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을 벗어라 - 포드 포커스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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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을 벗어라 - 포드 포커스 디젤
  • 이동익
  • 승인 2016.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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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포커스는 엄밀히 말해 미국 차가 아니다. 미국 브랜드인 포드와는 별개로 포드의 유럽 지부였던 유럽 포드 출신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원 포드(One Ford)` 전략에 맞춰 플랫폼을 통일한 포드 모델이 전 세계에서 생산-판매되지만, 포커스는 태생부터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모델이었다. 생산도 독일의 자를루이(Saarlouis)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경쟁 차종으로는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르노 메간 등이 꼽힌다. 국내에서도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등과 경쟁하고 있다. 유럽에서 온 포드의 C세그먼트 해치백 소형차인 포커스를 시승하며 유럽 포드의 소형차 만들기 실력을 경험해 본다. 시승한 포커스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신형 모델로, 프로즌 화이트 색상의 5도어 해치백 티타늄 모델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3,340만 원(VAT 포함).



포드 포커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지난 2014년에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기존과는 크게 달라진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변화를 맞고 있는 글로벌 포드의 `키네틱(Kinetic)` 디자인 언어의 최신 경향이 반영된 모습이다.



헤드램프는 한 급 위의 중형세단인 몬데오와 유사한 스타일로 눈매가 다소 가늘어졌다. 새로운 헤드램프에는 도로 주행 상황에 따라 밝기와 조사각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신형 어댑티브 바이-제논 HID 램프를 달았다. 새로운 디자인의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기존에 비해 한층 세련되게 꾸며져 완성도를 높였다.



전장 X 전폭 X 전고(mm)는 각각 4,360 X 1,825 X 1,465, 휠베이스가 2,648mm로 부분변경 전인 3세대 모델과 비교해 전고만 10mm 낮아졌다. 그 외의 측면과 후면의 디자인 변화는 미미한 편. 측면에는 새롭게 디자인된 17인치 알로이 휠을 장착했으며, 후면에는 이전 모델과 거의 같은 형태의 LED 테일램프를 채용했다.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차 문을 열면 포드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장비가 등장한다. `도어 엣지 프로텍션`이 바로 그것. 차 문으로 다른 차량에 손상을 입히는 이른바 `문콕`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문을 여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무 재질의 프로텍터가 튀어나와 문의 가장 끝부분을 감싼다. 작동도 신속하여 고의로 빠르게 여닫기를 시도해도 전개에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부분 변경을 거치며 실내도 새롭게 꾸며졌다. 작은 버튼이 너무 많이 복잡한 느낌을 주던 센터페시아는 8인치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싱크(SYNC)를 중심으로 한층 정리된 느낌을 준다. 터치스크린은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각종 기능의 배치도 나쁘지 않다. 다만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다. 지니맵을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은 싱크와의 통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사운드 버튼을 몇 초 누르는 방식으로 화면을 전환해야 한다. 한국어 지원도 폰트를 추가하여 노래 제목 정도만 표시하는 수준이다. 감압식 터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터치감이 좋지 않아 의도한 것과는 다른 기능이 작동하기도 한다.



스티어링 휠은 디자인이 바뀌었다. 가죽으로 마감돼 무난한 그립감을 지니며 각종 버튼의 사용도 불편하지 않다. 센터 콘솔의 수납공간도 확대되었다. 아울러 USB 포트, 12V 보조 전원소켓, 조정식 컵 홀더 등을 갖춰 편의성을 높였다. 실내의 색상을 7가지로 변경할 수 있는 무드 조명도 기본으로 탑재되었다.



좌석은 1, 2열 모두 가죽 시트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앞 좌석은 세미버킷 형태로 제작되었다. 적당히 단단하며 착석감도 편안한 편이다. 공간 또한 넉넉하다. 신장 180cm 이상의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머리 및 다리 공간은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동승자석은 기계식 다이얼을 이용해 조정해 등받이 각도를 조절한다. 일반적인 레버식에 익숙한 탑승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동급 해치백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장 180cm 이상의 성인 남성에게는 머리 공간은 크게 부족하지 않으나 다리 공간은 약간 좁게 느껴진다. 뒷좌석은 6:4 비율로 접어서 적재 공간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 시트 양쪽에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수납공간이 마련되었다.



