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포르쉐 월드 로드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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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포르쉐 월드 로드쇼
  • 안민희
  • 승인 201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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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바이러스라고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솔직히 그랬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포르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그 중 하나였다. 사람들이 찬양해 마지않는 911을 봐도, 그 특유의 소리를 들어도 마구 심장이 뛰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왜 포르쉐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이리 대답했다. “너무 완벽한 친구는 싫지 않나요?” 그러던 내가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 참석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포르쉐를 만끽할 기회라며 부러워하는 주위의 시선을 뒤로하고 태백 서킷으로 향했다. 태백 서킷에 도착하자 포르쉐 월드 로드쇼를 준비해왔던 스탭들이 줄을 이뤄서 박수로 일행을 맞이했다. 한순간 유격훈련 하러 들어가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포르쉐의 부름을 받은 40명의 기자들이라고 표현하면 될까.

5명의 인스트럭터가 나와 자기소개를 한다. 세계 각지에서 이번 월드 로드쇼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들이 소리 높여 외치는 목적은 단 하나. 포르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포르쉐 바이러스를 전해줄 인스트럭터는 조나단. 우리를 만나기 위해 캐나다에서 한국까지 왔다며 너스레를 떤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운전 실력 모두 갖춘 젊은이다.

첫 번째 섹션은 오프로드였다. 카이엔의 오프로드 성능을 경험해 볼 차례다. 코스에 들어서기 전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PTM(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의 이용법과 오프로드 코스에 대한 소개가 끝났다. 차를 고를 차례다. 종류별로 색을 입힌 여러 대의 카이엔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전의 르망 경주처럼 뛰어가서 어느 차나 고르면 된다고 하지만, 신중하게 제일 좋은 녀석을 골랐다. 카이엔 터보다. V8 4.8L 터보 엔진으로 500마력을 내뿜는 야수다.

오프로드 코스가 보인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를 담당하는 직원의 말에 따르면, 포르쉐 사에서 준비한 매뉴얼대로 똑같이 흙을 깎고 쌓아 코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카이엔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치밀한 준비였을 것이다.

에어서스펜션으로 차체를 최대한 높이고, PTM을 작동시켜 험로를 통과할 준비를 마쳤다. PTM은 오프로드 상황에서 카이엔의 접지력을 최대화하는 장비다. 접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린 모든 전자 장비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먼저 조나단이 시범에 나섰다. 지그재그로 깊게 파여 있는 구덩이를 통과하자 카이엔이 마구 요동친다. 두 바퀴만 지면에 닿고 나머지 바퀴는 떠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됐다. 갑자기 조나단이 문을 열고 나왔다. 급한 상황인가 싶었더니만 갑자기 자랑을 시작한다. “카이엔의 차체는 워낙 강성이 높아 이런 상황에서도 가볍게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다른 차들은 이럴 때 차체가 비틀어져 문을 열고 닫기가 매우 힘이 들지요.” 문을 몇 번 여닫더니 이제는 토크 벡터링 플러스 시스템을 구경할 차례라며 바퀴를 유심히 봐달라고 한다.

헛돌던 바퀴들이 돌고 멈춤을 반복하는 사이, 카이엔은 뒤뚱거리며 걸어 나간다. 전자 가변 리어 디퍼렌셜 기능 덕이다. 각 바퀴마다 최적의 주행토크를 걸어주기 위해 각 바퀴를 잠그고 풀며 구동력을 자유자재로 배분한다.

처음부터 강력한 접지력 확보 기술을 보여준 덕일까. 일행 모두 자신 있게 산 넘고 물 건너는 상황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오프로드 코스를 수월히 빠져나왔다. 물론 바퀴가 헛돌며 미끄러지는 상황도 있었지만, 카이엔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식간에 냉정을 찾고 빠져나왔다.




