꽤나 일반적인 형태의 도어였다. 이런 흉흉한 이름이 붙은 데에는 당시의 부족한 기술력에 있었다. 당시 이러한 형태의 도어가 설치된 차량을 (당시 기준으로) 고속으로 주행할 경우 문이 각종 외력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열려버리는 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러한 형태의 도어를 사용하는 제조사는 롤스로이스가 대표적이다. 단, 롤스로이스는 이를 코치 도어(Coach Doors)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슬라이딩 도어(Sliding Doors)
일반 도어가 여닫이 문이라면, 슬라이딩 도어는 미닫이 문이다. 슬라이딩 도어는 다수의 인원이나 짐을 승하차시켜야 하는 차종들에게 있어 ‘필수’다. 도어를 열 때 필요한 공간이 매우 적은 데다, 개폐 면적을 가장 크게 가져갈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도어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고, 슬라이딩을 위한 별도의 기계장치를 요구하기 때문에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따라서 승합차, 미니밴, 버스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스완 윙 도어(Swan-wing Doors)
이름 그대로, 백조의 날개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도어 형태는 애스턴 마틴에서만 사용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일반 도어와 별 차이가 없으나, 도어를 열었을 때 일반 도어에 비해 약 15도 정도 들리는 특징이 있다. 이는 문을 열었을 때 차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애스턴 마틴의 차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트포지션을 갖는 만큼, 승하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걸윙 도어(Gull-wing Doors)
마치 갈매기의 날갯짓과 같은 형상으로 문이 열린다는 데서 비롯된 걸윙 도어는 1954년, 메르세데스-벤츠의 300SL로부터 시작되었다. 걸윙도어는 형태의 특성 상, 루프의 중심선 상에 힌지가 위치한다. 걸윙 도어는 일반 도어에 비해 개폐에 필요한 수평공간이 훨씬 작기 때문에 폭이 좁은 곳에서도 열 수 있다. 단, 주차 공간에는 일정 수준의 높이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도어가 만들어진 까닭은 차체의 강성 강화에 있었다. 고성능의 스포츠카의 골격을 잘 보면 대개 욕조에 가까운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닥과 그를 둘러싼 측면의 구조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측면 골조의 높이가 운전석 위치보다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일반 도어로는 승하차를 위한 충분한 면적을 확보할 수 없어, 승하차가 매우 힘들어진다. 로터스의 차들이 승하차가 심하게 불편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걸윙 도어를 비롯한 독특한 도어 작동 형태들은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함이 아니라, 측면 골조의 높이가 높으면서도 시트 포지션이 낮은 차들에 수월하게 승하차를 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인 것이다.
시저 도어(Scissor Doors)
람보르기니의 도어로 잘 알려져 있는 시저 도어는 시대를 앞서는 파격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 1938~)가 남긴 족적 중 하나다. 일반 도어와 같이, 힌지는 차체 앞쪽에 붙지만 동작의 중심축이 세로축이 아닌, 가로축에 있다. 이 때문에 마치 도어가 가위(Scissor)처럼 움직인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최초의 시저 도어는 1968년의 알파 로메오 카라보(Carabo) 컨셉트였지만 지금은 쿤타치를 기점으로 하는 람보르기니 V12 슈퍼카의 도어로 더 유명하다. 또한, 위의 걸윙 도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걸윙 도어와 시저 도어는 문이 움직이는 중심축이 전혀 다름에 유의할 것.
버터플라이 도어(Butterfly Doors)
나비의 날갯짓을 연상케 하는 작동 방식을 특징으로 하는 버터플라이 도어는 시저 도어나 걸윙 도어와 같이, 고성능 자동차나 경주용 자동차의 도어 개폐방식으로서 고안되었다. 버터플라이 도어는 외관 상으로는 걸윙 도어나 시저 도어를 합친 듯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형태다. 힌지의 중심축이 도어패널 상단에 45도 정도 꺾인 형태로 배치되어 있어, 도어를 완전히 열면 도어 패널이 전방 45도 상단을 향하게 된다. 버터플라이 도어를 최초로 사용한 차는 알파 로메오의 33 스트라달레(Stradale)였으나, 지금은 멕라렌 로드카의 도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페라리에서도 엔초 페라리와 라페라리에 이러한 형태의 도어를 사용하고 있다.
헬릭스 도어(Dihedral-Synchro Helix door Actuation)
이것은 오로지 코닉세그만 사용하는 도어 개폐 형태로, 편의 상 헬릭스 도어로 칭한다. 헬릭스 도어는 시저도어처럼 회전하면서도 동시에 도어가 아예 차 밖으로 나오는 독특한 동작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디헤드럴-싱크로 헬릭스 도어 액츄에이션’이라는, 유럽 귀족 수준의 장대한 이름에 걸맞게, 내부 구조도 굉장히 복잡하다. 걸윙 도어나 시저 도어와 같이, 구조적으로 승하차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고성능 자동차의 승하차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다. 특히 코닉세그이 차들은 항공기 조종석의 그것과 같은 극단적인 캡 포워드 형상의 윈드실드와 그에 이어지는 측면 창, 그리고 그 위를 덮는 형태의 루프 디자인을 갖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