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과 쿠페의 경계에 서다 - 폭스바겐 CC 2.0 TDI 4모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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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과 쿠페의 경계에 서다 - 폭스바겐 CC 2.0 TDI 4모션 시승기
  • 박병하
  • 승인 201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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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어 쿠페`라는 개념은 메르세데스-벤츠 CLS 클래스의 등장 이후부터 각광 받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당당한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 잡았다. BMW는 `그란쿠페`라는 이름의 4도어 쿠페를 생산하고 있으며, 아우디도 자사의 A 홀수 시리즈로 대표되는 쿠페 라인업에 `스포트백`이라는 이름의 5도어 쿠페 라인업을 마련했다. 또한, `국민차`로 통하는 폭스바겐 역시, 6세대 파사트의 플랫폼을 활용한 CC를 2008년부터 지금까지 생산해 오고 있다.



CC라는 이름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Comfort Coupe`의 약어에서 차용한 것. 파사트의 바닥을 빌어 태어났지만, 확연히 다른 느낌의 외관과 구성에 변화를 주어, 파사트와의 차별화에 성공,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시승한 CC는 2.0 TDI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 변속기, 그리고 폭스바겐의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이 탑재된 모델이다. VAT포함 가격은 5,060만원.





2011년 경부터 폭스바겐은 신모델 추가는 물론, 기존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작업을 통해, 디자인단계에서부터의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인기 모델인 티구안과 대형 세단 페이톤, 대형 SUV 투아렉 등의 모델들이 이러한 변화를 거쳤다. 물론 그러한 변화를 거친 모델들 중에는 CC도 포함되어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페이톤의 스타일에 한층 더 가까워진 CC는 파사트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시장용 파사트는 물론, 유럽시장형 파사트와도 다른 CC만의 개성을 갖는다. 미끈하게 이어지는 실루엣은 초기 모델과 같지만 과거의 현란함과 결별한 단정함이 돋보인다. 전장 X 전폭 X 전고는 각각 4,800 X 1,855 X 1,420mm, 휠베이스는 2,710mm이다.





CC는 페이스리프트 과정에서 전반적인 선과 면에서는 절제를 기했지만, 디테일은 보다 화려해졌다. 페이톤의 스타일링 요소를 적극 차용하여, 보다 점잖은 느낌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디테일의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크롬 도금은 번쩍이지 않는 자칫 현란해질 수 있는 디테일에 절제를 부여하한다. 동적 코너링 라이트 기능이 적용된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등의 디자인은 세단에 가까운 격식을 차린 스타일을 보여준다. 또한, 후방 범퍼의 디퓨저와 트윈 테일 파이프는 CC의 스타일에 스포티한 터치로 작용한다. 그 외에도 터빈 형상의 18인치 알로이 휠과 235/40 R18 규격의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비하고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익숙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맞는다. 6세대 파사트의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대시보드 주변부가 그러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빈틈 없이 꼼꼼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에어컨 송풍구 하단에는 작은 아날로그 시계가 자리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손에 쏙쏙 들어 오는 가느다란 림 굵기를 지니고 있어, 손이 작은 운전자도 편안하게 쥘 수 있다. 중앙의 7인치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 라디오, 전화, 멀티미디어 등의 기능들이 집적되어 있다. 계기판은 중앙의 4인치 디스플레이의 좌우에 두 개의 큰 원과 하단의 작은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속도계는 폭스바겐 특유의 스케일 변화가 눈에 띈다. 0-60km/h까지는 눈금 하나 당 5km/h씩, 60-280km/h까지는 눈금 하나 당 10km/h씩 할당된다.



운전석은 세미 버킷에 가까운 형태로 제작되어 있으며, 단단한 질감과 함께, 옆구리를 든든히 잡아준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4방향 조절이 가능한 요추받침과 8방향 전동 조절 기능, 그리고 3단계 열선 기능이 지원된다. 운전석은 3개의 메모리 기능이 적용된다. 앞좌석에 할당된 공간은 무난한 편. 머리 공간은 부족하지 않은 편.



이름에서부터 `편안한 쿠페`임을 강조하는 CC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라인을 가지면서도 뒷좌석의 공간에 있어서 크게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좌석의 크기는 물론, 여유 공간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세단에 준하는 수준의 넉넉함을 보인다. 머리 공간 또한, 성인 남성에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CC는 뒷좌석의 좌우 착좌부와 등받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깊숙히 파여있다. 하지만 비슷한 체급의 세단에 비해 지붕이 낮아, 승하차 시에는 다소 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뒷좌석에 대한 배려가 수준급인 CC는 제원 상 532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갖는다. 이는 통상적인 중형 세단의 범주에서도 큰 편에 속한다. 폭 자체는 크지 않으나, 깊이가 깊으면서 전후 길이가 긴 편이다. 뿐만 아니라, 뒷좌석을 6:4 비율로 접어서 공간을 더 융통성있게 활용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 하부에는 풀사이즈 스페어 타이어가 수납되어 있다. 동사의 해치백, 골프처럼 폭스바겐 뱃지를 위로 젖혀 올려서 트렁크의 개폐가 이루어진다.



