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은 중형 세단에서 다시 SUV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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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은 중형 세단에서 다시 SUV로
  • 김상혁
  • 승인 2017.11.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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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은 전통의 강자였다. 차급을 막론하고 언제나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준은 세단이었기에 항상 소비자들의 1순위 선택지에 놓였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의 약 18%를 중형 세단이 차지하며 인기가도를 달렸다. 중형 세단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부분에서 ‘무난함’ 혹은 ‘평균’을 충족시키는 차종이었다.
 
그 동안 중형 세단이 사랑 받아 왔던 이유로는 대형차만큼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은 사이즈, 적당한 가격,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을 들 수 있다. 특히 한 가정이 하나의 차를 공유하는 한국의 자동차 문화에서 소형차가 갖지 못한 범용성은 곧 중형 세단의 핵심이었다. 작은 차에 대한 취급이 나쁜 한국에서 중형세단은 적어도 최소한의 존중은 기대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주성과 넓은 트렁크 공간으로 대표되는 범용성으로 사랑 받아 왔다. 
 
중형 세단이 탄탄한 입지를 쌓고 인기 가도를 달리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차량은 쏘나타였다. 흔히 개나 소나 다 탄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중형시장을 이끈 모델이다. 자차가 없는 사람도 주위 지인을 통해서, 혹은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해 한 번쯤은 타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쏘나타는 중형 세단을 대표하는 차량이며 중형 세단을 독주하는 차량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쏘나타 타도를 외치며 경쟁자가 속속 등장했다. 특히 '고급 중형세단'을 주창하며 나타난 르노삼성자동차 SM6는는 쏘나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중형 세단에서 벗어나 한 체급 위인 그랜저와 쏘나타 중간 정도에 포진시키며 차별화를 뒀고 꽤나 성공적으로 첫발을 디뎠다. 여기에 쉐보레 말리부는 현격하게 달라진 상품성을 내세우며 이 경쟁에 끼어 들었다. 2000대 후반부터 내수시장에서 SUV에 점유율을 내주며 점차 뒤로 밀리던 중형 세단이 다시금 부흥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뿐이었다. 중형 세단이 급을 넓히고 고급화로 방향은 오히려 준대형, SUV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결과가 됐다.

중형 세단이 주도권을 잃어가는 동안 SUV 시장은 착실하게 비중을 높여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SUV 시장은 2011년부터 연 16%가량 성장해왔다. 물론 여전히 내수 판매 상위권에 그랜저와 쏘나타, 아반떼가 자리하며 세단의 확고한 입지를 지켜내고 있지만 관심도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특히, 소형 SUV이 티볼리 독주체제에서 경쟁 체제로 바뀌면서 주목도를 단번에 SUV 시장으로 바꿔버렸다.

내수 SUV 시장은 소비자 수요와 인지도가 늘어가고 있었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혼란과 위기가 더 많았다. 디젤 엔진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으로 비치면서 배척당할 위기에 처해졌고 크로스오버의 등장 등으로 포지션이 겹치기도 했고 온 로드와 오프로드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해야 했다.
 
안티도 대중의 관심 표현이라는 연예인들의 이야기처럼 SUV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은 곧 관심과 선택의 척도가 됐다. 예컨대 소형 SUV 시장을 독점하던 티볼리와 그 윗급인 투싼을 비교하며 구매 결정을 내리고 니로를 마음에 둔 채, 한편으로 모하비를 둘러보는 것처럼 말이다. SUV의 영역이 다변화된 탓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각자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차종을 고르는 재미가 있겠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장 파악에 힘을 쏟아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현대자동차는 코나와 스토닉을 투입하며 소형 SUV 시장 공세에 나섰고 르노삼성자동차는 QM6로 중형 SUV 방면에서 불을 지폈다. 더해서 가솔린 모델 투입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SM6 때처럼 틈새시장을 공략할 셈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한국지엠이다. 각 제조사는 SUV 라인업을 갖추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한국지엠은 별다른 대안이 없다. 트랙스는 재주만 넘은 채 열매를 다른 경쟁자들에게 넘겨줬고 캡티바는 단종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에퀴녹스와 트래버스를 들여온다는 소문은 무성하기만 할 뿐이고,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이른 시간에 에퀴녹스와 트래버스가 진출하게 된다면 또 한번 국내 SUV 시장은 파란이 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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