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푸조 508 SW 악티브 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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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푸조 508 SW 악티브 e-HDi
  • motoya
  • 승인 2013.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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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건은 짐 공간을 중시한 차다. 보통 세단을 밑바탕 삼는다. 그래서 대부분 앞쪽 모양이 세단과 똑 닮았다. 하지만 뒷모습은 다르다. 지붕이 차체 끝까지 뻗어나가 있어, 짐 공간이 세단보다 넓다. 때문에 세단보다 많은 짐을 편하게 실을 수 있다. 왜건이 유럽에서 사랑 받는 이유다.


왜건의 장점은 또 있다. 유럽에선 차가 비행기보다 빠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왜건만한 차가 없다. 차고에서 짐을 던져 넣고 목적지까지 바로 쏘면 공항에서 허송세월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유럽 부자들의 차고엔 왜건이 하나씩은 꼭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는 고성능 왜건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이쯤 되면 SUV는 어떠냐고 반문 할 수 있다. SUV도 실용성은 뛰어나다. 그러나 기동성에서 뒤쳐진다. 왜건의 운전감각은 세단과 같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인기가 높지만 국내 사정은 다르다. 국내에서 왜건은 찬밥 신세다. 가장 큰 문제는 모양새다. 왜건의 고유 형태는 실용성이 높을지언정 다소 둔한 느낌을 낸다. 그래서 왜건은 ‘짐차’라고 불리며 외면 당해왔다. 짐차라는 것이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왜건이라는 이름 자체가 짐차라는 뜻이다. 왜건은 ‘Station Wagon’의 줄임말, 기차역 부근에서 짐 나르던 마차에서 유래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왜건이라는 단어를 기피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짐차라는 이미지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벤츠는 에스테이트, BMW는 투어링, 아우디는 아반트라는 고유명사를 쓴다. 그런데 푸조는 좀 다르다. 왜건이라는 말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푸조는 ´Station Wagon´을 줄인 ‘SW’를 모델 이름에 당당하게 붙인다. 그만큼 왜건에 자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푸조는 왜건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에도 끊임없이 왜건 모델을 선보여 왔다. 207 SW, 307 SW, 407 SW 등이 왜건 시장을 개척해 온 주인공이다. 지금도 308 SW와 508 SW 등 두 종류의 왜건을 판다. 시승차는 508 SW. 푸조의 기함인 508의 왜건 버전이다.


앞모습은 508 세단과 같다. 날을 뾰족하게 세운 헤드램프와 입을 크게 벌린 라디에이터 그릴이 날렵한 느낌을 낸다. 하지만 옆모습은 전혀 다르다. 508 SW가 한참은 더 길어 보인다. 지붕선과 옆 창문이 차체 뒤쪽 끝까지 뻗어있기 때문이다. 세단과 왜건의 길이 차이가 겨우 2㎝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때문에 508 SW는 실제보다 한 급 더 큰 차를 타는 듯한 뿌듯함을 준다. 아찔할 정도로 날카로운 창문 라인 덕분에 둔한 느낌은 없다. 508 세단보다 오히려 더 탄탄해 보인다.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세단보다 긴장감의 수위가 한층 더 높다. 솔직히 비례와 균형이 세단보다 좋다. ‘처음부터 왜건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508 SW의 외모라면, 왜건에 대한 선입견은 버려도 좋겠다.


508 세단은 기함다운 높은 실내 품질을 뽐낸다. 특히 패널이 맞물린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높은 조립 완성도를 자랑한다. 508 SW에도 이런 높은 품질이 담겨있다. 실내 풍경도 508 세단과 같다. 촉촉한 가죽을 씌운 스티어링 휠과 스티어링 컬럼에 붙은 시프트 패들, 모서리를 두툼하게 부풀린 시트와 푸조 고유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그대로다.

