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80 D3 시승기
상태바
볼보 S80 D3 시승기
  • 안민희
  • 승인 2012.10.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80은 볼보의 기함이다. 보통 기함이라면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S80은 다르다. S80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또는 BMW의 5시리즈만한 크기에 여러 요소를 꾹꾹 눌러 담았다.



앞모습은 작은 그릴과 끝을 둥글린 사각형 헤드램프로 완성했다. 옆모습은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의 형태.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면을 둥글려 모난 각을 덜어냈다. 그래서 차분한 느낌의 굴곡이 넘실댄다. 과격한 선을 강조하는 것이 요즘 유행이지만 S80은 유행을 쫒을 생각이 없다. 범퍼 아래, 창틀 등 몇몇 곳에만 크롬 라인을 덧대 품위를 지키고 볼보 고유의 단단한 느낌을 유지했다. 실내 역시 단정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일명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불리는 북유럽 특유의 간결하고 용도에 충실한 디자인이 녹아들어있다. 인위적인 장식은 최대한 배제하고 조형미를 중시하는 게 특징이다.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이리저리 선을 그어 모양을 낸 검은색 알루미늄 패널을 붙였다.



센터페시아는 평평한 판을 달아놓은 형태다. 뒷면이 훤히 비어 수납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볼보는 이를 센터 스택이라 부른다. 대시보드도 판판하다. 굴곡진 부분이라면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정도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은 안쪽으로 깊게 파고들어 시인성을 높였다. 계기판 안쪽엔 원형 LCD 스크린을 두어 각종 정보를 표시한다. 구석구석엔 가죽도 꼼꼼하게 붙였다. 하지만 평소에 손이 닿지 않거나 쉽게 망가질 부분이라면 플라스틱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시트도 마찬가지다. 엉덩이 닿는 부분엔 두툼한 재질의 가죽을 씌워 오래 쓸 수 있도록 했다. 뒤 시트의 쿠션감은 보통에 가까운 편. 등받이 각도는 적당하다. 키 180cm의 성인남성이 엉덩이를 바짝 당겨 앉아도 머리 공간이 남는 수준이다.



뒤 시트는 열선 기능도 품는다. 뒷좌석 에어컨 송풍구는 B필러에 달았다. 센터 콘솔 뒷면에 단 것보다 온도 조절에 유리하다. 뒤 좌석 옆 창과 뒤창엔 태양 빛을 막아주는 햇빛 가리개도 갖춘다. 자동이 아닌 건 아쉽지만 덕분에 아늑하고 쾌적한 실내를 만든다. S80 D3의 엔진은 직렬 5기통 2.0L 터보 디젤. 넓은 실내 공간을 위해 앞바퀴 위쪽에 가로로 얹었다. 자동 6단 변속기를 통해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163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최고출력은 낮지만 힘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구간에서 넉넉한 토크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최대토크는 1500~2750rpm에서, 최고출력은 3500rpm에서 나온다.



볼보가 직렬 5기통을 고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볼보는 본래 직렬 6기통 엔진을 세로로 얹고 뒷바퀴를 굴렸다. 그러다 90년대 앞바퀴 굴림으로 성격을 틀었다. 앞바퀴 굴림 차는 대부분 엔진을 가로로 얹어 쓴다. 직렬 6기통은 가로로 얹기에는 길이가 길다. 그래서 앞바퀴 굴림 방식에 큰 엔진을 얹을 땐 V6 엔진을 주로 단다. V6 엔진은 직렬 3기통 엔진 두 개를 벌려 짝 맞춘 형태라 크기가 작다. 하지만 볼보는 V형 엔진보단 직렬 엔진으로 잔뼈가 굵은 브랜드다. 노하우를 살려 직렬 5기통을 만들었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4기통도 아쉽지 않겠건만 볼보는 5기통을 고집한다. 5기통은 4기통보다 각 기통이 받는 부담이 적어 부드러운 회전감각을 뽐내기 때문이다.



가속을 부추겨볼 심산으로 수동 모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고회전의 맹렬함은 없지만 뚝심 있는 토크를 발판 삼아 가속한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9.7초다. 자동 6단 변속기는 촘촘하게 맞물려 가속을 돕는다. 수동 모드로 6단을 맞추니 시속 100km에서 타코미터는 1500rpm 즈음을 가리켰다. 낮은 엔진 회전수는 좋은 연비로 직결됐다. 주행 가능거리는 운전방법에 따라 쉴 새 없이 변했지만, 고속도로에서 천천히 크루징 할 때 1리터 당 17km는 가볍게 넘겼다. 공인 연비가 14km/L에 육박하니 그 이상을 올리고도 충분히 남겠다. 서스펜션의 감각은 탄탄하되 부드러웠다. 노면의 충격을 단단한 차체가 부드럽게 걸러내는 느낌이었다. 고속안정성도 뛰어났다.




볼보는 안전을 브랜드 가치로 내세운다. 따라서 다양한 안전 장비를 단다. 대표적인 것으로 BLIS,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이 있다. BLIS는 운전석에서 확인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카메라로 살피다 운전자에게 경고해주는 장비다. 시티 세이프티는 앞차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경고 후,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 장비로 시속 30km이하에서 작동한다. 에어백은 앞좌석 듀얼, 사이드, 커튼 등 총 6개를 갖춘다.



S80 D3의 최대 장점은 넉넉함이었다. 운전 감각과 실내 공간이 모두 넉넉했다. 탄탄하고 부드러운 승차감과 첨단 안전장비, 편안한 뒷좌석도 큰 장점이었다. 가격도 매력적이다. S80 D3의 가격은 5340만 원. 경쟁자인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는 6190만 원, BMW 520d는 6130만원, 아우디 A6 2.0 TDI는 5780만 원이다.


글 안민희 | 사진 이인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