다들 처음 하는 오프로드 주행인 만큼 즐거움을 만끽한 일행에게 조나단이 다가와 운전을 잘한다며 칭찬을 던졌다. 웃고 있는 일행에게 더하는 한 마디. “오프로드 타이어도 아니고 일반 타이어라고요.”

두 번째 섹션은 포르쉐의 스포츠카로 서킷에서 마음껏 핸들링을 즐기는 순간이다. 코드네임 991의 신형 911과 코드네임 997의 911, 박스터가 줄을 지어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스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제동 시작 지점과 코너의 정점에는 러버콘을 놓아두어 쉽게 서킷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강사가 페이스카를 몰고 앞장서며 코너를 타는 방법을 뒤에서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속도 조절을 통해 안전한 속도로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열을 맞춰 주행을 따라가면 쉽고 안전하게 서킷에서 포르쉐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 경쟁과 추월은 금지다.




이번만큼은 뛰어가서 차를 택해야했다. 선택한 차는 신형 911 카레라 S.

911은 포르쉐의 영혼이라 불리는 존재다. 1963년 이후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늘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이번 모델은 더욱 특별하다. 911 역사상 처음으로 배기량을 줄였다. 그러면서도 출력은 성큼 뛰었다.

이제는 3.4L 카레라가 350마력, 3.8L 카레라 S가 400마력이다. 이전 모델 997에 비해 900rpm 높은 7400rpm에서 최대 출력을 내고, 최대 토크 지점도 1100rpm이나 끌어올린 5600rpm이다. 엔진 성격에 있어서는 대폭적인 변화다. 레드라인은 7800rpm.

차체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전 모델보다 길이를 64mm 늘렸다. 그리고 앞뒤 바퀴를 최대한 밀어 100mm나 휠베이스를 늘렸다. 엔진 또한 앞으로 100mm 당겨왔다. 뒤쪽에 밀려있던 엔진을 앞으로 끌어와 무게 중심을 좀 더 균형 있게 잡아보려는 노력이다.




페이스 카가 먼저 달려 나간다. 차 3대 정도의 간격을 만들고 끝까지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400마력을 온전히 도로에 쏟아 부으며 달려 나간다. 분명 빠르게 속도를 올리지만, 속도감을 느끼기 어렵다. 차체의 안정감 때문이다. 1530kg의 공차 중량보다 더한 중량감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내 몸을 속이는 게 분명하다. 거친 가속감을 느끼진 않았지만, 내 시야는 어느새 닥치는 코너에 집중되어있다. 브레이크를 지그시 밟아본다. 브레이크의 반응은 직설적이다. 밟는 만큼 비례해 제동력을 정확히 올린다. 초반에 힘을 몰지도 않는다.

코너를 향해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코너를 향해 앞머리를 돌리는 과정이 색다르다. 빠르게 머리를 돌리지만 더 특이한 것은 주행 전반을 지배하는 이 묵직한 중량감이다. 분명히 원하는 대로 차는 회전하고 있다. 그런데 롤링이 적다. 한참은 더 여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코너의 정점을 향하고 가속 페달을 밟는다. 전자장비의 도움이 크다. 출력을 쏟아내며 코너를 빠져나가지만 거동에는 일체의 군더더기도, 불안함도 없다. 실내로 들어오는 바리톤의 엔진음, 배기음을 들으며 달릴 뿐이다.




911의 한계는 높다. 몰아붙이지 않는 한 보기 힘들다. 게다가 섣불리 몰아붙이려 하면 전자장비로 실수를 감싼다. 전자장비를 완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

다음 섹션은 슬라럼이다. 서킷에서 타지 못한 박스터를 끝까지 몰아칠 때가 됐다. 준비된 차는 박스터 S. 엔진을 차체 가운데에 실어 무게 중심을 맞춘 로드스터로 핸들링이 뛰어나다.

