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가 모두 뛰어든 소형 SUV 시장은 혈기 넘치는 2-30대 청년들부터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적당한 SUV가 필요한 장년층들까지 모두 주목하고 있는 포괄적 시장이다. 가장 하위급인 엔트리 SUV이지만,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엔트리 모델이라는 `핑계`로 엉성한 만듦새나 품질에 결코 수긍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차를 타더라도 풍부한 편의장비쯤은 기본인 세상에 살고 있다.
파이를 키워가는 시장에서 각자의 솜씨를 뽐내는 소형 SUV 다섯 차종을 시승했다. 대중성이 높은데다,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차종들인 만큼 실제 자동차 소유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들을 집어보려 했다. 시승을 통해 습득한 연비와 소음 등의 데이터를 통해 각자의 파워트레인이 지닌 경쟁력에 대해 파헤쳤다.
코나를 제외한 네 대의 경쟁자 모두 경유를 섭취하는 디젤 SUV였다. 따라서 아이들링 시의 소음을 측정하여 제조사들이 얼마나 방음 대책에 신경 썼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다만 해당 기사는 소비자들에게 참고가 되고, 작은 도움이 되기 위한 것으로 맹신은 금물이다. 아울러 정확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스마트폰 소음 측정 어플리케이션으로 진행했음을 미리 알린다.
내부 측정은 운전석 쪽에서 에이컨을 틀지 않은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행했고, 외부에서는 보닛 바로 위에서 측정하여 엔진 소음 대비 방음이 얼마나 잘 되었는가를 판단하려 했다.
측정 결과, 위의 표와 같이 티볼리의 보닛 아래에 담긴 디젤 심장이 단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가장 조용한 차는 다름아닌 코나였다. 그러나 가솔린 엔진을 품었기에 크게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디젤 모델 중 가장 고요한 실내를 자랑했던 차는 기아 스토닉이었다. 아울러 스토닉은 엔진 소음 자체는 쉐보레 트랙스와 유사한 편이었으나, 실내 소음 측면에서 트랙스와는 차이가 제법 있었다.
한편, 가장 시끄러운 심장을 가졌던 티볼리는 방음 대책이 상당한 신경을 써서 제법 조용한 실내를 환경을 조성했다. 실제로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실내로 들어차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진 룸 여기저기를 방음재로 뒤덮은 흔적이 엿보였다.
결과적으로 티볼리가 방음 대책에 가장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안겼다. 스토닉 역시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한 편이었다. 물론 수치는 꽤 높지만 체감상으론 QM3와 트랙스도 거슬릴 정도의 소음을 내는 건 아니었다.
소음 측정 이후, 동일한 장소를 오가는 두 구간을 통해 연비를 측정하기로 했다. 모두 시작점에서 트립컴퓨터를 새로 설정하고 20km 거리의 고속 위주 주행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연비 테스트 결과를 알아보기 전에 각 선수들의 정부 공인 연비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정부가 인증한 연료효율성이 뛰어난 소형 SUV는 르노삼성 QM3다. 사실 스토닉도 15인치 타이어를 신으면 연비가 소폭 상승하지만, ISG(아이들링 스톱 & 고) 기능까지 품은 QM3를 넘어서진 못한다.
가솔린 터보 엔진에 거대한 18인치 휠, 4WD 시스템까지 하체에 구비한 코나는 페이퍼 스펙 측면에서도 연비가 가장 낮았다. 나름 매콤한 터보 엔진 특유의 짜릿함과 연비를 맞바꾼 셈이다.
그런데 막상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기자들의 귀를 사정없이 공격한 자동차는 코나였다. 상대적으로 하부 방음대책이 부족한 것인지 노면 소음을 비롯한 풍절음이 사정없이 귓가를 맴돌았다. 가만히 서있을 때는 고요하게 숨죽이더니, 도로를 박차고 나오니 과급기 돌아가는 소리도 꽤 거슬리게 느껴졌다.
뒤이어 QM3도 주행 시에는 제법 귓가를 간질였다. 나머지 차종들은 크게 뛰어나지도, 크게 모자라지도 않았다. 어느 측면에서든 숫자로 압도하던 코나가 크게 휘청거렸던 순간이었다.
연비 측정을 시행한 고속도로 위주 코스의 경우 20km를 살짝 넘기는 거리였고 도심 구간에서도 크게 번잡하지 않았다. (수서역 –> 미사리 조정경기장) 반면, 15km 거리의 시내 코스는 교통량이 절정인 시간대였다. 소형 SUV 다섯 차종들이 상당히 격한 교통 혼잡에 모두 진땀을 뺐다.
운전습관이 각자 다른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은 터라 아주 정확한 측정이라고 할 순 없으나, 고속도로 위주 코스에서 가장 뛰어난 효율성을 보여주는 차량은 QM3가 압도적이었다. 사용하긴 불편해도 QM3 크루즈컨트롤까지 구비했고, 1.5 dCi 엔진과 게트락제 변속기 궁합은 찰떡이었다.
반면, 짜릿한 가속감 덕에 가속 페달을 짓이긴 건지 코나는 고속도로 위주 코스에서도 리터당 11km에 불과한 연비를 뽑았다. 당시 코나를 몰았던 윤 모 기자는 옆에 기자 한 명이 더 타서 연비가 적게 나온 것이라 항변했다.
시내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시승을 진행한 기자들도 물음표를 던졌다. 트랙스가 QM3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ISG 덕에 단연 압도적인 면모를 보일 것 같았던 QM3는 아쉽게 3위를 차지했다. 물론 4위와의 격차가 매우 커서 1위에서 3위까지는 도토리 키 재기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한 티볼리와 코나는 나란히 4-5위를 차지했다. 확실히 4WD 옵션은 도심 주행을 주로 하는 소비자에게는 크게 득이 될 것이 없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티볼리는 디젤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시내 주행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부 공인 연비와 비교해서 실제 연료효율성이 뛰어났던 차종은 의외로 트랙스였다. 지금은 PSA의 품에 안겼으나, 한 때 형제 브랜드였던 오펠의 엔진 만들기 솜씨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QM3와 스토닉의 고속도로 주행 연비 역시 발군이었다.
우열을 가리긴 했으나 기자들 사이에선 다섯 경쟁자 모두 '제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매력을 발산한 자동차도 있었고, 판매량 순위에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모델도 있었다. 각 브랜드의 자동차 만들기 철학에 따라 특색이 잘 드러났던 비교 테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