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의 혼다식 공간활용론 - 혼다 HR-V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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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의 혼다식 공간활용론 - 혼다 HR-V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6.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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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소형 SUV의 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는 안정적인 상품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가진 일본의 자동차업계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쥬크로 가장 발빠르게 이 대열에 합류한 닛산에 이어, 혼다도 `HR-V`라는 이름의 신형 소형 SUV를 개발하여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으며, 토요타도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C-HR`이라는 이름의 소형 SUV를 유럽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 투입할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두 번째로 소형 SUV 시장에 뛰어 든 혼다의 HR-V는 고향인 일본에서 베젤(Veze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올 상반기(1~6월까지) 39,183대를 판매하며, 내수 판매량 8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7월, 혼다코리아를 통해, 국내에도 출시되었다. 혼다가 완전히 새롭게 선보이는 소형 SUV, HR-V를 직접 경험하며 혼다의 유망주가 지닌 매력과 그 흥미로운 공간활용론에 대해 짚어 본다. 시승한 HR-V는 혼다코리아가 국내 시장용으로 들여 온 모델로, VAT 포함 가격은 3,190만원이다.

혼다 HR-V의 스타일링은 2013년 뉴욕오토쇼에서 선보였던 어반 SUV 컨셉트(Urban SUV Concept)를 대부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혼다가 최근 새로운 얼굴로 내세우고 있는 날개형상을 시작으로, 차체 전반을 유연하게 굽이치는 곡선들과 볼륨감이 전장 4,295mm, 전폭 1,770mm, 전고 1,605mm의 아담한 차체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얼굴은 날카롭고 스포티한 느낌을 주며, 차체 형상 전반에서는 SUV가 아닌, 해치백 소형차와도 같은 야무진 느낌을 준다. 물론, 차체 하단을 아우르는 검정색 몰딩과 높은 지상고 등, `SUV`로 어필하기 위한 디테일 역시 첨가되어 있다.

헤드램프는 일반적인 할로겐 램프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수입차 업계에서 제논, 혹은 LED 헤드램프가 널리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아쉬운 점이다. 차급과 3천만원대의 가격대임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더 커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광량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반면, 테일램프에는 LED를 사용하고 있다. 붉은 색이 도는 방향지시등에서 이 차는 미국 시장에서 넘어 온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휠은 17인치 알로이휠을 사용하고 있으며, 타이어는 215/55R 17 규격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실내는 단순 명료하면서도 신선한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중앙에서 살짝 치우친 위치에 배치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바짝 치켜 올려 놓은 플로어 콘솔, 조수석에 일렬 횡대로 배치시켜놓은 송풍구, 터치패드식 공조 패널 등의 요소들에서 꽤나 남다른 HR-V만의 구성이 돋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형상이며, 질긴 느낌의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다. 무난한 그립감을 제공하며, 스포크에 배치된 버튼들로 오디오 및 핸즈프리, 크루즈 컨트롤 등을 제어할 수 있다. 크래시패드는 가죽 마감과 유사한 질감의 소재를 사용했고, 스티칭까지 넣어, 감성품질을 살렸다. 또한, 일렬로 줄지어 있는 3개의 송풍구는 전부 제 기능을 하며, 노브를 왼쪽으로 젖히면 차폐가 이루어진다. 센터 페시아 상단의 터치스크린식 디스플레이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차량의 기능을 어플리케이션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며, 무난한 사용 편의성을 지니고 있다.

바짝 치켜 올린 플로어 콘솔 아래에는 휴대전화 외 잡다한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수납공간과 함께, 2개의 USB 포트, HDMI 단자, 12V 전원 소켓이 일렬로 자리한다. 컵홀더는 앞뒤 모두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팔걸이를 겸하는 콘솔박스 덮개는 전후 거리 조절이 가능하며, 완전히 앞으로 내밀어도 앞쪽 컵홀더는 확실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컵홀더의 높이를 낮추면 텀블러나 패스트푸드점의 대용량 음료 용기도 손쉽게 수납이 가능하다.

열선 기능을 갖춘 앞좌석은 착좌부를 직물로, 주변부를 인조가죽으로 마감했다. 착좌감은 무난한 편이지만, 허리받침이 빠져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트 위치 조정은 전부 수동 레버로 이루어지며, 높이 조절은 운전석만 지원한다. 뒷좌석은 착좌부의 위치가 꽤나 높은 편이다. 이 덕에 승하차가 편리한 점은 좋지만, 머리 공간에서 약간의 손해를 본 느낌이다. 등받이 각도는 다소 세워져 있는 편이고, 각도 조절이 되지 않는다. 뒷좌석의 착좌감과 공간은 성인 남성에게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HR-V의 뒷좌석은 HR-V가 주장하는 소형 SUV의 새로운 방식의 공간활용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동안 해치백, SUV, 왜건 등의 차종에서 일반적으로 적재 공간을 늘리기 위해 등받이를 앞으로 접거나, 착좌부를 앞쪽으로 밀어 젖히고 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더블폴딩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는 어디까지나 테일게이트를 통한 적재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HR-V의 방식은 다르다. HR-V는 테일게이트가 아닌, 뒷문을 통한 적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HR-V의 뒷좌석은 등받이가 아닌, 극장의 좌석처럼 착좌부를 위로 접어 올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혼다코리아는 이 방식을 두고 `매직 시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한정된 공간에 다수의 좌석을 배치하면서도 공간 활용의 유연함을 겸해야 하는 밴 형태의 차량에서 예전부터 활용되어 왔던 팁업(Tip-up) 방식으로 보는 것이 옳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일반적인 승용 크로스오버 차량에 도입한 것은 꽤나 신선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팁업 방식의 착좌부는 한 손으로도 너무나도 가볍게 젖혀 올려지고, 이를 고정하는 작업 역시 힘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의 장점을 갖는다. 그 중 하나는 짐을 실을 때마다 일일이 테일게이트를 개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는 차에 짐을 싣기 위한 동선을 줄여주는 효과와 함께, 편의성을 큰 폭으로 올려준다. 크고 무거운 테일게이트를 여는 작업보다 훨씬 힘이 덜 들면서도 상당한 수준의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근력이 약한 여성 운전자나 노인 운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장점은 테일게이트를 열 수 없는 상황에서 뒷좌석을 통해 짐을 실을 때에도 발휘된다.


