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를 추구하는 BMW의 플래그십 - BMW 750Li xDrive 시승기
상태바
`럭셔리`를 추구하는 BMW의 플래그십 - BMW 750Li xDrive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12.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조업에 있어서, 플래그십 제품은 제조사가 가진 기술력과 설계 사상, 그리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명확하면서도 진중하게 드러낸다. 이 때문에, 한 제조사의 플래그십 제품은 단순한 고가품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새로운 설계와 새로운 방향성을 반영하여, 보다 특별한 가치를 갖게 된다. 제조업의 총아로 불리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플래그십 모델이 갖는 입지는 다른 분야보다도 그 의미가 크다. 어떠한 형태와 세그멘테이션을 갖는가부터 시작하여, 어떠한 최신예 기술을 반영하였는지, 그리고 어떠한 개선점이 있으며, 이러한 개선점이 하위 모델들로의 반영 여부 등등, 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에 부여되는 가치는 다른 어떤 모델들보다도 각별하다 볼 수 있다.


올 하반기 출시된 BMW의 새로운 7시리즈의 경우도 그렇다. 새로운 시대의 BMW의 플래그십으로 태어난 BMW 7시리즈를 시승하고, 새로운 시대의 BMW의 변화상을 가늠해 본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750Li xDrive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가격은 1억 9,200만원(부가세 포함)


BMW 7시리즈는 본 모델 체인지로 6세대째를 맞았다. 특히, 얼굴과 뒷부분의 변화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얼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라디에이터와 일체화된 디자인의 2연장 헤드램프다. 과거, 80~90년대 BMW 스타일에서 차용한 이 디자인은 스포츠 세단인 3시리즈를 시작으로, 4시리즈, X패밀리의 대부분에 도입되어 있는 부분으로, 그리 참신한 요소라 할 수 없으나, 다소 간의 논란이 있었던 이 디자인을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에 적용함으로써, 전통의 키드니 그릴과 함께, 향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BMW의 주요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사용될 듯하다. 전통의 키드니 그릴은 주행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개폐되는 기능이 최초로 적용되어 디자인적인 새로움과 함께 엔진의 냉각 효과도 추가로 갖추게 된 점이 특징.



측면은 기존 5세대 모델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에드리안 반 후이동크의 보수적인 마무리로 완성되었던 지난 5세대 모델과 같이, 균형 잡힌 비례를 유지하고 있다. 디테일 면에서는 새로이 추가된 전륜 후방의 에어 덕트와 그를 따라 곧게 뻗어나가는 크롬 장식을 더하여, 보다 시원스럽고 늘씬한 느낌을 준다. 뒷모습은 최근 새로이 출시되고 있는 BMW X패밀리나 GT 등의 모델들과 유사한 감각의 디테일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테일램프 중심까지 파고 드는 크롬 라인과 그를 감싸든 디자인된 LED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기존 7시리즈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실내에서는 변화의 폭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4세대부터 7시리즈로부터 정립된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테일의 변화 폭을 넓혀, 색다른 느낌을 내는 것을 전제로 한 듯하다. 특히, 버튼과 다이얼 등의 조작감 등과 같은 손에 닿는 부위들의 질감이 크게 향상되었다. 가장 손을 많이 타는 스티어링 휠 역시, 감각적인 디자인을 비롯하여, 그립감이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것들을 제외한 운전석 주변에서는 처음에 느껴졌던 신선했던 느낌은 빠른 시간 안에 사라지고 친숙함으로 바뀐다. 일례로, 새로워진 디자인으로 재구성된 센터페시아가 있다. 기존 7시리즈의 센터페시아는 다른, 사다리꼴 형상의 에어벤트와 금속 마감을 듬뿍 사용한 센터페시아는 일견 형상은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인 레이아웃이 기존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다이얼과 버튼 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7시리즈에 탑재된 i-Drive에는 i-Drive 역사 상 최초의 터치 기능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의 위치가 좀 더 운전자 쪽으로 전진해 있어, 터치 조작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덕분에, 다이얼 조작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도 충분한 조작 환경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최초로 적용된 제스처 컨트롤 기능도 특징적이다. 화면 앞에서의 손짓에 따라, 해당 손짓에 할당된 기능을 작동하는 방식이며, 자주 사용하는 기능의 제스처를 숙지한 상태에서 조작하면 전방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도 조작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컴포트 시트가 설치된 앞좌석은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4방향으로 전동조절 가능한 허리받침은 물론, 등받이에는 어깨까지 조절 가능하며, 사이드 볼스터 역시 조절 가능하다. 전후로 움직이는 전동조절식 다리받침 또한 마련되어 있다. 머리받침 역시 전동으로 조절된다. 이로써 총 20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여, 운전자세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운전석에는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제공하며, 조수석과 더불어, 3단계의 열선 기능과 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4인승의 프레스티지 사양인 750Li xDrive 프레스티지는 분리된 플로어 콘솔을 통해, 독립된 좌석을 취하고 있으며, 4방향 요추받침을 포함하여, 총 10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 그리고 3단계의 열선과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BMW에서 가장 쇼퍼 드리븐의 성격이 강한 7시리즈인만큼, 뒷좌석에는 각종 편의장비를 만재했다. 플로어 콘솔에는 별도의 좌우 독립식 에어컨과 함께, 전용 컵홀더, 플로어 콘솔 수납 공간, 뒷좌석 전용 재떨이, 뒷좌석 전동 선셰이드, 뒷좌석 전용의 독립식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장비가 뒷좌석의 VIP를 맞는다.