시승차인 폭스바겐 CC 2.0 TDI 4모션은 2.0리터 TDI 블루모션 엔진과 6단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갖는다. 국내에서 폭스바겐의 명실상부한 주력으로 자리 잡은 직렬 4기통 2.0리터 TDI 블루모션 디젤 엔진은 177마력/4,200rpm의 최고출력과 38.8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2.0 TDI 엔진에서 생성된 출력과 토크는 자동 6단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로 이어진다. 폭스바겐의 DSG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빠른 변속 속도와 그로 인한 효율성을 주무기로 한다.



디젤 엔진을 심장으로 삼은 CC는 디젤 엔진 장착 차량으로서는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보인다. 아이들링 때에는 소음과 진동이 체감되긴 하지만, 파워트레인에서 오는 소음과 잔진동은 적당히 억제되어 있는 편이다. 승차감은 컴포트 모드에서 가장 안락한 느낌을 준다. 노멀과 컴포트의 승차감 차이는 큰 요철에서의 움직임과 급격한 굽이길에서의 반응에서 나타난다. CC의 서스펜션 자체는 상당히 탄탄한 편에 속하지만, 모드에 따라 융통성 있게 노면의 충격을 걸러낸다. 하지만 기본 바탕이 탄탄하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승차감은 다소 딱딱한 편에 속한다.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에 두고, 변속기를 S 모드로 설정하여 가속을 시도하면 저회전에서 그르렁거리기만 하던 엔진이 혈기 왕성한 소음을 내며 CC의 늘씬한 차체를 있는 힘껏 밀어 붙인다. 1단에서 40km/h를 넘는 순간 2단으로, 2단에서 70km/h를 넘어갈 즈음 3단으로 착착 변속되면서 100km/h를 돌파하며 120km/h 언저리까지 속도를 올린다. 가속감은 경쾌하고 중저속에서의 똘똘한 반응이 인상적이다. 시프트 업을 할 때마다 DSG 변속기에서 오는 착착 물리는 손맛도 꽤나 인상적이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도 우수한 편이다.




탄탄한 하체는 물론, 상시 4륜구동 시스템까지 지닌 CC는 굽이길이 몰아치는 구간에서 그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체 앞 부분의 반응이 빠르고, 뒷 부분이 따라오는 속도도 빠른 편에 속하여, 스포츠 세단이 부럽지 않은 몸놀림을 보여준다.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Electric Differential Lock, EDL)와 미끄럼 방지 장치인 ASR(Anti-Slip Regulation)와 XDS(Cross Differential System)까지 적용되어, 언더스티어가 발생한 경우, 이를 상쇄하기 위한 보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된다. 언더스티어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잃어버린 접지력을 회복하기 위해, 오버스티어 상황에서는 차체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차가 안간힘을 쓰는 것이 종종 느껴진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 4모션의 능력도 수준급. 눈길 등, 마른 노면에 비해 접지력이 현저히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은 격렬한 주행에서 보다 자신감 있는 운전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빠른 반응과 묵직한 조작감을 지닌 스티어링 휠도 운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탄탄한 섀시 덕에, 급격한 곡률의 굽이길에서도 차체의 롤이 적게 느껴지며, 굽이길 하나하나를 안정적이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척척 돌아 나간다. 중형 세단의 체구와 1.7톤에 달하는 공차중량을 지닌 CC지만, 그 몸놀림은 덩치에 비해 꽤나 경쾌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CC 2.0 TDI 4모션의 공인 연비는 도심 13.6km/l, 고속도로 17.6km/l, 복합 15.1km/l이다. 연비에 경 써 가면서 CC를 운행하며 내장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도심(혼잡) 9.7km/l, 도심(원활) 11.8km/l, 고속도로 19.0km/l. 중형세단의 체급에 상시 4륜구동까지 장비한 자동차로서는 우수한 연비를 보인다 할 수 있다. 도심에서의 연비는 공인연비보다 낮게 측정되었고, 고속도로에서의 정속 주행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더 높은 값을 나타낸다.



폭스바겐 CC는 시승한 CC 4모션 이외에도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2.0 TSI,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2.0 TDI 블루모션, 그리고 2.0 TDI 모델에 전용 내/외장 사양을 적용한 2.0 TDI R-Line 모델의 총 4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VAT 포함 가격은 2.0 TSI가 4,440만원, 2.0 TDI 블루모션이 4,850만원, 그리고 2.0 TDI R-Line은 4모션 모델과 같은 5,060만원이다.



CC는 자신의 이름에 내포된 `편안한 쿠페`라는 의미에 어울리는 결과물로 만들어졌다. 패스트백 쿠페의 실루엣과 비슷한 체급의 세단에 준하는 거주성, 그리고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준수한 연비를 모두 지니고 있다. 쿠페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늘씬한 외관과 세단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편의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가족용 세단의 대용으로서도 필요 충분한 능력을 가진다. 하지만 CC에게도 아쉬운 부분들은 있다. 승하차가 세단에 비해 불편하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CC를 세단이 아닌 쿠페라는 것을 재차 상기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CC는 `세단`과 `쿠페`라는, 서로 상반된 장르의 경계선 상에 서 있다. 세단의 편의성을 확보하면서도 쿠페의 매끈한 외모와 스포티한 주행질감이 모두 살아 있는, 매력적인 4도어 쿠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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