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자사의 대표 고급세단 크라운의 대대적인 변화를 알린 지 약 1년여 만에 세단형 양산차를 선보였다. 새로운 크라운 세단은 11월 내수 판매를 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될 예정인 모델이다.
토요타는 신세대 크라운의 1번 타자인 크로스오버형이 등장했을 당시부터 "원점회귀"라는 점을 내세운 바 있다. 그 결과, 그들은 "크라운이란, 애초에 정해진 형태나 구동방식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크라운의 본질적 가치를 '혁신'과 '도전'"이라고 말한다.
토요타 크라운은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대대로 토요타의 대형~준대형 고급 세단으로, 마치 우리나라의 현대 그랜저와 같이, 중산층의 상징과도 같은 차였다. 그렇지만 크라운은 16세대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정해진 것이 없었다"는 말 그대로, 엠블럼을 제외한 디자인부터 구동계에 이르는 요소들 하나하나가 큰 변화를 많이 거쳤다. 일례로 기존 15세대 크라운은 렉서스 LS, LC 등과 공유하는 후륜구동인 GA-L 아키텍처 기반이었지만, 현재의 16세대는 전륜구동인 2세대 GA-K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크라운은 1번 타자로 등장한 크로스오버 모델을 시작으로, 세단, SUV(스포츠), 에스테이트라는,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세단형 크라운은 그야말로 정통파 세단을 표방한다. 토요타는 "쾌적한 승차감과 준수한 달리기, 그리고 뒷좌석의 손님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쇼퍼(Chauffeur)로서의 소양 등, 정통 세단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함으로써 개인과 비즈니스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뉴 포멀(New Formal)'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에 도전한다"며, "세단의 재발견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자동차"로 소개한다.
새로운 크라운 세단의 외관은 전통적인 3-박스형 세단의 형태에서 벗어나 사실 상 패스트백에 더 가까운 형상을 띄고 있다. C필러를 극단적으로 뒤로 보내 미려한 곡선을 그리는 크라운 세단의 모습은 먼저 등장한 크로스오버형의 차체와 거의 같은 형상을 띈다. 이렇게 극단적인 형상에도 불구하고 테일게이트가 아닌, 세단의 트렁크 리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크로스오버 모델과 동일하다. "판에 박힌 세단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토요타의 디자인 팀의 말이 이러한 스타일링을 한 마디로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극단적인 스타일링은 어쩌면 세단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일본의 자동차 시장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리고 이러한 와중에도 토요타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물론, 정통파 세단으로서의 중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 엿보인다. 토요타의 새로운 디자인 요소로 떠오른 해머헤드 스타일의 전면부는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세단의 황금기였던 70~80년대 고급 세단에서 자주 보였던 역슬렌트(뱃머리처럼 전면이 뒤쪽을 향해 기울어 있는 형상)형 전면을 이루며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준다.
또한 전면부는 시선의 중심을 아래쪽으로 유도하는 '언더 프라이어리티(Under Priority)'에 입각한 것도 특징이다. 통상적인 좌우 헤드램프 사이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비중이 크게 축소되고, 하단 공기흡입구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여 시선을 아래쪽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전면 하단의 대형 공기 흡입구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처럼 촘촘하게 배열된 세로줄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며, 로우 & 와이드(Low & Wide)에 충실한 스타일링으로 안정감을 준다. 뒷모습에서도 클리어 타입의 가느다란 일체형의 테일램프를 비롯해 극단적인 수평기조의 스타일로 당당함과 세련미를 챙겼다.
인테리어는 중후하고 격식있는 세단의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더욱 고급스럽게 치장했다. 인테리어의 디자인 전반은 크로스오버 모델의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계기판과 하나로 연결된 중앙의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수평기조에 충실한 대시보드, 후륜구동 자동차처럼 불쑥 솟아오른 플로어 콘솔, 그리고 일목요연하게 정돈된 센터 페시아 등으로 구성되어, 현대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차내의 내장재 및 디테일 만큼은 정통 세단의 것을 따르고 있다. 차분한 블랙 톤의 실내에 어두운 색상의 목재 장식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인테리어 색상은 블랙 외에도 브라운 컬러가 마련된다.
크라운 세단은 3미터에 달하는 휠베이스를 십분 활용해, 쇼퍼(Chauffuer)로서의 자질도 충분하다. 특히 레그룸을 넓히는 데 주력하여 의전용으로도 사용 가능한 수준의 실내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뒷좌석 릴렉세이션 기능과 전동식 선셰이드 등을 비롯해 다양한 뒷좌석 편의사양이 적용된다. 이 뿐만 아니라 렉서스 차종에 적용된 바 있는 AVS 시스템과 더불어, 더욱 정교한 서스펜션 세팅으로, 뒷좌석으로 들어오는 노면의 충격을 최소화한다. 크라운은 동사의 알파드와 함께, 의전용으로도 상당수 사용되는 만큼, 이쪽의 수요에도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크라운은 정통파 세단으로서의 스타일과 편의기능 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 면에서도 차별화된 구성을 제공한다. 크라운 세단에 먼저 적용된 파워트레인은 완전히 새로 개발한 2.5리터 엔진 기반의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그리고 수소연료전지(FCEV) 구동계의 2종이다.
먼저 새로 개발한 2.5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렉서스의 럭셔리 쿠페 LC500h를 시작으로 럭셔리 세단 LS500h에도 적용된 바 있는 3.5리터 엔진 기반의 멀티스테이지 THS-II의 2.5리터 엔진 기반으로 개발한 것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토요타의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에 1번 전기 모터가 변속기의 역할을 대신하늧ㄴ eCVT 개념이 아닌, 별도의 유성기어를 적용한 전용 변속기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통상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더욱 근접한 주행의 경험과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전용의 변속기구로 다단변속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구현, 어떤 속도 대역에서도 최적의 동력성능을 제공하며, 효율성 또한 더욱 높인다.
수소연료전지 구동계는 GA-L 아키텍처 기반으로 개발되었던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미라이(Mirai)의 것과 거의 동일한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하지만 미라이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고, 크라운에 적용하기 위해 여러 개수를 거쳤다고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효율성도 크게 향상되어, 미라이와 동일한 3개의 실린더형 고압 수소 탱크를 충전하는 데에는 약 3분에 불과한 충전 시간을 가지며,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약 820km에 달한다. 이 외에도 FCEV 버전은 외부 급전기를 이용해 차량의 FC 시스템으로 생성된 전력을 가정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다. 아울러 2개 차종 모두 차내에 마련된 2개소의 액세서리 콘센트(AC100V/1500W)를 이용해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차량의 전기를 직접 사용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워진 토요타의 대표 세단, 크라운의 일본 내 판매 가격은 최고 사양인 Z 트림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버전이 730만엔(한화 약 6,390만원), FCEV 버전이 830만엔(한화 약 7,26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