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펼치지 못한 꿈, 페라리 `디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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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펼치지 못한 꿈, 페라리 `디노` 이야기
  • 윤현수
  • 승인 2017.05.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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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아들이었던 그는 열정 그 자체로 만들어진 `페라리`의 역사를 써내려간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짧디 짧은 경력이었으나, 그의 자동차에 대한 의지와 열정은 여전히 페라리 브랜드에게 있어 상징과도 같은 존재일 터이다.

그의 본래 이름은 알프레도 페라리로, 엔초 페라리의 아버지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알프레도가 `디노`라는 애칭으로 불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이름도 알프레도였기에, `작은 알프레도`를 뜻하는 `알프레디노(Alfredino)`라는 애칭에서 파생되었다.

알파 로메오 소속 레이싱 선수였던 아버지, 엔초는 그가 아들이 생긴다면 레이스를 그만두겠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알프레도가 태어난 1932년, 레이스 선수로서의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가 세운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레이싱 팀 운영에 전념했다. 또한 일찍이 자신의 후계자로 알프레도를 점찍었다.

알프레도는 어릴 적부터 허약한 체질 때문에 잔병 치레가 많았다. 그러나 명석한 두뇌를 지녀 스위스에서 기계 공학을 다루기 이전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을 정도로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지식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는 페라리에 합류했다. 그가 페라리에 몸담았던 짧은 기간 동안, 그는 750 몬자 레이스카와 당시 포뮬러의 미래를 보여준 1.5리터 V6 엔진 개발의 주역이 되어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런데, 페라리에서 활동했던 시기에 그는 건강에 다시금 적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굳어갔고, 그는 때때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며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가 모데나에서 돌아오고 나서 `뒤센 근위축증`을 진단받았다. 해당 질병을 진단 받은 환자 중 서른 살 초반을 넘긴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알면, 그는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것이었다.


건강 상의 문제가 있었음에도 알프레도는 1955년, 엔초에게 `F2`에 참전하기 위한 1.5리터 DOHC V6 엔진 개발을 제안하기도 하며 레이스와 페라리 브랜드에 있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알프레도는 당시 V12 엔진만이 존재했던 페라리 내에서 값이 싸고 작은 페라리를 통해 포르쉐와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시장으로의 도전을 원했다. 물론 V12 엔진만을 스포츠카의 정수로 여겼던 엔초는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알프레도의 이러한 모습에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내보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알프레도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그의 동료 엔지니어였던 비토리오 야노와 함께 V6 엔진의 기술 세부 사항에 대해 토론했다. 그는 자신의 젊음을 바쳐 개발했던 엔진이 완성되는 것 조차 보지 못하고 1956년 6월 30일, 2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꿈이 많았던 청년의 죽음은 그의 어머니마저 변하게 만들었다. 외아들을 잃었던 그녀는 행동이 점점 변덕스럽고 불안정하게 변하여 결혼 생활을 망치게 되었다.

12년 후, 엔초는 그를 기리기 위해 알프레도가 개발을 제안했던 V6 엔진을 경주용 및 도로용 모델에 사용했고, 이 V6 페라리 모델들에 알프레도의 애칭을 달았다.

당시 6기통이 장착된 페라리에는 `페라리` 대신 디노라 명명되었고, 8기통 엔진을 장착한 일부 차량에도 `디노` 엠블럼이 붙었다, 대표적인 디노로 알려진 246GT는 V6 엔진을 캐빈 뒷편에 얹은 미드십 레이아웃을 지녔고, 최고시속 238km의 성능을 자랑했다.

그것 뿐 아니라, 엔초는 마라넬로 공장 동쪽에 있는 서킷을 `Autodromo Dino Ferrari`라고 짓는 등,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 디노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엔초가 디노의 뒤를 따라간 1988년, 페라리 측은 해당 서킷에 엔초의 이름도 덧붙이며 `Autodromo Enzo e Dino Ferrari`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엔초가 알프레도의 애칭을 자동차와 서킷에 붙여가면서까지 애정을 표했다. 엔초는 자신을 쏙 빼닮은 디노의 외모 뿐이 아닌, 죽음 직전까지도 자동차에 열정을 쏟던 젊은 자신의 모습을 디노에게서 바라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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