트렁크의 용량은 아쉽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해치백이기에 더욱 그렇다. 포커스의 트렁크 용량은 316리터로, 같은 세그먼트 내 주요 경쟁 차종인 현대 i30(378리터)나 폭스바겐 골프(380리터) 등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나마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101리터까지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는다. 트렁크 룸 하부에는 스페어타이어가 갖춰져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포커스는 기존의 2.0리터 듀라토크 디젤 엔진에서 유로 6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는 1.5리터 듀라토크 엔진으로 엔진이 변경되었다. 새롭게 포커스의 심장이 된 1.5리터 듀라토크 TDCi 엔진은 120마력/3,600rpm의 최고출력과 27.5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게트락의 자동 6단 파워시프트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한다.


시동을 걸면 포드 포커스가 정숙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게 된다.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잘 잡아냈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수많은 해치백 승용차 가운데서도 우수한 정숙성이라 할 만하다. 정차 중에도, 주행 중에도 일관적으로 정숙함을 유지하는 편이다.



승차감은 여유 있는 느낌이 주를 이루면서도 적당한 단단함을 품고 있다. 서스펜션 설정에서 단단함을 바탕으로 하는 다른 유럽산 해치백들과는 달리 부드러움이 더 강조된 느낌이다. 덕분에 일상적인 주행에서 불편함을 딱히 느끼기 어렵다. 고속 주행 중의 안정감도 양호한 편이다.


가속 성능은 엔진의 배기량을 고려하면 비교적 좋은 느낌을 준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디젤 엔진 특유의 한 박자 늦은 반응 속도를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경쾌하게 속도를 높여가기 시작한다. 2.0리터급의 펀치력은 없지만 기대 이상으로 시원스럽게 차체를 밀어붙이는 모습이 만족스럽다. 포커스의 가속 능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2,000rpm 내외에서 형성되는 저회전 토크를 활용한 초기 가속 및 추월 가속이다. 고속에서도 가속 시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인다. 본격적인 고속 영역에 이르면 힘이 슬슬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일상 위주의 주행에 초점을 맞춘 소형 해치백인 포커스에게는 충분한 성능이다.


습식의 자동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특유의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와 유사한 부드러운 변속 질감이 돋보인다. 하지만 가속 페달과 스로틀 설정이 다소 민감하다는 느낌이 든다.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불쑥 튀어 나가는 느낌이 강해 익숙해지기까지는 가속 페달을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포커스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을 바탕에 둔 하체를 지니고 있지만, 핸들링 면에서는 유럽 태생이라는 것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강단 있는 느낌을 준다. 급회전에서 다른 유럽산 해치백보다 차체의 좌우가 더 쏠리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네 바퀴가 노면을 쉽게 놓지 않아 불안함은 의외로 적다. 그러나 시승차에 장착된 사계절용 타이어의 한계로 인해 강도 높은 주행을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제동 성능 역시 만족스러운 편이다. 빠른 속도에서 차체를 멈춰 세우기에도, 일상에서 부드럽게 차를 세울 때도 제어가 편하다.


연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존 2.0리터 엔진을 장착한 모델도 리터당 17km로 우수한 편이었으나, 더 작은 배기량의 새 엔진을 탑재하면서 연비는 더욱 향상되었다. 여기에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갖춰 복합 연비는 5%, 도심 연비는 10% 높이는 효과까지 거뒀다. 다만, 작동 시 진동이 다소 큰 점은 운전자에 따라 불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공인 연비는 도심 16.4km/l, 고속도로 20.8km/l, 복합 18.1km/l다. 시승하면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제원상 연비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서의 평균 연비는 19.2km/l였으며, 종종 리터당 20km를 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심에서는 14.0km/l의 연비를 보였다.



이 외에도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도 갖췄다. 이전 모델에서 종종 지적되던 경쟁차종 대비 편의성 부재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 공기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을 비롯, 언덕에서 출발 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통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아울러 40km/h 미만의 속도에서 충돌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예방하는 액티브 시티 스톱 기능을 갖춰 한층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포드 포커스는 모회사는 미국에 있지만, 미국식으로 만들어지는 차는 아니다. 따라서 `미국 브랜드가 생산한 미국 차`라는 색안경을 벗는 것이 포드 포커스를 바로 볼 수 있는 첫 단계다. 포드 포커스는 동급의 유럽산 해치백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동력 성능과 연비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정숙함과 안락함에 중점을 두어 경쟁 모델과의 차별화를 꾀한다. 여타 유럽 태생의 디젤 해치백들이 소형차 특유의 주행 감각과 실용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덕분에 포커스는 일상적인 운전 환경에서의 만족감이 높다. 도심 주행에 적합한 승차감과 정숙성, 그리고 도어 엣지 프로텍션과 같은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완성된 유럽 포드의 포커스는 일상을 함께 하기 위한 동반자로 이상적인 해치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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