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ML350 블루텍 4매틱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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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ML350 블루텍 4매틱 시승기
  • 류민
  • 승인 201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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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클래스는 벤츠의 SUV다. 1세대는 1997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풍만한 몸집과 적당히 둥글린 디자인을 뽐냈다. 벤츠의 일원임을 과시하듯, 이마에 쟁반만한 ´세 꼭지 별´ 엠블럼도 달았다. 안팎 분위기와 주행감각에는 여유가 넘쳤다. 마침 미국 시장에서 SUV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벤츠가 M-클래스를 미국에서 생산한 이유였다.



M-클래스는 등장과 함께 많은 화제를 모았다. 프리미엄 브랜드 최초의 ´현지 전략형´모델이자 도시형 SUV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1999년 등장한 BMW X5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X5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벤츠가 시장을 빼앗긴 원인은 차체 구조에서 비롯된 주행감각에 있었다. M-클래스가 등장할 무렵까지는 ´정통 SUV´라면 으레 기본 골격위에 차체를 얹은 프레임 보디를 기본으로 삼았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타고 넘을 때 생기는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M-클래스 역시 프레임 보디의 정통파였다. 명성 높은 오프로더, G-클래스를 빚은 벤츠다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험로 주행을 위해 설계한 프레임 보디에는 단점이 있었다. 일반 도로에서의 거동이 다소 느슨하다는 사실이었다. 1세대 M-클래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움직임이 지나치게 여유롭고 뻐근했다. 거친 길 달릴 때를 대비해 조작과 반응 사이의 간극을 넓힌 것도 문제였다. 반면 X5는 ´보통 승용차´와 같이 차체 각각의 패널들이 뼈대 역활을 하는 모노코크 보디를 밑바탕 삼았다. 강성은 떨어질지언정 몸놀림은 탄탄했다. 여느 BMW 세단처럼 아스팔트 위를 휘젓고 다녔다. SUV의 인기가 나날이 늘어갈 수록, 소비자는 일상에서 쓰기 좋은 SUV를 원하고 있었다. 험로에 뛰어들기 위해 SUV를 찾는 사람은 적었다. X5는 이런 시장 추세와도 잘 맞물렸었다.


벤츠는 결국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2005년 2세대 M-클래스에는 모노코크 보디를 도입해 벤츠 특유의 다부진 주행감각과 우아한 승차감을 꽃피웠다. 반듯한 면에 날카로운 선을 어울려 세련된 이미지도 완성했다. 당시 벤츠의 최신 파워트레인과 첨단 편의․안전 장비도 아낌없이 담았다. 그 결과 2세대 M-클래스는 이전세대보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SUV 시장 판도를 뒤엎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2년, M-클래스가 3세대로 거듭났다. 이번에는 어떤 변화가 담겨있을까. 외모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한층 더 매끈해진 차체다. 공기저항계수도 cd 0.32로 줄었다. 구석구석 너울진 곡선이 푸근한 인상의 1세대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존재감은 전에 없이 뚜렷하다. 바깥쪽으로 밀어낸 헤드램프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사다리꼴로 벌어진 범퍼의 공기흡입구 덕분이다. 


화려함의 수위도 한층 더 높아졌다. 헤드램프 윗변과 공기흡입구에 촘촘히 수놓은 LED가 이런 느낌을 주도한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박힌 세 꼭지 별 엠블럼도 한 몫 거든다. 옆모습은 이전세대와 큰 차이 없어 보인다. 완만히 떨어지는 C필러와 유리로 덮은 D필러 등 1세대부터 유지해온 M-클래스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다. 그러나 2세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반듯하게 도드라졌던 선들이 차체로 스며들어 빳빳한 셔츠에 가려져있던 근육을 드러낸 느낌이다.



실내 구성은 간결하다. 모니터를 위쪽으로 옮겨달고 오디오와 각종 스위치를 한데 묶어 깔끔하게 정리했다. 운전대도 차분한 4스포크 타입이다. 스티어링 칼럼에 붙은 변속레버 덕분에 센터콘솔 수납함도 넉넉하다. 시트는 생각보다 높직하고 머리 위 공간 역시 예상보다 여유롭다. 신형 M-클래스의 실내는 편안한 분위기다. 장르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번지는 스포티한 느낌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멀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경쟁자중 최고 수준이다. 대시보드 구석구석에는 화사한 금속성 패널과 우드패널을 덧댔다. 우드패널 아래쪽엔 은은하게 빛 밝히는 LED도 심었다. 시트와 도어트림, 센터콘솔 덮개 등의 모서리엔 꼼꼼한 바느질도 더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물론 각종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커맨드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등도 기본으로 갖춘다.



