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스포츠카 머스탱과 카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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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스포츠카 머스탱과 카마로
  • 김상혁
  • 승인 2017.12.22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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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세기 초, 1920~30년대에 젊은 층의 운전자들로부터 경주 문화가 붐이었다. 흔히 알고 있는 드래그 경주다. 드래그 경주에서 보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보닛을 절개하고 고배기량을 얹는 등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튜닝했다. 하지만 고배기량 엔진을 얹어야 하다 보니 엔진이 외부로 노출되고 보닛을 떨어져 나간 모습 등 외관상 보기 좋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해골 문양이나 불꽃 문양 등 다양한 문양을 차체에 집어넣으면서 외관을 꾸렸고 화려한 색상으로 도색을 해댔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엔진 튜닝으로 차체 제어를 하지 못하거나 차량이 뒤집히는 등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젊은 층은 열정을 포기하지 못했고 1950년~60년대 들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젊은 층의 욕망과 욕구를 파악해 그에 걸맞은 차량을 내놓게 된다. 올즈모빌의 로켓 88, 허드슨 호넷, 닷지 차저, 폰티악 GTO, 쉐빌 SS 등이다.

머슬카라는 장르가 등장하면서 미국 시장은 유럽, 아시아와는 다른 독자적인 세그먼트를 생성하며 부흥기를 맞았다. 문화와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은 좋았지만 시작점이 됐던 젊은 층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젊은 층이 구매하기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놓은 머슬카는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젊은 층을 끌어드리기 위해 머슬카보단 작은 차체와 배기량을 얹은 모델을 내놓으며 포니카 시대를 열었다. 

포니카 시대가 열리면서 상징적인 자동차로 부각된 것이 포드 머스탱이다. 1964년 출시 처음은 2인승 모델로 나왔으나 뒷좌석을 늘리면서 범용성이 끌어올렸고 2.8리터 직렬 6기통 엔진, 7.0리터 V8기통 엔진 등 라인업을 다양하게 구축한 덕분에 머스탱은 젊은 층뿐 아니라 중산층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초 포드에서는 머스탱 판매량을 약 10만 대 안팎으로 생각했으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출시되자마자 12만 대를 찍었고 이듬해는 무려 약 60만 대 가깝게 팔려나며 모델 A 이후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가 됐다.

포드 머스탱 성공 이후 자동차 제조사들은 하나, 둘씩 포니카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중에서 포드 머스탱을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지목하며 등장한 모델이 쉐보레 카마로다. 카마로는 1966년 출시 당시 ‘카마로’의 이름이 무슨 뜻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머스탱을 잡아먹는 사악한 동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머스탱을 겨냥했었다.

카마로가 머스탱을 지목하긴 했으나 시장 상황은 머스탱의 독주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머스탱은 출시 3년이 되는 시점인 1966년 60만 대의 판매량을 찍었을 정도로 무서운 기세였다. 카마로가 머스탱을 지목한 덕분인지 첫해 판매량은 20만 대 이상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았지만 머스탱을 잡아먹기에는 부족했다. 머스탱 판매량이 주춤할 때조차 카마로는 머스탱을 넘지 못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1977년, 카마로가 약 21만 대, 머스탱이 약 15만 대로 마침내 카마로는 머스탱을 넘어섰다. 물론 그 이듬해 다시 역전 당하기는 했지만. 1982년 카마로는 3세대로 거듭나면서 다시 머스탱을 잡아먹었고 이후 엎치락 뒷치락하며 라이벌 구도를 이어갔다. 이미 시대적으로 머슬카, 포니카는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던 중이었지만 둘의 대결은 계속됐다. 특히 머스탱은 터보차저 엔진, 고성능 모델 등 지속적인 변화를 줬다. 반면에 카마로는 이렇다 할 변화 없이 명성을 유지하는 모양새였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결국 카마로는 2002년 단종의 길에 들어선다. 카마로의 단종으로 아메리카 스포츠 머슬카와 포니카의 계보는 머스탱이 독점하는 듯했다. 카마로가 영화배우로 등장하기 전에는 말이다. 카마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SF 영화 ‘트랜스포머’에 5세대 카마로 등장하며 카마로의 인지도와 인기는 또 한번 수직 상승한다. 차를 모르는 사람조차 카마로는 몰라도 ‘범블비’는 안다고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 넣은 카마로. 카마로의 부활은 아메리카 스포츠의 라이벌 구도뿐 아니라 다운사이징, 경량화, 친환경차 등 변해버린 트렌드 속에서 독자적인 장르를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흥미롭다. 변화된 상황 속에서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둘의 대결은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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