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와 맞짱 뜬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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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와 맞짱 뜬 자동차들
  • 모토야
  • 승인 2022.08.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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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전투기들은 저마다의 출신국가가 가진 과학기술의 총 집약체다. 특히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군사강국의 주력급 전투기들은 '속도'라는 측면에 있어서 지상을 달리는 자동차와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렇게 전투기와 자동차의 기술격차가 벌어진 것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투기의 심장이 왕복엔진에서 제트엔진으로 바뀌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제트엔진을 탑재한 전투기들은 왕복엔진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었던 데다, 냉전 시대의 치열했던 군비경쟁 아래, 상대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해 기술력의 발전 역시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 주요 군사강국의 주력급 전투기들은 기본적으로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며, 적어도 마하 1.8(약 2,222.6km/h) 내외, 혹은 그 이상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대한민국 공군에서 운용하는 전투기 중 가장 빠른 기종은 F-15K로, 마하 2.3~2.5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자랑한다. 또한 한국항공우주(KAI)에서 최근 시험 비행 중에 있는 국산 전투기 KF-21의 경우에는 카탈로그 스펙 기준으로 마하 1.81(약 2234.9 km/h)의 최고속도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격차에도 불구하고, 제트 전투기에 '속도'로 도전하는 자동차들은 존재해 왔다. 지상 최고의 속도를 달성하는 것을 제 1순위의 가치로 두는 슈퍼카/하이퍼카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슈퍼카/하이퍼카 제조사들 중 일부는 자사 차량의 성능을 홍보하기 위해 전투기와의 1:1 레이스를 종종 벌여 왔다.

물론, 아무리 지상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카라고 할지라도, 음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제트 전투기들은 '넘사벽'의 상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슈퍼카와 전투기 간의 속도 대결은 대개 전투기 쪽에 어마어마한 패널티를 걸고서 진행하게 된다. 주로 단거리를 달리거나, 반환점을 설정 후 돌아 오는 등, 전투기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을 거는 식이다. 물론 이렇게 명백하게 자동차쪽에 유리한 조건으로 대결을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전투기가 승리하긴 하지만 적어도 "전투기와 맞짱을 뜨는" 이벤트 하나만으로도 홍보 효과는 확실히 크다. 이번 기사에서는 주요한 전투기와 자동차의 속도대결을 알아 본다.

부가티 시론 스포트 VS 라팔 M
하이퍼카 끝판왕으로 일컬어지는 부가티 시론은 2021년 전투기와의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바로 출신지 상으로 같은 프랑스의 최신예 4.5세대 전투기인 라팔(Rafale)과의 대결이다. 라팔에게 도전장을 내민 부가티 시론 스포트는 시론과 동일한 1,500마력의 최고출력과 163.2kg/m의 최대토크를 뿜어내는 8.0리터 W16 쿼드터보 엔진을 사용하지만 경량화 소재 적용으로 18kg의 중량절감을 비롯해 서스펜션 설정과 토크 편향장치 등을 조정해 조종성능을 개선한 모델이다.

동향의 하이퍼카에게 도전을 받은 라팔은 라팔 M(Rafale M)이다. 라팔 M은 미라주(Mirage) 시리즈로 유명한 다쏘 항공(Dassault Aviation)에서 개발한 중형 다목적 전투기 라팔의 해군용 버전으로, 항공모함 이착함에 필요한 장치들과 기골 강화 등이 적용되어 있는 기종이다. 현재 프랑스의 샤를 드 골급 항공모함에서 다목적 함상 전투기로 운용중에 있다. 엔진은 최대 11,250lbf, 애프터버너 사용 시 16,850lbf의 추력을 발휘하는 사프란 그룹(SAFRAN Group)의 M88 엔진을 쌍발(2기)로 탑재해 사용한다. 최고속도는 마하 1.8이며, 마하 1.4(약 1728.7km/h)의 초음속 순항(수퍼 크루즈)도 가능하다. 

활주로에서 드래그레이스로 펼쳐진 본 대결에서는 막강한 가속력을 앞세운 부가티 시론이 승리할 것으로 보여졌다. 부가티 시론이 350m 부근에서 이미 210km/h까지 가속해내고 있었음에도, 라팔이 시론의 뒤편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팔이 260km/h의 지상 속도로 이륙을 하고 난 다음에는 가볍게 부가티를 앞서며 결국 이 대결 또한 전투기의 승리로 끝났다. 

맥라렌 스피드테일 VS F-35B 라이트닝 II
이 기막힌 대결은 2020년 영국 BBC 탑기어에서 진행했다. 전투기에 도전장을 내민 차는 맥라렌이 한정판으로 생산한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스피드테일(Speedtail)이다. 맥라렌 스피드테일은 최고출력 746마력의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과 290마력의 전기모터로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1,036마력에, 최대토크 117.26kg.m/5,500~6,500rpm를 발휘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0-100km/h 가속은 3초에 끝내고 최고속도는 403km/h에 달하는 괴물이며, 속도제한장치를 해제하면 430km/h 이상으로 내달릴 수 있다.

이 차를 상대하게 될 전투기는 영국 왕립해군(Royal Navy)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예 스텔스 함재기 F-35B다. F-35B는 F-35의 세 가지 바리에이션(A-美공군용, B-英해군/美해병대용, C-美해군용) 중에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다목적 전투기다. 현재 왕립해군의 신형의 정규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급에서 운용되고 있다. F-35B는 최대추력 27,000lbf(약 120kN)의 프랫&휘트니(Pratt & Whitney, P&W) F-135-PW-600 터보팬 엔진을 사용하며, 최고속도는 내부 무장을 장착한 상태를 기준으로 마하 1.6(약 1975.68km/h)다.

