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적 인피니티 - 인피니티 QX60 시승기
상태바
가족친화적 인피니티 - 인피니티 QX60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5.11.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Infiniti)`는 항상 `퍼포먼스`를 강조한다. 이는 인피니티의 주 무대인 미국 시장에서도, 그리고 이웃나라인 대한민국에서도 일관성 있게 이어지고 있는 이미지 메이킹이자, 전략으로 통하고 있다. 그래서 `인피니티`에서 연상되는 차종들은 대부분, 그들의 장기인 고배기량/고성능 엔진으로 무장한 스포츠 세단 모델들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인피니티의 주 무대인 미국 시장의 경우, 이러한 차종만 가지고서는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미국 시장은 SUV 수요가 높아, SUV 라인업을 꾸리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인피니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SUV, 혹은 CUV 라인업을 꾸려왔고, 그렇게 꾸려온 SUV와 CUV 모델들은 인피니티의 판매고를 뒷받침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명명법의 대대적 전환에 따라, `QX 두 자리 숫자` 작명으로, 라인업이 정리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피니티는 총 4종의 QX 모델들을 거느리고 있다. QX 모델들은 `Q 두 자리 숫자`를 쓰는 인피니티의 세단/쿠페 라인업이 인피니티가 끈질기게 추구해 오고 있는 `퍼포먼스`의 측면과 함께, 가족적인 요소가 함유된 `가족친화적`인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인피니티 QX 라인업의 허리를 맡고 있는 모델인 QX60을 시승하며 그 매력을 짚어 본다. 시승한 QX60은 3.5리터 엔진을 심장으로, 상시 4륜구동을 갖춘 QX60 AWD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6,230만원.



과거, `인피니티 JX`로 불렸던 `인피니티 QX60`은 2012년부터 시장에 등장하였으며, 닛산의 대형 SUV인 패스파인더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인피니티 QX60은 JX시절부터 인피니티의 최신 디자인 요소들이 적용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물결치듯 굽이치는 곡선과 볼륨감 넘치는 차체, 그리고 초승달 모양의 D필러 디자인에서 대번에 인피니티의 모델임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 매끈하고 곡선적인 스타일링으로 인해, 의외로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장만 5m가 넘어가는 대형 SUV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중형급(Mid-size)의 럭셔리 크로스오버 SUV로 취급하지만,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실로 거대한 체구라 할 수 있다. 디테일은 육중한 덩치에 비해, 그리 과장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외관의 디테일들은 공통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차체와 어울리는 부드러운 형상을 취하고 있다.



실내의 디자인으로도 QX60이 인피니티의 일원임을 체감할 수 있다. 완만한 듀얼 콕핏 형태를 취하고 있는 대시보드 둘레와 크게 돌출된 센터페시아, 곡면을 따라 아낌 없이 사용한 우드그레인 패널, 그리고 전반적으로 탑승자를 감싸는 듯한 디자인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점이 그렇다. 실내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 차분한 느낌의 블랙 원 톤 인테리어 색상과 함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실내의 디테일은 조그마한 변속 레버를 제외하면, 대부분 큼직하게 만들어진 편이다.



스티어링 휠은 기함인 Q70 세단과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으며, 부드러운 질감과 적당한 크기를 지이고 있다. 림이 가는 편이어서 손이 작은 운전자들도 손에 속 들어 올 만한 그립감을 제공한다. 계기판은 인피니티의 모델들이 사용하는 단순한 구성으로,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중앙의 정보 창은 계기반 깊숙한 곳에 설치되어 있어 은근히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의 수많은 버튼들은 차량의 기능에 보다 빠르고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QX60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중앙의 컨트롤러 외에, 터치로도 모두 작동이 가능하다. 오디오는 15개의 스피커와 우퍼, 외장 앰프 등으로 구성된 BOSE 사의 5.1채널 캐빈 서라운드 시스템을 사용하여, 우수한 음질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다수의 수납공간을 제공하여, 탑승자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앞좌석은 부드러우면서도 몸을 알맞게 감싸주는 착석감과 함께, 양쪽 모두 3단계의 냉/난방 기능, 그리고 각각 8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운전석에는 요추 받침과 함께, 2개의 메모리 기능을 추가로 제공한다. 냉/난방 기능은 모두 별도의 팬으로 작동하며, 성능도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팬의 작동 소음이 다소 큰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전방으로 크게 꺾여 있는 듯한 머리 받침은 운전자에 따라서는 호오가 갈릴 수 있는 요소다.




