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엔진이 자동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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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엔진이 자동차 속으로?
  • 모토야
  • 승인 2020.03.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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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항공기는 함께 발전해 왔다. 오늘날 자동차로 명성이 높은 기업들 중에서도 항공기 회사로 시작해서 자동차를 겸업, 혹은 전업(轉業)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영국의 롤스로이스와 독일의 BMW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최근 새롭게 제트기를 제작하는 데 성공한 혼다와 같이, 그 역도 존재한다.

초기의 동력 항공기는 동체와 날개의 양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이 당시의 항공기의 엔진은 자동차보다도 못한 성능의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금속제(全金屬製) 항공기의 등장에 따라 항공기의 엔진은 보다 강력한 힘을 요구하게 되었다. 기체가 튼튼해지고 전장에서 요구되는 상승 고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항공기의 엔진은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또한,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이후, 제트 엔진과 가스 터빈의 실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자동차와 항공기 엔진 간의 성능격차는 까마득히 벌어지게 되었다.

항공기가 강력한 엔진을 갖추게 되면서 이 강력한 엔진을 자동차에 탑재하기 위한 시도 역시,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음속 돌파 등의 속도 기록을 위한 차량들이 이러한 형태를 취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차량들은 속도와 직진 중의 안정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대체로 항공기의 동체와 유사한 형태를 갖는 것을 볼 수 있다. 엔진으로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터보 제트엔진을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형태의 차들 중에서는 1997년, 지상에서 처음으로 음속(340m/s, 1,224km/h)을 돌파한 영국의 스러스트 SSC(Thrust Super Sonic Car)가 유명하다.

이와 다소 유사한 형태로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후미에 제트 엔진을 싣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형태는 주로 설계 상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트럭이나 버스 등의 후미에 제트엔진을 싣고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사용된다. 한 편, GM 등의 제조사에서는 50년대부터 꾸준히 제트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를 연구해 왔지만, 실용성과 안전문제 때문에 대부분 컨셉트카 단계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이 외에도 간혹 헬리콥터 등에 주로 탑재하는 가스터빈 엔진을 싣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로는 60년대에 등장한 크라이슬러의 터빈 파워 컨셉트가 대표적이다. 이 컨셉트카는 가스터빈을 동력원으로 하는 자동차로, 실제로 운행이 가능한 차였다. 이전부터 꾸준히 가스터빈을 탑재하려는 실험을 해 온 크라이슬러는 이 차를 진짜로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규제의 강화와 오일쇼크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가스터빈 엔진을 실은 양산차는 끝내 양산되지 못했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재규어가 2010년 선보인 컨셉트카, 'C-X75'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재규어 C-X75는 차체 후방에 2기의 소형 가스 터빈을 장착하고 있다. 이 가스터빈은 추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총 778마력의 동력 성능을 내는 4개의 전기모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역할이다. 제트 엔진이나 터빈 엔진 외에도, 레시프로 항공기에 사용했던 거대한 배기량의 왕복 엔진을 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일반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차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경주용이나 쇼카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경주용으로 사용한 사례로는 1935년, 이탈리아의 레이서이자 자동차 공학자인 카를로 펠로체 트로시(Carlo Felice Trossi)와 자동차 공학자인 아우구스토 모나코(Augusto Monaco)가 제작한 트로시-모나코(Trossi-Monaco) 경주차가 있다. 이 경주차는 일반적으로 항공기에 주로 사용했던 성형 엔진을 전방에 장착한 점이 특징이다. 트로시-모나코의 4.0리터 복열 16기통 성형(星形) 엔진(Radial Engine, 방사형 엔진)은 25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하지만 가뜩이나 무거운 성형 엔진을 무리하게 차체 앞 끝부분에 실은 탓에, 전후 중량 배분이 75:25로 무너져버리면서 정작 경주에서는 어떤 유의미한 실적도 거두지 못했다.

일반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로는 클래식 벤틀리 자동차의 복각판 모델을 주로 제작하는 영국의 코치빌더(Coachbuilder), '밥 피터슨 엔지니어링(Bob Petersen Engineering, 이하 밥 피터슨)'에서 제작한 '27리터 미티어 스페셜(27-Litre Meteor Special, 이하 27리터 미티어)'을 들 수 있다. 롤스로이스 팬텀 II의 섀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27리터 미티어 스페셜은 클래식 벤틀리의 외양을 거대하게 키운 듯한 차체를 지니고 있다.

이 차의 보닛 아래에는 배기량 27.0리터의 롤스로이스 미티어(Meteor) 엔진이 실려있다. 그리고 이 엔진은 영국을 수호한 전투기, '수퍼마린 스핏파이어(Supermarine Spitfire)'의 엔진인 멀린(Merlin) 엔진의 지상장비용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이다. 멀린 엔진과의 차이점은 과급기(Supercharger)의 적용 여부 및 출력 정도다. 원본 미티어 엔진의 최고출력은 600마력이지만, 27리터 미티어의 엔진은 총 85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오늘날 벤틀리의 크루(Crewe) 공장이 과거에는 롤스로이스의 멀린 엔진을 생산하던 곳이었다는 사실과 맞물려, 피터슨의 27리터 미티어는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는 엄밀히 따지자면 항공기용 엔진이 아닌, 전차(戰車)용 엔진을 실은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27리터 미티어의 엔진은 차명과 같이, 롤스로이스 미티어 엔진을 싣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BBC 탑기어를 비롯한 영국의 각종 미디어에서 "스핏파이어의 엔진을 실었다"고 알리는 바람에 항공기용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로 알려진 사례가 되었다.

도로 주행용은 아니지만, 진짜로 항공기용 엔진을 장착한 차는 비교적 최근에도 만들어진 바 있다. 독일 진스하임(Sinsheim)에 위치한 진스하임 자동차/기술 박물관(Auto and Technik Museum Sinsheim)이 실험용으로 제작한 프로젝트 카 '브루투스(Brutus)'가 바로 그것이다. 이 차는 미국의 소방차로 유명한 아메리칸 라프랑스(American LaFrance)의 프레임 섀시에 나치 독일의 중형 폭격기인 하인켈(Heinkel) He 111의 초기형에 사용된 BMW의 액랭식 46.9리터 V12 엔진을 얹었다.

쇼카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차의 최고출력은 750마력에 달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볼만한 것은 따로 있다. 이 46.7리터 엔진이 내뿜어대는 엄청난 소음과 화염이 바로 그것이다. 진스하임 박물관에서는 한창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을 때, 이 차가 내뿜는 화염을 이용해 소시지를 구워주는가 하면, 일부러 구멍을 뚫어 놓은 배기매니폴드를 열어 하나 당 3.9리터의 배기량을 가진 12개의 실린더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을 뿜는 '불쇼' 등이 볼거리다. 이 차는 BBC 탑기어에서도 27리터 미티어와 함께 소개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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