또 한 가지 장점은 크고 무거운 짐을 뒷좌석에 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뒷좌석에 짐을 싣는 경우, 짐의 형상이나 재질, 무게에 따라서 뒷좌석이 손상될 우려가 있는데, HR-V의 뒷좌석은 짐과 직접 닿는 면이 착좌부 하단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에서 한결 자유롭다. 또한, 물이나 진흙 등으로 다소 오염된 짐을 실을 때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화분과 같이, 반드시 세워서 옮겨야만 하는 짐을 실을 때 그 위력을 톡톡히 발휘한다. 차내의 가장 낮은 지점인 바닥부터 가장 높은 천장까지 남김 없이 공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페어 타이어 등의 수납을 이유로, 좌석의 바닥보다 훨씬 높게 설계되는 트렁크 바닥에 비해, 실질적으로 훨씬 높은 공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HR-V는 여느 SUV형 자동차들처럼 일반적인 트렁크 공간 역시 존재한다. 트렁크 공간은 부족하지 않은 편이며, 6: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을 이용하여, 공간을 더 넓힐 수도 있다. HR-V의 뒷좌석은 CR-V와 유사하게, 착좌부와 등받이가 함께 앞으로 침강하는 구조로 접힌다. 트렁크 내 물품을 가려주는 선반은 얄팍한 스크린을 사용하고 있는데, 질감이나 사용성 면에서 그다지 좋은 형태는 아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혼다 HR-V는 멀티포트 연료분사 방식의 1.8리터 SOHC i-VTEC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변속기는 CVT를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143마력/6,500rpm, 최대토크는 17.5kg.m/4,300rpm이며, 공인 연비는 도심 12.1km/l, 고속도로 14.6km/l, 복합 13.1km/l다. 구동 방식은 전륜구동이다. 미국 시장에는 상시 4륜구동이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HR-V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소형 SUV들 중에서는 정숙성 면에서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다. 2,000rpm 이상의 회전 수에서부터 꽤나 격렬한 소음이 발생하며, 회전수를 유지하는 CVT 변속기의 특성 상, 초기 가속 중의 소음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 속도를 확보하고 순항에 접어들게 되면, 회전수가 하강하면서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의 정숙함을 되찾아 간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다소 스포티해 보이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편이다. 유럽 출신, 혹은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다수의 소형 SUV 모델들에 비해, 한층 안락하게 느껴진다. 승차감 면에서는 소형 승용차와 대등한 수준의 승차감이라 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을 다그치면, 거친 소음과 함께 차가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CVT는 최고출력이 나오는 6,500rpm에 회전수를 고정시키지만, 가속 중의 감각은 그다지 정력적이지도, 경쾌하지도 못하다. 다만 엔진이 열심히 바퀴를 굴리고 있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다. 가속은 60~80km/h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지지만, 100km/h 이후의 고속주행에서는 가속 페달을 카펫 너머로 암만 짖이겨 대도 가속이 힘들어진다. 딱 일상에서 필요한 만큼의 속도에 맞춰서 만들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고속 주행 중의 안정감은 체급에 비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코너링 성능 역시 그다지 야무지지는 않다. 차체 강성은 부족함 없게 느껴지지만, 부드러운 설정을 가진 하체, 그리고 다소 높은 무게중심 때문에 차체에 비해 롤이 크게 느껴진다. 곡률이 완만한 코너에서는 든든하게 노면을 붙잡지만, 선형이 급격하게 구부러지는 저속 코너에서는 다소 서툰 모습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헐겁기는 하지만, 격렬한 조작에도 의외로 경쾌하게 움직여 준다. 다만, 작은 차에서 기대하게 되는 영민함 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평균 연비는 교통 상황이 혼잡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공인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연비주행 모드인 EC-ON를 설정한 상태에서 구간 별 규정속도인 60~70km/h 이하의 속도로 주행하는 경우, 도심 지역에서는 11.6km/l를 기록했다. 다만, 교통 상황이 혼잡한 경우에는 7km/h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 주행을 실시한 경우에는 14.5km/l를 기록했다.

혼다 HR-V는 그야말로 `일상을 위한 소형 크로스오버 SUV`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차다. 하지만 다른 차 들이 가지지 못한 `한 가지`가 HR-V의 가치를 크게 올려준다. 그것은 바로,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공간활용론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체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보다 참신한 개념의 탈 것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좋다. 다소 부족한 안전/편의사양 일부를 제외하면, 혼다 HR-V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자동차로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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