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 간 국내의 RV 시장은 유럽식 LCV(Light Commercial Vehicle) 르노 마스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캠핑카들이 잇달아 출시된 바 있다. 르노 마스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캠핑카들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중 밴 L(라지, L2/H2) 모델을 바탕으로 한 클래스B, 내지는 캠퍼밴형 모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근래에는 차체를 개조한 클래스C 형태의 모델들도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르노 마스터 캠핑카의 주류는 클래스B 형태다.
클래스B 형태의 캠핑카들은 차체를 그대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차체를 개조하는 클래스C 유형의 캠핑카들에 비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편의시설 또한 클래스C 형태에 비해 더 간략화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클래스B 형태의 캠핑카들은 클래스C 형태에 비해 주행의 편의성과 '기동성' 면에서 우위를 갖는다. 즉, 기동성을 위해 거주성을 다소 양보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형태의 캠핑카들은 특히 유럽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리고 지금도 차박캠핑카와 더불어 이러한 캠퍼밴 스타일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독일 '푀슬(Pössl Freizeit und Sport GmbH)'의 서미트 540 프라임(Summit 540 Prime) 모델도 그 중 하나다. 푀슬은 독일의 캠퍼밴 전문 제조사로, 지난 2019 카라반살롱에서 신형의 차박형 캠퍼밴 시리즈인 캠프스터(Campster)와 밴스터(Vanster)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푀슬 서미트 프라임 540 모델은 '피아트 두카토(FIAT Ducato)'의 미들 루프/미들 휠베이스 버전으로 제작된다. 이 사이즈는 현재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르노 마스터 기반 캠핑카들과 동등한 규격(L2/H2)이라고 보면 된다. 피아트 두카토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실내 폭과 더불어 다양한 규격의 차체와 섀시를 제공하여 유럽에서 캠핑카의 베이스 차량으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LCV다. 이 차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프랑스 PSA그룹의 합자회사인 세벨(Sevel)에서 개발한 상용차로, 피아트 두카토, 푸조 박서(Peugeot Boxer), 시트로엥 점퍼(Citroen Jumper) 등의 이름으로 판매된다.
푀슬의 서미트 540 프라임은 길이 5,413mm, 폭 2,050mm, 높이 2,580mm의 크기를 갖는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르노 마스터 밴 L 모델(2020년형 기준)의 경우, 길이 5,575mm, 폭 2,075mm, 높이 2,500mm로, 길이는 162mm 짧고, 폭은 25mm 작으며, 높이는 80mm 높다. 휠베이스는 3,450mm로, 르노 마스터의 3,685mm보다 235mm 짧다.
서미트 540 프라임은 푀슬의 캠퍼밴 모델 라인업에서 상급 라인업에 속하는 모델로, 피아트 두카토의 고급 모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외관에서는 전용 알로이 휠과 함께 세련된 디자인의 데칼이 눈에 띈다. 푀슬 서미트 540 프라임은 베이스 차량을 피아트 두카토나 시트로엥 점퍼의 2개 차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두 차종은 파워트레인이 서로 다르다. 피아트 두카토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120~178마력 사양의 피아트 2.3리터 멀티젯(Multi Jet) 엔진이, 시트로엥 점퍼를 선택하게 되면 120~165마력 사양의 PSA의 2.2리터 BlueHDi 엔진이 탑재된다. 차량 외장 색상은 총 10종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서미트 540 프라임의 내부 평면 설계는 전형적인 유럽식 캠퍼밴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다르고 있다. 회전식 1열 좌석과 벤치형 2열 좌석을 이용한 거실공간과 측면에 설치되는 주방, 2열 좌석 후방에 위치하는 화장실, 그리고 후방의 접이식 침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차는 르노 마스터보다 짧은 차체를 지니고 있음에도, 침대와 거실, 화장실, 주방까지 꽉꽉 들어 차 있다. 승차 정원은 4명, 취침 정원은 2명이다. 인테리어 마감재와 좌석 마감재는 각 3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서미트 540 프라임은 1열 좌석을 180도 회전시키기만 해 주면 4인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거실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방식의 거실은 유럽의 캠핑카 업계에서는 상식에 가깝다. 운전실 공간을 거실의 일부로 활용하여 정박 시 가용 공간을 한층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의 제약이 큰 캠퍼밴에서 가변식 공간 설계는 빠듯한 내부 공간을 100%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한 핵심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외기 유입으로 인한 냉/난방 효과의 저하를 이유로 이러한 방식의 거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 때문에 운전실과 거주구획을 격벽으로 막아 버리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거실 상부에는 1개의 선반형 수납장과 더불어 전용의 헤키창이 설치되며, 운전실 상부에 설치되는 푀슬 스카이루프(SkyRoof)까지 더해져 뛰어난 개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스카이루프는 틸트가 가능하다. 테이블 상판은 서로 다른 길이를 가진 2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테이블의 최대 크기는 2열좌석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크기이며, 필요치 않은 경우에는 작은 크기의 미니 테이블을 사용 가능하다. 또한 선택 사양으로 길이를 확장할 수 있는 테이블을 제공한다. 윈드스크린을 비롯한 운전실의 모든 창은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어, 취침시 햇빛을 차단할 수 있다.