뒷좌석은 성인 세 명이 편히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뒤 시트에도 열선이 기본이다. 하지만 뒷좌석 독립 공조장치는 ML 350부터 갖춘다. 뒷좌석 송풍구는 센터콘솔 뒷면과 B필러 두 곳에 있다. 짐칸 역시 널찍하다. 성인 다섯 명분의 짐을 거뜬히 소화한다. 짐칸 크기는 평소 690L, 뒷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2,010L까지 늘어난다.



시승차는 ML 350 블루텍 4매틱. V6 3L 디젤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얹는다. 최고출력은 258마력, 최대토크는 63.2㎏·m를 낸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쓰던 이전세대 ML 300 CDI 4매틱에 비해 무려 68마력, 19.3㎏·m 높다. 성능과 효율도 대폭 개선했다. ´제로백´은 2.4초 단축된 7.4초, 연비는 약 24% 개선된 10.1㎞/L(복합연비)다.


변속기 역시 ´플러스´가 붙은 ´7G 트로닉 플러스´다. 전보다 변속 시간과 변속 충격이 줄었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패들시프트도 갖춘다. 엔진은 경쟁자중 가장 조용하다. 달릴 때는 물론, 서 있을 때조차 소음과 진동이 없다. 회전도 매끄럽다. 과장 좀 보태 가솔린 엔진보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 파워트레인은 S-클래스에도 쓰인다.



하지만 가속감각에는 디젤 터보 엔진의 고유 특성이 남아있다. 엔진 회전이 무르익어야 가속에도 활기가 깃든다. 거동에는 여유가 넘친다. 댐퍼의 수축과 이완과정이 매끄럽다. 때문에 경쟁자중 가장 빠른 가속 성능이 피부에 쉽사리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움직임은 솔직하고 반듯하다. 아울러 작은 무게 이동도 손끝과 허리에 고스란히 전한다. 따라서 다소 느긋한 고유 리듬을 파악하면 큰 덩치를 의식 않고 마음껏 휘두를 수 있다.


벤츠답게 고속 안정성은 높다. 출렁출렁 불안할 법도 하건만, 고속에 접어들면 묵직해진다. 브레이크 성능도 뛰어나다. 2.3톤을 넘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멈춰 선다. 오토 홀드 시스템과 공회전 방지 장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오토 홀드 시스템을 사용하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기 때문에 공회전 방지 장치는 엔진을 멈추지 않는다. 4매틱의 평소 앞뒤 구동력 배분 비율은 45:55. 상황에 따라 앞뒤 배분 조절은 물론, 바퀴 하나만을 굴리기도 한다.



M-클래스는 운전석 무릎보호와 뒷좌석 사이드를 포함한 9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단다. 또한 운전 습관을 기억했다가 평소와 다른 운전방식이 감지되면 계기판을 통해 경고하는 주의 어시스트도 기본으로 갖춘다. 차체가 미끄러지거나 급정거 등의 돌발 상황 때 시트 등받이를 바로 세우고 창문을 닫아 탑승자를 보호하는 프리세이프도 기본이다.



2세대 M-클래스가 프레임 보디를 버렸던 것처럼, 3세대 M-클래스도 시대에 맞는 진화 과정을 거쳤다. 2세대는 다소 거친 야성미를 자랑했던 반면 3세대는 세련되고 날렵한 이미지를 뽐낸다. 실내 역시 한층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졌다. ´승용 감각의 SUV´라는 추세를 따른 결과다. 가장 반가운 변화는 이전보다 높아진 존재감이다. 2세대 M-클래스는 매력적이었지만 개성은 희미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첨단 기술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효율과 성능이 그대로였다면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유가로 인해 M-클래스와 같이 덩치 큰 SUV들은 점차 도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M-클래스는 또 한 번 진화했다. 시장의 선구자답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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