또한, 조수석 뒤편의 VIP용 좌석에는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접이식 테이블과 풋레스트를 마련, 안락함에 대한 배려가 극대화되어 있다. 휠베이스 연장형의 세단인 만큼, 공간에 대해서는 부족하기는커녕, 남아 돈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트렁크 용량은 515리터로, 신형 S클래스의 461리터보다 크며, 골프백 4개를 적재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시승차인 750Li xDrive는 BMW의 4.4리터 V8 터보 엔진을 싣고 있다. 이 엔진은 BMW의 N63 계열 엔진으로, 수퍼 세단, M5의 것과 같은 계통의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450마력/5,500~6,000rpm, 최대토크는 66.3kg.m/1,800~4,500rpm에 달한다. 엔진에서 생성된 출력과 토크는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거쳐, BMW의 상시 4륜구동시스템인 xDrive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된다. 공인 연비는 도심 7.1km/l, 고속도로 10.6km/l, 복합 8.4km/l이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BMW 750Li xDrive는 플래그십 세단에게 요구되는 우수한 정숙성을 유감 없이 뽐낸다. 최근 BMW의 6기통 디젤 엔진도 정숙성을 크게 향상시켜 주목 받았으나, 역시 최고급 세단에는 가솔린 엔진이 제격이다. 3,000rpm을 넘지 않는 일상적 운행에서 750Li는 단지 나긋나긋한 저음을 부드럽게 풍기며 노면을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승차감은 BMW 전 라인업을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감각을 준다. BMW는 승차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모든 방법론을 새로운 7시리즈에 투입했다고 말한다. 오토 레벨링 기능을 갖춘 전후 에어 서스펜션을 비롯하여, 노면 상황에 따라 감쇄력을 조절하는 다이나믹 댐퍼 컨트롤, 롤(Roll)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능동형 롤 안정화 시스템, 전자식 안티-롤 바 등의 각종 장비들을 만재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예측 기능을 갖춘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라는 이름의 섀시 관리 시스템을 새로운 7시리즈에 신규 도입하였다. 이렇게 탑재된 다량의 장비에 힘입어, 새로운 7시리즈는 지난 7시리즈보다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러워진 모습을 보인다. 실로, BMW가 추구하는 안락함의 극의를 맛볼 수 있게 한 셈이다. 새로운 7시리즈가 추구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은 앞좌석 뿐만 아니라, 뒷좌석까지 손실 없이 경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새로운 7시리즈에는 선행 차량의 정지까지 대응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되어 있어, 정체 중인 도심에서도, 장거리 운행에도 용이하다. 또한, 차선 이탈을 감지하면 스티어링을 조타하여 복귀시키는 단계의 차선 이탈 경고 및 방지 장치, 전방 긴급 제동 기능 등의 다양한 안전 장비를 충실히 갖춰,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안전 및 편의성에도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7시리즈, 그 중에서도 750Li는 BMW의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가속 능력을 선보인다. 공차 중량만 2,155kg에 이르는 750Li xDrive지만, 실제 가속은 호쾌하기 그지 없다. 제원 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은 4.5초에 불과한데, 750Li로 급가속을 시도하다 보면 이 수치가 허언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카펫 너머로 짓이기기 시작하면, 나긋나긋하던 컴포트 모드에서와는 대척점을 이루는 맹렬한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맹렬한 소리는 운전자의 귓전을 들쑤시는 법이 없이, 마치 유리 상자 안에 갇힌 괴수의 포효처럼 걸러져 들어오는 점이 특징적이다. 가속 페달의 고삐를 늦추는 것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시속 100km/h를 넘어, 그 이상까지 쉬지 않고 속도를 올려댄다.


