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럭셔리 SUV의 맛은? - 마세라티 그레칼레 모데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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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럭셔리 SUV의 맛은? - 마세라티 그레칼레 모데나 시승기
  • 모토야
  • 승인 2024.03.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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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세라티의 막내동생 역할을 했던 기블리에게 동생이 생겼다. 바로 2022년 첫 선을 보인 마세라티의 중형 SUV 모델 그레칼레(Grecale)다.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포르쉐 마칸 등, 최고급 중형 SUV 모델들과 경쟁하기 위해 개발된 차종으로, 기블리와 함께, 마세라티 브랜드 확장의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다.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클래식한 구성의 그레칼레 GT와 강화된 성능 및 세련된 외관을 갖추는 그레칼레 모데나, 그리고 자체개발 V6 터보 엔진을 탑재한 초고성능 모델인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세 가지가 존재한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그레칼레 모데나 모델이다. 차량 가격은 1억 3,700만원.

그레칼레의 외관 디자인은 한 눈에 보기에도 마세라티 가의 일원임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급임에도 불구하고, 마세라티가 고집스럽게 추구하고 있는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길다란 보닛에 후륜구동 기반의 구동방식 적용으로 휠베이스가 상당히 길며, 그 덕분에 시각적으로 차의 크기가 실제 보다 훨씬 커 보이는 느낌을 준다. 일부 사진에서는 통통해 보이는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는 윗 형님인 르반떼 못지 않게 훨씬 늘씬한 인상을 준다.

특히 시승차인 그레칼레 모데나는 그레칼레 라인업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모델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GT나, 최고성능을 자랑하는 트로페오와는 또 다른, 도회적이면서도 스포티한 스타일을 표방한다. 전체가 바디컬러로 마감된 외장재와 더불어, 블랙 하이글로스 페인팅이 적용된 윈도우 몰딩과 C필러 엠블럼 등이 적용돼 세련된 멋을 자아낸다.

전면부는 MC20에서 어느 정도 모티브를 차용한 듯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삼각형에 가까운 형상의 헤드램프와 안쪽으로 더욱 과감하게 파고 들어가는 마세라티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좌우의 큼지막한 공기흡입구 디자인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한다.

측면에서는 앞서 언급한 늘씬한 비례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알파로메오 스텔비오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중형급의 체급을 지니지만, 마세라티 특유의 기나긴 보닛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어, 그리 짧아 보이지 않는다. 매끄럽게 흐르는 곡선과 절제된 캐릭터 라인으로 깔끔하게 빚어낸 차체 형상 덕분에 단정하고 매무새가 좋다는 느낌을 준다.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뒷모습도 MC20의 것에서 착안한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가로방향으로 뻗은 테일램프는 테일게이트 중앙의 가니시와 연결해 일체형에 가까운 느낌을 연출하고 있으며, 하단의 디퓨저와 쿼드 머플러로 스포츠카 못지 않은 스타일을  멋들어지게 완성하고 있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모데나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만큼 기존의 마세라티 모델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특히 기존의 마세라티 모델들이 다소 고전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그레칼레는 확실히 새로운 모델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마감품질도 종래의 마세라티 모델들에 비해 훨씬 개선되어 더욱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실내 전반을 감싸고 있는 가죽의 품질도 우수하고 우트패널 또한 실제 목재와 비슷한 질감을 구현해냈으며, 정교하게 가공된 금속 장식 역시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휠은 다른 마세라티 모델들에 비해 직경이 작고 조작하기도 편하다. 그립감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스포츠카의 것과 같은 것을 적용해 한층 세련되고 스포티한 느낌이다.

그리고 여전히 스티어링 컬럼의 조작계 배치는 마세라티스러운 구조다. 전적으로 시프트 패들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구조로, 방향지시등 점등이나 와이퍼 작동을 위해 양측의 레버를 조작하여면 다른 차들에 비해 손을 좀 더 뻗어야 한다. 물론, 기존의 마세라티 모델들에 비하면 거리가 정말 많이 좁혀지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집스럽게 이러한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역시 이탈리아의 자동차답다.

중앙의 시계는 더 이상 아날로그 시계가 아닌 도해상도 디스플레이의 스마트워치로 탈바꿈했다.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푸른색 다이얼과 백색 인덱스로 구성된 시계 테마를 기본으로, 스포츠 워치 스타일의 테마와 디지털 시계, 나침반 및 방위계, 가감속 인디케이터, G-미터 등, 3종의 시계 화면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레칼레 모데나는 편의장비 면에서 현존하는 마세라티 모델들 가운데 가장 현대화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센터페시아를 통째로 점령하고 있는 12.3" UH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사용이 편리한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IA(Maserati Intelligent Assistant)가 적용되어 있다. 안트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기반으로 개발된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개선된 사용 편의성은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무선연결까지 지원하는 등, 편리한 사용환경을 제공한다. 터치 스크린의 경우, 태블릿 PC에 근접한 반응 속도를 가져, 사용하기 편리하다. 오디오 시스템은 최고급 하이퍼카 파가니 와이라(Pagani Huayra)에 사용된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사의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그레칼레 모데나의 앞좌석은 상위 차종이 부럽지 않은 튼실하고 부드러운 착좌감이 일품이다. 두툼한 시트 여기에 다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시트 포지션도 적정한 수준이어서 우수한 시야와 일체감을 형성한다.