각 조마다 가장 빨리 슬라럼 코스를 통과한 사람에게 상품을 준비했다며, 이젠 경쟁을 시작해보라는 조나단의 말에 부드럽던 분위기는 일순간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전략을 세웠다. 첫 번째 랩에서는 코스를 익히고, 두 번째 랩에서 최선을 다하고, 세 번째 랩에서 절제를 넘어서 마구 달려보겠노라고.

코스를 익히며 박스터 S의 운동성능도 알아볼 겸 가속페달을 꽉 밟은 상태로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마구 틀어본다. 지체 없이 바로 머리를 돌리며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향하는 박스터. 빠르게 러버콘 사이를 휘젓는다. 좀 더 빠르게 진행해본다. 어느새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은 빠르게 움직이다 못해 춤을 추고 있고, 옆자리의 조나단은 “부드럽게”를 연신 외친다. 하지만 안전한 장소에서 박스터를 아슬아슬하게 몰아칠 기회는 다시없다는 판단 아래 마구 박스터를 몰아쳐본다.




상황이 주는 긴장감 때문에 집중도가 올라갔을까. 박스터가 상당히 빨리 손에 익는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켜고 다시 슬라럼을 시작한다. 엔진 반응이 상당히 날카로워졌다. 가속 페달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거칠게 구는 녀석에게 집중해간다. 스티어링 휠을 꺾는 각도 또한 줄어간다.

원하는 궤적을 정확히 맞추며 가속 페달을 연이어 밟는다. 등 뒤에서 앵앵거리는 엔진음과 닥쳐오는 코너가 즐거움을 돋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서고 회전하는 운동 성능이 쾌감으로 맞물린다. 급하게 차를 이리저리 흔들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즐겁게 박스터를 휘몰아치고 다시 서킷으로 향했다. 파나메라와 카이엔을 타고 서킷을 다시 달릴 시간. 파나메라, 파나메라 4,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와 카이엔 터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파나메라에 911을 녹여낸 디자인은 두툼하게 부풀린 엉덩이에서 완연히 드러난다. 엔진을 앞에 실었으니 911처럼 엉덩이를 부풀릴 필요는 없지만 디자인 코드를 그대로 가져왔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4도어 세단이라고 해도 포르쉐는 스포츠 성능을 빼놓지 않는다. 다른 세단들에 비해 훨씬 과격한 뒷자리 생김새가 그렇다. 버킷시트를 그대로 뒷자리에 옮겨 담았다.

아쉽게도 S나 터보 등급의 파나메라는 타보지 못했다. 하지만 파나메라의 기본기를 살펴보기에는 충분했다. 파나메라의 너비는 1931mm로 상당히 넓다. 게다가 2920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를 더하면 상당한 주행 안정성으로 돌아온다. 




코너를 진입하며 다짜고짜 스티어링 휠을 마구 꺾어대도 원하는 만큼 파나메라는 차체를 돌려준다. 하지만 앞바퀴에서 저항감이 들며 뭔가 석연찮은 느낌이 감돈다. 정확히 주행 궤적을 그리며 달리면 즐거움과 속도로 보답하지만, 2톤에 가까운 무게의 차체에 기본형의 300마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모자라거나 넘치지는 않지만 자극을 주지는 못한다.

카이엔은 스포츠카의 성능을 SUV에 담으면 어찌 되는지 보여주는 상징이나 다름없다. 오프로드 등판 실력은 전혀 뒤처지지 않지만, 온로드의 실력은 SUV 모두를 압도해버린다. 특히 오늘 준비된 차는 500마력을 내는 터보 모델. 조나단이 “존경심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 모델”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강력한 출력에도 주행의 질감은 여유롭다. 출력을 전달하는 방법이 흉폭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태백 서킷의 마지막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놀라웠다. 분명히 SUV의 높은 무게 중심이 주는 불안감은 있지만, 탄탄하게 코너를 눌러가며 정확한 주행 궤적을 그려나간다. 여유는 한참 남은 듯하다. 하지만 내 몸이 바깥으로 조금씩 밀려나간다.