푀슬 서미트 540 프라임의 주방은 단출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주방은 슬라이딩 도어 개구부의 절반까지 돌출되어 있다. 주방은 싱크대 일체형 2구 가스레인지와 수전, 70리터 용량의 도메틱 냉장고, 하단 2단 서랍 구조의 수납공간으로 구성된다. 또한 주방은 확장형 상판을 적용해 작업 공간을 늘릴 수 있도록 했으며, 슬라이딩 도어에 설치된 창을 주방 전용 창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화장실은 고정식 변기와 고정식 세면대, 구즈넥 타입 수전, 거울, 샤워기, 헤키창 등, 필요한 것들을 빠짐 없이 갖추고 있다. 상당히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성인이 사용하기에 적당한 크기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세면대와 거울은 접이식 패널에 붙어 있는 구조를 채용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이 패널을 그대로 안쪽으로 접어주기만 하면, 그대로 하나의 샤워부스가 만들어진다. 단, 샤워부스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공간이 상당히 좁아지는 편이다. 화장실의 출입구는 탬버도어로 이루어져 있어, 공간 절약과 수밀성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후방의 침대는 가로로 배치되어 있다. 침대의 총 길이는 1,960mm로, 통상적인 체형의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는 길이를 확보했다. 단, 폭은 다소 좁은 편이다. 작은 차체에 2열 좌석 및 거실 공간, 화장실 및 샤워부스, 그리고 주방을 모두 배치하는 대신, 침대 크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침대는 동선 확보를 위해 한쪽을 깎아낸 형태로 설계되어 있는데, 가장 넓은 통로쪽의 폭은 1,410mm, 화장실쪽의 폭은 1,200mm다.
이 침대는 3개로 나뉘어진 매트리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동시에는 접어서 적재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침대의 하부에는 청수/오수탱크와 가스탱크 수납부 등이 자리하며, 나머지 공간은 수납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여기에 선택사양으로 전용 매트리스를 사용하면, 2열 좌석에 길이 1,960mm, 폭 500mm 크기의 간이침대를 설치할 수 있다.
푀슬 서미트 540 프라임은 트루마 콤비 4(Combi 4)보일러를 난방 및 온수공급용으로 사용한다. 보일러 용량은 10리터다. 청수탱크 용량은 85리터, 오수탱크 용량은 100리터로, 오수탱크의 용량이 더 크다. 가스 탱크는 11리터 내지는 5리터 용량을 사용할 수 있으며, 12V 전원을 사용하는 95Ah 용량의 보조 배터리가 마련되어 있다.
푀슬의 서미트 540 프라임은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차체에 고급스러운 질감의 인테리어,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빈틈없이 채워 넣었다. 전반적으로 2명의 성인이 이용하기에 최적의 구성을 제공하는 캠퍼밴이다. 현지 판매 가격은 베이스 차량을 어떤 모델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피아트 두카토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38,499유로(한화 약 5,185만원)부터 시작하며, 시트로엥 점퍼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37,999유로(한화 약 5,117만원)부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