750Li는 대형, 그것도 휠베이스를 연장한 형태의 대형 세단이다. 이렇게 큰 차체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는 운동 성능 면에서 부족함이 따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BMW 750Li xDrive는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 이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차체 구조에 카본 파이버를 삽입하여 경량화와 강성 증대를 동시에 추구한 카본 코어 구조와 BMW 스타일의 질기고 탄력적인 섀시를 깔고 있다. 여기에 새로이 탑재된 수많은 전자장비와 기계들이 차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차체의 안정적 기동을 보조한다. 브레이크 역시, 2톤이 넘어가는 대형 세단인 7시리즈의 몸을 효과적으로 추스르며, 밟을수록 상승곡선을 그리는 느낌으로 제동력이 상승하는 브레이크 덕에, 격렬한 운전 상황이나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차를 세워준다.


이 수많은 첨단 장비와 BMW식의 절묘한 균형감을 만들어 내는 탄탄한 차체, 그리고 섀시가 조화를 이룬 750Li xDrive는 덩치 큰 대형 세단으로서는 경쾌하고 절도 있는 몸놀림으로 코너 하나하나를 처리해 나간다. 물론, 한참 작은 덩치의 5시리즈나 3시리즈 등의 스포츠 세단과 비교하기에는 곤란하지만, 대형세단으로서는 충분히 스포티한 감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너를 하나하나 돌파해 나갈 때의 움직임은 예전 세대의 공격적인 감성이 다소 옅어진 느낌이 든다. 안정감에 크게 집중한 차체 및 섀시 설계가 이러한 느낌을 자아내는 듯하다.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BMW 7시리즈는 변화된 겉모습은 물론, 한층 고급스럽게 변모한 실내, 새롭게 추가된 다양한 장비들의 향연을 이룬다. 특히 750Li와 같은 경우에는, 강력한 BMW의 8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통해, 높은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추구한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또한, BMW가 추구하는 `The Ultimate Driving Machine`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걸출한 동력 성능과 운동성능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 역시, BMW의 플래그십에 합당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새로운 7시리즈는 BMW의 플래그십이고, 또 그러한 면모에 걸맞는 역동적 주행 감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왠지 지나치게 정제된 느낌이 들고, 또 그 때문에 퍼포먼스와 감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왔던 BMW만의 색깔이 다소 희석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히려 BMW는 새로운 7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차의 동력 성능보다는 신규 개발된 다양한 최신예 안전/편의장비 쪽에 무게를 실으며, 본격적인 럭셔리 세단으로서 어필하고 있다. 새로운 7시리즈는 그 동안 역동적인 성능과 감성을 추구해왔던 BMW가 본격적인 럭셔리 브랜드로서 탈바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새 시대의 BMW를 대변하는 새로운 7시리즈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