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전하는 렉서스식 환영사, RX450h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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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전하는 렉서스식 환영사, RX450h 시승기
  • 윤현수
  • 승인 2017.06.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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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RX는 미국 시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아온 베스트셀링 프리미엄 SUV이다.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포진해있는 미국 럭셔리 SUV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렉서스 RX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5월 한달 간 8,849대를 판매하여 경쟁 모델 대비 X5보다 두 배 이상을 팔았다. (4098대) 이는 RX가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럭셔리 SUV임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렉서스 RX는 과연 부합하는 SUV였을까? 경이로운 미국 판매 성적표를 머릿속에 띄우며 렉서스 RX를 마주했다. 시승차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더한 RX450h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모델이다.

렉서스 RX는 사실 주요 타겟 시장인 북미에서는 중형 SUV로 취급된다. 북미 대륙에는 RX를 아득히 뛰어넘는 크기의 SUV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사실상 준대형 SUV 정도로 취급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지녔다.

이는 세대가 변경하면서 모든 부위가 커진 탓이다. 전장은 무려 120mm 길어졌고, 전폭과 전고는 각각 10mm, 25mm 늘어나며 길어지고 넓어지고 키도 커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차체가 큰 폭으로 커졌음에도 공차중량은 되려 5kg 가량 줄었다.

차체는 마치 조각칼로 세심하게 베어낸 듯, 날카로우면서 섬세하게 이루어진 굴곡들이 눈에 띈다. 덕분에 전체적인 디자인에 심심함이 없다. 어느 부위를 봐도 캐릭터라인들은 화려하게 차체를 수놓고 있다.

렉서스 디자인의 키워드는 `스핀들 그릴`과 `L 피네스`다. 스핀들 그릴은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점점 굵직해지는 크롬 라인을 따라 위압감 있는 얼굴을 만든다. 여기에 자사의 금형 기술을 자랑이라도 하듯 예리하게 맞닿아있는 패널들은 마치 서슬 퍼런 칼날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더군다나 직선들이 모여 굴곡을 만드는 모양새는 아찔하기 그지 없다. 직선과 각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RX의 모양새는 그야말로 렉서스가 오랫동안 제창해 온 `L 피네스`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철학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압권인 부분은 측면부 디자인으로, C필러와 D필러 사이 패널을 블랙 컬러로 처리하여 마치 지붕이 떠 있는 모양새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루프와 리어 윈드실드 라인이 매끈하게 떨어지며 굴곡 넘치는 관능미를 자랑하는 RX의 디자인을 마무리한다.

실내에는 선대 모델이 갖췄던 독창성과 개성은 희미해졌다. 그러나 보다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연한 개선을 이뤘다. 3세대 모델의 센터페시아는 지나치게 이질적이었다. 분명 색다른 구성이었으나, 비대칭 구성에 곡선을 많이 사용하여 다소 어지러운 면모도 있었다.

4세대 RX는 센터페시아 하단에 위치하던 기어노브가 일반적인 센터플로어로 자리를 옮겼고, 보다 정갈하고 컴팩트하게 구성한 센터페시아 덕에 여유 공간도 많이 생겼다. 12.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모니터는 와이드하게 구성되어 상당히 효율적으로 정보를 표시한다.

센터플로어의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유사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당한 개선을 거쳤다. 리모트 터치 컨트롤의 경우 컨트롤러 파츠 뒷편에 받침을 장착하여 조작 시 손목을 보다 편하게 만든다. 이 받침에는 가죽을 덧대고 개폐가 가능하게 구성되어 카드와 같은 얇고 작은 물품들을 수납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꼼꼼히 갖췄음에도 실용성마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울러 컵홀더 역시 적극적인 홀딩이 가능하도록 장치가 구비되어있음은 물론, 깊이가 조절되는 기능까지 있어 사소한 부분에서도 큰 만족감을 전했다.

선대 모델보다 고급감이 매우 큰 폭으로 향상된 것도 주된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정갈해진 디자인과 함께, 소재 선택에 있어 럭셔리 브랜드다운 면모를 보였다. 시승차는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모델로, 레이저컷 우드 트림이 센터 플로어와 도어 트림에 적용되어 고급감을 더한다.

또한 크래시패드를 비롯한 인테리어 대부분을 가죽으로 감싸고 레드 컬러 스티치로 마감했다. 여기에 무광 알루미늄 트림을 적재적소에 삽입하여 상당히 고급스러운 감각을 자아낸다. 플라스틱도 무광 재질을 사용하고 고운 입자의 펄을 더하여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날렵한 바디 스타일을 갖추게 되었음에도 공간 패키징은 되려 수준이 높아져 내외관 심미성과 함께 실용성도 챙겼다. 가령 헤드룸은 앞, 뒤 좌석 모두 50mm 이상 증가했고, 레그룸 역시 앞, 뒤 좌석 모두 20mm가 증가했다 아울러 시트 위치도 낮아지고 스티어링 각도 역시 2도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고 쾌적한 주행을 가능케 했다.

