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 스타일링과 기발한 컨셉트, 그것만으로도 초대 벨로스터의 존재 의의는 충분했다. 그러나 단순한 패션카로 남고 싶지 않았던 걸까. 2세대로 거듭난 벨로스터는 비로소 총체적인 진보를 이뤄내며 '한국형 핫해치'라는 타이틀의 근거로 거듭났다.
얼마나 바라왔던가, 해치백이 외면받는 곳에서 핫해치가 탄생하는 순간을. 이는 우리 소비자들은 물론 현대차의 짧지만 긴 숙원이기도 했다. 완전히 새로운 골격에 세련미와 탄탄함을 겸비한 섀시가 결합되니, 굳이 'N' 엠블럼을 달지 않았어도 이 차는 그 탄생의 근거가 확립되었음을 깨닫게 한다.
온갖 기대감을 품은 채 2세대 벨로스터를 처음으로 대면했다. 장난기 다분했던 얼굴은 온 데 간 데 없고, 캐스캐이딩 그릴을 입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정돈된 모습이 제법 멋스럽게 다가온다. 다만 이 이야기는, 초대 모델의 재기 발랄한 모습은 조금 옅어졌다는 의미도 지닌다.
2세대 벨로스터를 대충 둘러보다 보면, 현란하게 차체를 휘감는 캐릭터 라인 탓에 디자이너가 격식 없이 펜촉을 자유분방하게 휘갈겨 놓은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바라보면 디테일이 제법 세심하게 다듬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기에 다소 흉할 수 있는 기능적 요소들을 아주 교묘하게 숨겨놓았다는 것이 재밌다.
가령 대부분 모델들에 부착된 SCC(ACC) 센서의 경우 전면부 그릴에 위화감을 조성하며 붙어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벨로스터는 SCC 센서를 현대 엠블럼 속으로 말끔히 숨겼다. 이와 더불어 후방 리플렉터 옆에 교묘히 숨어있는 에어벤트가 숨어있고, 해치 디자인을 최대한 깔끔하게 다지기 위해 테일게이트 버튼도 리어 윈드쉴드 와이퍼 아래쪽에 감쪽같이 숨기며 심미적 요소들에 훼방을 놓지 않았다.
특히 펀카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디자인 요소들이 한 데 모여 제법 보기 좋은 디자인을 만들면서도, 기능성에도 충실했다는 점이 놀랍다. 센터 테일파이프 역시 초대 모델의 궤를 잇는 부분이며, 엔트리 모델임에도 리어 디퓨저는 꽤 본격적으로 다듬어졌다.
그러면서 해치백과 쿠페가 결합된 스포티한 스타일링은 그 뉘앙스가 더욱 짙어졌고, 우측에 쪽문 하나를 더해 실용성을 겸비한 독특한 컨셉트도 유지되어 특유의 캐릭터를 유지했다. 결론적으로 보는 재미와 신선함은 살짝 덜해졌어도 스포티한 펀카 컨셉트에는 더욱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족스러운 감정을 안은 채 실내로 몸을 옮겼다. 비대칭으로 짜여진 센터페시아 구성부터 그 캐릭터를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한다. 시동 버튼을 센터페시아에 위치시켰던 선대 모델만큼은 아니더라도 인테리어에 재기 발랄함을 심으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실내 곳곳에 새빨간 부품들을 집어넣고 덧대어 포인트를 줬고, 계기판과 대시보드 끄트머리에는 체커키 문양이 깃들어있다.
여기에 현대차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철저히 반영하여 쓸모 있는 인테리어를 구현했다. 플로팅 모니터로 구비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깔끔한 UI 덕에 보기도 좋고, 각종 버튼들이 큼직하게 재단되어 조작하기 편하다. 통풍 시트나 컴바이너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같은 고급 편의장비가 듬뿍 담겨있는 것도 칭찬할 점.
다만 고급감을 강조하는 차량은 아니다 보니 소재에 있어서는 살짝 아쉽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도어 트림 암레스트 부위와 센터 콘솔 일부,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제외하면 모두 플라스틱으로 처리가 되었기 때문. 그럼에도 각 부위별로 패턴을 달리한 촉감 차별화로 그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생각보다 크게 부각되진 않는다.