2열 좌석은 부드럽고 안락한 착석감을 제공하며, 별도의 공조장치와 열선기능까지 제공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대형 SUV의 넉넉한 플랫폼 덕에, 성인 남성에게도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평면을 이루고 있는 바닥면과 널찍한 파노라마 썬루프도 체감되는 공간감을 한층 늘려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3열 좌석은 성인 남성에게는 다소 부족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에게는 충분한 수준의 거주성을 제공한다. 2열 좌석을 다소 전진시켜서 공간을 더 확보할 수도 있다.



7인승 구성의 대형 SUV인 QX60은 체구에 걸맞은 넉넉한 실내 공간과 함께, 넉넉한 트렁크 용량을 제공한다. 2열 좌석는 6:4 비율로 접히고 전/후 슬라이딩 기능을 통해 좀 더 다양하게 시트 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5:5 비율로 접을 수 있는 3열 좌석은 접을 때에는 수동으로, 전개할 때에는 전동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3열 좌석을 전개한 상태에서는 체감 상, 다소 작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트렁크 바닥 아래에 마련된 추가 수납공간을 이용하여 공간부족을 제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3열 좌석을 접는 것만으로도 드넓은 공간이 조성되므로, 짐이 많은 각종 아웃도어 및 레저 활동에서 4인 가족이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만한 공간을 제공한다.



QX60의 파워트레인은 닛산의 V6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무단 CVT 변속기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엔진은 닛산의 유서깊은 VQ계열 유닛이고 265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34.3kg.m/4,4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트코의 X-트로닉 CVT가 적용되어 있다.



QX60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SUV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정숙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파워트레인을 비롯하여, 외부 소음 차단 면에서도 전반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느낌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느슨한 설정은 아니라고 본다. 승차감에 집중하되, 안정감 면에서 다소 간의 타협을 이룬 느낌에 가깝다. 발군의 정숙함과 부드러운 승차감에서 오는 쾌적함은 일상적 운행 환경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가속에서의 느낌은 길이만 5미터에, 2톤이 넘는 몸무게를 가진 대형 SUV로서는 꽤나 정력적이다. QX60의 육중한 체구를 감안하면 충분한 순발력이라 할 수 있다. 3.5리터의 가솔린 엔진에 CVT를 물린 QX60은 중저속 쯤은 한 달음에 넘어 버리듯 기운차게 속도계의 바늘을 올린다. 하지만 대형의 SUV라는 본 바탕의 한계 때문에 본격적인 고속주행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든다. 고속 주행 중의 직진 안정성은 밑바탕을 감안하면, 좋은 편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중시하는 대형의 SUV인 QX60은 급격한 곡률의 회전 구간을 빠르게 내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물론,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 데다, 덩치에 비해 작으면서도 기어비가 짧은 스티어링 시스템이 적극적인 조종을 뒷받침해주지만, 높은 무게 중심과 부드러운 설정의 하체 때문에 회전 구간에서의 급기동은 자제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면에 비춰 봤을 때, QX60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3.5리터의 가솔린 엔진과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장비한 QX60의 공인 연비는 도심 7.9km/l, 고속도로 10.4km/l, 복합 8.9km/l이다. QX60을 운행하며 기록한 구간별 평균 연비는 도심(혼잡) 5.7km/l, 도심(원활) 6.8km/l, 고속도로 11.0km/l이다. 연비 측정 중에는 주행 모드를 에코 모드에 두고,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며, 각 도로의 규정 속도에 맞춰 정속 주행을 실시했다. 3.5리터의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에 상시 4륜구동을 채용하고 있는 대형 SUV로서는 납득할 만한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인피니티의 QX 라인업은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퍼포먼스`를 SUV, 혹은 CUV의 골격 안에서 실현시킨 차종들이다. G세단을 기반으로 하는 QX50을 시작으로, `빈자의 포르쉐 카이엔`이라 불린 바 있는 QX70이 존재하며, 플래그십 풀사이즈 SUV인 QX80 또한 동급에서 손꼽히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QX60은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퍼포먼스의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 기계적인 면면을 놓고 봐도, 인피니티 라인업에서 가장 이질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차가 QX60이다. 인피니티 내부에서 유일한 CVT를 사용 모델임은 물론, 엔진과 섀시의 설정에서도 인피니티 식의 퍼포먼스와 감성 보다는 가족형 자동차로서의 면모가 크게 부각된다. 이 때문에 QX60은 그야말로, 브랜드 내에서 가장 가족과 가까운, `가족친화적`인 모델이라 정의 내릴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