또한 패밀리 SUV 답게 적재공간도 넉넉히 갖췄다. 선대 모델 대비 20리터 가량 늘어난 트렁크 공간에 좌석들을 모두 접으면 1천 8백리터에 달하는 적재 공간을 만들어낸다.

마크 레빈슨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과 무선 충전 시스템,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앰비언트 라이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알차고 럭셔리한 편의장비들은 제법 갖췄다.

다만 후측방 경고 시스템과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과 같은 최근에는 경차에도 적용되며 사실상 기본으로 여겨지는 주행안전 보조 장치들은 마련되어있으나, 흔히 반자율주행 장치라 불리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최신예 주행안전 장비들의 부재는 아쉽다.

과격하고 세련되기 그지없던 외모에 심취하다보니, 렉서스가 완전히 변모했음을 직감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주행감각은 렉서스 고유의 성격을 오롯이 보존하고 있었다. 조금 돌려 말하면, 최신 크로스오버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 주행 특성을 드러냈다.

물론 대세의 흐름을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스티어링은 록투록 회전수가 2.6회전 정도로 거대한 차체와 모델 포지셔닝을 감안하면 조향성에 꽤나 신경을 쓴 설정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도 반응성도 무난한 편에 크게 둔감하지 않은 조향성을 보여주었다. 속도에 따른 융통성 있는 무게감 역시 신뢰감을 더했다.

다만 하체는 둥실둥실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전했다. 거동이 다소 격해지면 차체는 자세를 다잡기 위해 조금씩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중이 이동하는 찰나에는 불안한 기색을 엿보이긴 하나, 자세를 다잡는 데에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이는 종전에 경험했던 GS에서도 동일한 목표 의식이었다. 편안한 승차감을 기본으로 하되, 거동에 있어서는 불안한 기색을 운전자를 비롯한 승객들에게 전달하지 않기 위함이다. 고속 영역에서도 요철에 대한 반응만 보일 뿐 크게 휘청거리지 않았다.

보닛 아래에는 전작과 동일한 배기량의 V6 3.5리터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며 37kW급 전기모터와 함께 궁합을 맞춘다. 파워트레인 부문에선 단순히 지표로만 보더라도 선대 모델 대비 확연한 개선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가변형 직분사 시스템인 D-4S가 시리즈 최초로 적용되어 출력과 토크가 소폭 상승하였다. 이를 통해 시스템 출력은 선대 모델보다 14마력 상승한 313마력을 발산한다. 따라서 2.2톤에 달하는 차체를 큰 무리 없이 내몰 수 있다. 폭발력 있는 희열은 찾아볼 수 없지만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는 감각으로 편한 운전을 가능케 한다. 차체가 커지고 힘이 세졌음에도 연비는 복합 기준 12.8km/l로, 선대 모델보다 향상된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 스포츠 모드로 주행해도 시종일관 얌전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RX450h의 매력이다. 무단변속기의 경우 다른 차량에 적용되었다면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였을 터이다. 그러나 본성이 순한 RX450h에게는 변속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무단변속기야 말로 그 특성에 잘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나, 반대로 말하면 자극 하나 없이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울러 자동차 내부가 독립된 공간임을 일깨워주듯 외부 소음을 매우 깔끔하게 차단했다. 세미 애널린 가죽으로 감싼 시트 역시 적당한 경도와 더불어 운전자를 포근하게 감싸 승차감 향상에 일조했다.

물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춘 차량 특유의 이질적인 모터 소리가 거슬릴 때가 있으나, 반대로 엔진 소음이나 노면 소음과 같은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희미하게 들린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제동 시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인해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위화감도 다소 거슬렸다.

한편 4.9미터에 달하는 차체와 널찍한 실내공간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정체가 심한 서울 시내에서도 리터당 11km가 넘는 연비를 보였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결코 들러리가 아니었음을 넌지시 이야기하는 듯 했다.

RX450h에는 여타 라인업과는 달리 F-스포트 모델에도 감쇄력을 강화한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만큼 RX는 뼛속까지 가족을 위한 SUV였다. 어떠한 도로든, 어느 정도의 속도로 내달리더라도 불쾌한 기색을 승객에게 전달해주지 않는 것이 RX가 지니는 사명으로 보였다.

반면 가격 정책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RX450h의 엔트리 트림인 슈프림 모델은 3세대 모델보다 170만원 인하되었으나, 이그제큐티브 트림은 230만원 상승했다.

렉서스는 새로운 RX에 L 피네스와 스핀들 그릴을 매우 정성스레 새겨넣고, 역대 RX가 품었던 온순한 성격은 고스란히 간직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4세대 RX는 세대 변경을 통해 신세대 렉서스 디자인을 품었을 뿐, 가족들을 편안하게 목적지로 데려다 주던 그 본성은 잃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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