뒷좌석 좌우의 온도는 물론 바람 방향까지 바꿀 수 있는 전 좌석 독립 공조 시스템도 그대로다. 올해 여름부터 편의를 위해 모니터를 위쪽으로 옮긴 점도 같다. 모니터는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품는다. 다른 점도 있다. 508 세단은 일반적인 선루프를 갖추는 반면, 508 SW는 널따란 지붕에 파노라마 루프를 단다. 그래서 508 SW의 실내가 한결 쾌적하다.


508과 508 SW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짐 공간이다. 508 SW의 짐 공간의 크기는 508 세단보다 115L 큰 660L다. 웬만한 크기의 짐은 던져 넣어도 될 만큼 넉넉하다.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을 경우에는 무려 1865L로 늘어난다. 바닥에 숨겨진 48L의 공간은 여벌의 운동화와 세차도구 등을 넣어두기에 딱 좋다. 트렁크는 버튼으로 여닫는 전동식이다. 508 SW의 짐 공간은 국내에서 파는 왜건 중 가장 넓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BMW 525d 투어링 보다도 100~ 195L 크다.

508 SW의 엔진은 모두 직렬 4기통 디젤이다. 1.6L의 경우 수동기반 자동 변속기인 6단 MCP를, 2.0L의 경우 토크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린다. 시승차의 엔진은 최고 163마력, 34.7㎏․m의 힘을 내는 2.0L. 0→ 시속 100㎞ 가속은 9.5초에 마치고 17㎞/L의 연비를 낸다. 


최근 대부분의 디젤 엔진은 정숙성이 높다. 특히 실내에선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푸조의 디젤은 그 중에서도 조용한 편이다. 보닛 쪽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차 밖에서도 디젤이란 것을 눈치 채기 쉽지 않다. 508 SW도 마찬가지다. 가속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을 때, 한층 더 조용해지는 특성도 그대로였다.

508 SW의 제원 상 가속성능은 평범하다. 실제 운전감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낮은 회전에서의 움직임은 사뿐사뿐 가볍지만 높은 회전까지 밀어내는 끈기는 없다. 그러나 추월 능력은 생각보다 좋다. 최대토크를 2000rpm부터 쏟아내기 때문이다. 시프트 패들로 회전수를 맞춰주면 한층 더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 기어를 바꿔 무는 속도도 꽤 빠른 편이다. 


대부분의 푸조 모델이 그렇듯, 508 SW의 장점은 가속성능이 아닌 거동에 있다. 508 SW에도 푸조의 반듯한 몸놀림이 그대로 담겨있다. 푸조는 날을 바짝 세우진 않는다. 때문에 자칫 508 SW가 무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잡고 조금만 달려보면, 푸조의 고급스러운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508 SW의 관절은 수축할 땐 부드럽게, 이완할 땐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불규칙한 노면에서의 충격은 단단한 차체가 분산한다. 그래서 승차감과 고속안정성이 좋다. 코너에서도 끈끈하게 돌아나간다. 무게중심 변하는 과정이 솔직한 것도 장점이다. 거동의 변화는 운전자의 허리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때문에 508 SW는 늘 내 예상대로 움직여줬다.


508 SW를 타보고 확실하게 깨달은 게 있다. 이제 왜건을 다시 볼 때가 됐다는 사실이다. 508 SW는 넉넉했다. 어떤 장르의 차와 비교해도 쓰임새가 좋았다. SUV처럼 덩치가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그리고 짐차라는 단어를 빗댈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뽐냈다. 실내는 고급스러웠다. 아울러 높은 무게 중심의 SUV에선 느낄 수 없었던 탄탄한 주행감각도 품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변하고 있다. 이제 남 눈을 의식해서 차를 고르던 시대는 끝났다. 세단 일색이던 국내 시장에 쓰임새가 다양한 모델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BMW 코리아가 올해 두 종류의 왜건을 출시한 것도, 현대차가 유럽시장용인 i40 왜건을 국내에 출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쓰임새가 다양한, 합리적인 자동차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508 SW를 꼭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글 류민 | 사진 이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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