대결은 프로그램의 촬영이 진행되는 주 무대인 비행장에서 이루어졌으며,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활주로와 유도로를 반시계 방향으로 1바퀴 돌고 마지막 스트레이트를 1번 더 주행하는 코스로 짜여졌다. 대결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발 빠른 초반 가속을 앞세운 스피드테일이 앞서나가는 듯 했으나, F-35B가 이륙을 한 이후에는 압도적인 속도의 차이로 인해 끝내 F-35B의 승리로 끝났다. 심지어 F-35B는 마지막 좌선회가 지나치게 타이트한 관계로 아예 반대 방향으로 P턴을 해서 진행했음에도 스피드테일을 압도했다.

람보르기니 레벤톤 VS 파나비아 토네이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7년에 벌어진 이 대결은 당시 전 세계의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스텔스 전투기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람보르기니 레벤톤이 진짜 전투기와 맞붙음으로써 굉장한 화제성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 대결은 역대 "슈퍼카 VS 전투기" 대결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람보르기니 레벤톤은 당시 플래그십 슈퍼카였던 무르치엘라고를 기반으로 디자인 변경과 성능 향상이 적용된 한정판 모델이다. 극단적인 직선기조의 강조와 삼각쐐기형 램프류 등, 오늘날 람보르기니 디자인의 주요 요소들이 처음으로 구현된 모델이기도 하다. 최고출력 650마력의 성능을 내는 6.5리터 V12 엔진을 사용하며, 최고속도는 340km/h에 이른다.

이 차를 상대하게 된 전투기는 이탈리아 공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파나비아 토네이도(Panavia Tornado)다. 토네이도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3개국의 주도로 개발된 전폭기(Fighter-Bomber)로, 방공요격 특화형의 ADV와 지상타격 특화형의 IDS, 그리고 전자전(電子戰)기인 ECR의 세 가지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며, 그 중에서도 뛰어난 저공침투 능력과 정밀유도폭탄 운용 능력을 갖춘 IDS가 특히 유명하다. 이 당시 레벤톤과 붙게 된 토네이도 또한 IDS 기종에 해당한다. 엔진은 영국, 독일, 이탈리아 3개국의 합작회사 터보-유니온의 RB199 엔진을 쌍발로 탑재한다. 엔진 1기 당 최대 추력은 8,992 lbf, 애프터버너 사용 시 15,736 lbf이며, 최고속도는 마하 2.2(약 2716.5km/h)에 달한다. 심지어 이 기종은 페라리의 트랙 주행 전용 모델인 FXX와도 속도대결을 벌인 바 있었다.

레벤톤과 토네이도의 대결은 3km 길이의 활주로에서 드래그레이스를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대결에서는 위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스타트 직후에는 레벤톤이 뛰어난 순발력을 발휘해 토네이도를 앞서나갔다. 하지만 토네이도 IDS는 저고도에서 지상 속도 기준으로 무려 1,480km/h로 내달릴 수 있는 전폭기다. 토네이도는 이륙을 하고 랜딩기어를 수납한 시점부터 이미 340km/h로 내달리고 있었던 레벤톤을 가볍게 추월하면서 승부는 레벤톤의 아쉬운 패배로 끝이 났다.

레드불 F1 VS F/A-18 호넷
2014년 인피니티 레드불 F1팀이 호주 공군의 협조를 받아 진행한 이 대결은 같은 해 치루어지는 포뮬러 1 경기가 호주에서 개막되는 것을 기념하여 성사되었다. 특히 이전까지 전투기에 도전장을 내민 차들이 모두 일반도로주행용 자동차라면, 이번 대결은 자동차 기술력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포뮬러 1 경주차와 전투기의 대결구도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투기에 도전장을 내민 레드불의 F1 경주차는 최고속도 380km/h를 자랑한다.

이 대결의 상대는 호주 공군 소속의 F/A-18 호넷(Hornet). F/A-18 호넷은 舊 맥도널 더글라스(McDonnell-Douglas, 現 보잉에 합병됨)가 개발한 중형 다목적 전투기다. 이 기종은 현재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이자, 영화 '탑건:매버릭'의 주역인 F/A-18E/F 슈퍼호넷(Super Hornet)의 선조에 해당한다. 하지만 체급부터 모든 면에 슈퍼 호넷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통칭 '레거시 호넷(Legacy Hornet)'이라고 부른다. 호주 공군의 F/A-18은 레거시 호넷에 해당하는 기종이며, 최고속도는 마하 1.6(약 1,960 km/h)이다.

전투기에 도전장을 내민 레드불 F1 경주차는 자동차 기술의 '끝판왕'격인 존재이므로, 전투기와 호각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기대되었다. 또한 F/A-18은 현역의 초음속 전투기들 가운데 최고속도가 다소 낮은 편에 속하고, 가속력도 떨어지는 편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승부는 역시나 초음속 전투기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대결에서 F1 경주차는 스타트 직후 엄청난 순발력으로 앞서나갔으나, F/A-18이 하늘로 날아오르자마자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 초음속 전투기의 강력함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었다. 이 대결에서 F1 경주차의 운전대를 잡았던 드라이버 다니엘 리카르도는 "호넷의 완승"이라며, "호넷이 이륙하면서 차가 비행기 때문에 뒤집어지지 않기만을 기도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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