뒷좌석은 SUV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세단의 공간에 더 가까운 수준이다. 쿠페와 같이 매끈하게 넘어가는 루프 라인으로 인해 헤드룸이 모자라 보일 수 있지만, 내부 구조를 잘 짜서 헤드룸은 부족하지 않다. 하단의 레버를 이용하면 뒷좌석을 원터치로 접을 수 있다. 단,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은 SUV로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레칼레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535리터로, 덩치에 비해 아주 넉넉하지는 않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적용으로 인해 뒷좌석과 트렁크룸 사이에 추가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한 배터리가 내장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뒷좌석은 4:2:4 비율로 접히는 덕분에 스키 등 긴 장비를 쉽게 적재 가능하다. 또한 트렁크룸 위치에서 뒷좌석을 간단하게 접을 수 있는 전자식 래치도 제공해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이번에 시승한 마세라티 그레칼레 모데나에는 2.0리터의 배기량을 갖는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이 엔진은 FCA 시절 개발된 글로벌 미디움 엔진(GME)으로, 그레칼레 뿐만 아니라 상위 차종인 르반떼와 대형 세단 기블리의 하이브리드 모델에 사용되는 엔진이기도 하며, 알파 로메오 줄리아와 스텔비오 등과도 공유한다.

그레칼레 모데나에 적용되는 엔진의 사양은 330마력/5,750rpm의 최고출력과 45.9kg.m/2,2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48V 전장계를 기반으로 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전기모터가 동력을 더해주는 e-부스트 기능을 사용 가능하다. 변속기는 ZF의 자동 8단 Gen 2.5 8HP50 변속기가 적용되며, 구동방식은 마세라티의 기계식 차동제한장치(M-LSD)가 적용된 상시 사륜구동 방식을 사용한다.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버튼으로 시동을 걸면 계기반의 스타팅 세레모니와 함께 차량이 주행 가능한 상태로 전환된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때서야 배기량에 비해 제법 묵직한 시동음과 함께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다.

정차 시의 정숙성은 마세라티의 차종들 가운데에서는 대단히 우수하며, 주행 중에도 회전 수를 억지로 잡아 올리지 않는 이상, 뜻밖에 조용한 느낌으로 일관한다. 기본 주행 모드는 'GT'인데, 이를 컴포트로 전환하면 꽤나 확연하게 정숙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의 그레칼레는 마치 마세라티의 차가 아닌, 일상 지향의 크로스오버 SUV들과 거의 다르지 않은 수준의 정숙성을 제공한다. 방음 대책도 하부를 제외하면 의외로 잘 돼 있는 편이어서 더욱 만족스럽다.

그리고 그레칼레의 주행감을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승차감이다. 대중 브랜드의 일상용 SUV와는 달리, 묵직하면서도 나름대로 정교한 맛이 있다. 이는 독일이나 일본, 미국계 브랜드의 차종이 전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이 느낌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단단함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절묘한 지점을 잘 잡아낸 느낌이다. 묵직함 속에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낸 승차감 덕택에 그레칼레는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을 느낄 일이 적었다.

동력성능도 부족하지 않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엔진답게 발차가속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며 이후부터는 배기량에 비해 강력한 성능의 엔진이 제 역할을 다한다. 체급에 비해 묵직한 몸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충실한 동력으로 힘차게 차를 밀어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 뿐만 아니라 4기통 엔진임에도 마세라티만의 열정이 그득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훨씬 상위인 6기통 혹은 8기통 모델들에 결코 비할 바는 못 된다. 하지만 통상적인 4기통 터보 엔진의 음색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기에, 역시 마세라티 가문의 일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핸들링에 있어서도, 마세라티 가문의 일원임을 자처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능력을 선보인다. 단단한 섀시와 독특한 사륜구동 시스템, 그리고 묵직하면서도 직관적인 감각을 전달하는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만족스러운 조종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그레칼레에는 완전히 새로운 차체 자세 제어 모듈(VDCM) 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360° 제어를 제공한다. 신규 차체 자세 제어 모듈은 슈퍼카 MC20의 VDCM보다 고도화된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으로, 노면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제어력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덕분에 그레칼레는 상위 차종인 르반떼보다 훨씬 부드럽고 정확하게 코너를 파고드는 느낌이 인상적이며, 차체의 균형감도 수준급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눈이 많이 내렸던 관계로 노면 상태가 좋지 못했고, 오프로드 구간도 일부 주행했었는데, 그레칼레는 다양한 노면 환경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오늘날의 고급 SUV들에 요구되는 다양한 능동안전장비가 적용되어 있다. 전방 충돌 감지 기능은 물론, 선행 차량과 차속을 맞춰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 방지 보조 기능,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어, 한층 안전한 운행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360도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후방 교행차량 감지 기능 등도 모두 적용되어 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새로운 시대의 마세라티 SUV로서 손색없는 스타일과 매력을 보여주었다. 화끈한 스타일링과 강렬한 배기음, 스포티한 주행의 경험을 중시하는 마세라티만의 색채는 다소 희석되었지만 오늘날 자동차에데 요구되고 있는 효율성과 안전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 그레칼레는 마세라티의 그 어떤 모델들보다도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모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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