벨로스터는 차체 우측에 2열 도어를 달아 일반적인 해치백이나 세단처럼 뒷좌석에 승차할 수 있고, 여차하면 워크 인 디바이스 조작으로 운전석 쪽에서도 2열로 탑승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포티한 해치백 혹은 쿠페를 탄다는 느낌이 혼합되어 있어 재밌다. 2+1 컨셉트를 품은 벨로스터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2열 공간은 선대 모델과 비교하면 아주 큰 진보를 이뤘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여유가 살짝 더해졌다는 데에 위안을 둘 수 있다. 일단 신장 180cm 정도의 성인 남자라면 자세를 살짝 웅크려야 하고, 체구가 비교적 작은 여성들이라면 좀 더 편하게 탑승할 수 있을 만한 공간이다.
2세대 벨로스터는 과연 제대로 된 펀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앞바퀴에 힘을 전달하는 건 1.4리터 T-GDI 엔진으로, 최고출력은 140마력에 불과하지만 과급기의 힘으로 최대토크가 24.7kg.m까지 뻗는다. 여기에 성능과 효율성을 겸비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까지 합세하니 기대감은 뭉실 거리며 피어올랐다.
도로를 나아가는 기세에는 부족함이 없다. 저속 구간에서 DCT 탓에 위화감이 살짝 맴돌긴 해도 그 구간만 벗어나면 가속은 한결 매끈하다. 그러면서 일말의 화끈함까지 선사한다. 초고속으로 치달은 이후엔 배기량의 한계가 뚜렷하긴 해도, 가속 자체의 흐름이 한순간에 고꾸라지진 않는다.
이는 우선 초대 벨로스터 엔트리 모델에 장착되었던 1.6 GDI와 자동변속기 파워트레인 조합을 아득히 넘어서며 전반적인 상품성이 큰 폭으로 진일보했음을 알린다. 여기에 탄탄한 하체는 요철이 전하는 잔진동을 말끔하게 걸러낼 정도로 숙성이 잘 되었고, 스티어링에는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마저 슬그머니 전해진다.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에 무게감을 더하는 것도 이제는 능숙하다.
덕분에 18인치 휠에 225/40R 스펙의 평범한 넥센제 OE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코너를 감아들 어가는 솜씨도 제법이고, 운전대 조작에 따라 반응하는 몸놀림에도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이렇다 보니 운전을 하는 데 있어서 '재미'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지배한다. 3세대 i30에서는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더니, 이제는 진짜 재미있는 한국산 해치백이 등장했음을 당당히 알리고 있다.
물론 섀시의 포텐셜(잠재력)이 예상보다 좋았기에 아쉬워지는 건 엔진이다. 엔트림 모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도 사람이 간사하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저속 토크는 훌륭해도 절대 마력 수치가 낮은 편이라 고속에서 더욱 욕심을 부리고 싶어진다.
엔트리 모델인 1.4 터보 모델 가격표는 2,135만 원부터 시작된다. 다소 비싼 게 아닐까 싶지만 역시 가격표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2리터 자연흡기 엔진 퍼포먼스를 상회하는 1.4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 그리고 훌륭한 섀시. 여기에 ADAS 기술 일부와 버튼 시동 스마트키, 7인치 디스플레이를 기본으로 품었음을 감안하면 가격대가 오히려 합리적으로 느껴질 거다.
진정한 '재미'에 탐닉하고 싶은 사람은 카탈로그의 다른 페이지를 보라. 200마력을 내뿜는 1.6터보 엔진에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을 2,200만 원이면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적당히 스포티한 패션카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1.4T 모델이 적합하고, 그 이상의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1.6T가 정답이다.
한편, 2세대 모델은 초대 모델이 지니지 못했던 그 갈증들을 거의 완벽하게 해갈했다. 가령 헐렁했던 섀시는 그 틈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조였고, 엔트리 파워트레인 제품임에도 스포츠 주행을 어느 정도 만족시킴과 동시에 일상 주행에서 중요시되는 승차감이나 연비도 흡족했다.
나아가 i30 N의 성공사례로 보아 할 때, 추후 시장에 등장할 벨로스터 N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큰 기대감을 품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1.4T 모델에서 경험한 벨로스터의 잠재력에는 벨로스터 N이 명백한 '핫해치'일 것이란 근거가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화와 더불어 책임감도 더욱 막중해졌다.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점차 모델 포트폴리오를 개편 중인 현대차의 라인업을 바라보고 있자면, 제네시스 쿠페 단종 이후 이미지 리딩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 벨로스터 이외엔 전무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 개성 있는 제품이 점차 무시되고 있는 마당에, 벨로스터의 세대 변경과 진보는 굉장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