정중하게 물어 조나단의 카이엔 디젤에 올랐다. 어떻게 하면 운전을 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부드럽게 운전하는 것이라며 보여주겠다고 한다. 조수석 시트를 살짝 뒤로 물러 주행을 지켜봤다. 손가락 하나로 운전해도 될 만큼 부드럽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엑셀을 밟는다. 완벽한 주행궤적을 그리며 코너를 깊게 파고 들어가지만 횡력의 변화가 부드러워 몸이 크게 쏠리지 않는다.

드디어 마지막 섹션, 브레이킹이다.
코드네임 997의 911 터보 카브리올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르쉐에서 가장 독한 녀석을 데려다 놨다. 순간적으로 가속하던 도중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방향을 바꿔야하는 엘크 테스트를 위해서다.

먼저 시범이 펼쳐졌다. 정지 상태에서 급하게 가속한다. 엄청난 굉음을 쏟아낸다. 말 그대로 땅을 박치는 가속으로 일행을 압도한다. 순식간에 뛰쳐나가더니 브레이크를 억세게 밟은 채로 방향을 바꿔낸다. 가상의 장애물을 만났을 때의 긴급 회피다.

좁은 버킷시트에 앉아 자세를 바로 잡고 론치 컨트롤을 준비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변속기를 D에 놓는다. 왼발로는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고, 오른발로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rpm은 높게 떠 굉음을 내고, 준비되었음을 알린다.

왼쪽 페달을 떼고 나니, 몰아치듯 가속해나간다. 1단에서의 가속은 참을 만 했지만 2단에서의 가속은 더욱 강했다. 강한 출력이 몰아치며 엄청난 가속감이 느껴진다. 시속 0->100km의 도약을 3.4초 만에 끝내는 녀석이다. 500마력의 출력을 포효하며 달리듯이 내뿜는다.




“브레이크! 왼쪽!” 말이 들리자마자 브레이크를 세게 짓누르며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생각한 궤적을 따라 가뿐히 멈춰 선다.

마지막으로 인스트럭터들이 모는 포르쉐 모델에 올라타 태백 서킷을 내달리는 트랙 주행이 진행됐다. 인스트럭터들은 “복수의 시간”이라며 힘주어 말했지만, 최고 수준의 주행을 지켜보며 달리는 그 맛은 달콤하지 아니한가.

처음에 몰았던 991 카레라 S에 다시 올라탔다. 그 진가를 확인할 차례다. 빠른 가속과 더불어 매끄럽게 코너를 돌파한다. 어떤 군더더기도 없는 세련된 운전이다. 이제는 차체를 미끄러트리며 달리기 시작한다. 미끄러지며 달리면서도 레이싱 라인에 맞춘 궤적을 그리며 부드럽게 코너를 빠져나간다. 즐겁다고 말하자 더욱 빠르게 미끄러지며 코너를 돌파해준다. 991은 전자 장비를 모두 끄고 한계를 넘어서도 탁월한 안정감을 선보이는 모델이었다. 물론 그들의 훌륭한 운전이 바탕이겠지만.




1바퀴만 주어진 복수의 시간이 아쉬웠다. 그래도 그 운전을 직접 보며 어떤 방식으로 911을 다루는지 볼 수 있던 점은 분명 좋은 교육의 기회였다.

이어지는 시상으로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조별 1위는 아쉽게도 0.2초 차이로 놓쳤다. 하지만 두 번째 계측까지 제일 빨랐던 점과, 열의를 다해 성실히 배운 점을 인정받아 베스트 드라이빙 스타일 상을 받았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피곤함에도 미소 짓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포르쉐 바이러스에 걸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한 증상이 수반된다. 끊임없이 미소를 짓고 웃게 된다. 하지만 강한 후유증이 남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내 박스터 S를 떠올리며 갖고 싶어졌다. 그리워하나보다. 옛 사랑처럼.


글 안민희 I 사진 포르쉐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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