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추구하는 랜드로버의 브랜드 정신을 상징하는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8년만에 5세대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오는 7월 출시할 신형 디스커버리의 출시에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우수한 험지 주파 능력과 더불어 뛰어난공간활용성, 우수한 견인능력을 겸비한 정통파 SUV 모델로, 1989년 초대 모델의 등장 이래 150만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이기도하다.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그동안 이어져왔던 디스커버리+숫자방식의 네이밍을 더이상 사용 하지 않는다.
‘가장 다재다능한 프리미엄 패밀리 SUV’를 표방하며대대적인 변화를 거친 신세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직접 경험하며 그 매력과 실력에 대해 알아 본다. 시승한디스커버리는 3.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퍼스트 에디션 모델이다. VAT포함 가격은 1억 560만원.
공기와의 타협을 결의한 디자인
과거부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공기가 어떻게 차를방해하든 신경 쓰지 않는, 수직적이고 각 잡힌 외모가 특징이었다. 하지만새로운 디스커버리는 그와는 정 반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전반적으로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외형을 크게확장한 듯한 인상이다. 때문에 차체의 형상에서부터 이전 세대 디스커버리와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이전 세대와의 접점이라면 2열좌석과 3열좌석 사이의 계단식 루프 형상과 비대칭형 디자인의 테일게이트 뿐이다. 이마저도테일게이트는 기존의 상하단으로 분리되는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일체형 해치도어를 쓰고 있다.
이러한 외관 디자인은 얼핏 미국계 중~대형 크로스오버 SUV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새로운 외관 디자인으로 거듭난 디스커버리는 전고를 기존에 비해 40mm 가량낮추고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도입을 통해 공기저항계수를 0.33cd까지 낮췄다. 과거의 디스커버리에 비하면 그야말로 공기와의 대대적인 타협을 결의한 외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차체 길이와 폭, 그리고높이는 각각 4,970mm, 2,000mm, 1,850mm로, 디스커버리가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할 상대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계 고급 SUV들(BMWX5, 메르세데스-벤츠 GLE, 볼보 XC90 등)과 비등한 수준으로 덩치가 커졌다. 여기에 디스커버리는 사양에 따라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할 수 있어, 최대 접근각 34도, 이탈각 30도, 램프각 27.5도를확보하고 있다.
또한, 시승하게된 디스커버리 퍼스트 에디션에는 퍼스트 에디션만을 위한 전용의 디테일들이 자리해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휀더 장식 커버는 블랙 페인팅을 입혔고 전용의 22인치 알로이 휠도 신었다. 여기에 앞뒤 도어를 모두 열면 B필러에 퍼스트 에디션 엠블럼을 숨겨놓은 재치도 돋보인다.
더 고급스럽고 넉넉해진 실내공간
실내는 수평형의 대시보드와 이를 가로지르는 수직 구조로연결된 센터페시아 및 플로어 콘솔 등, 다분히 랜드로버의 색채가 드러나는 감각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또한, 레인지로버 라인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급 소재 적용과향상된 마감 및 조립품질이 눈에 띈다. 또한, 퍼스트 에디션에는플로어 콘솔에 퍼스트 에디션 엠블럼을 새겨 넣는 한 편, 메마른 사막에서 영감을 얻은 전용의 금속 마감재로악센트를 주며 더욱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다.
새로운 디스커버리에는 신형 재규어 및 랜드로버 차종에적용되는 인컨트롤 터치프로가 전모델에 기본 적용된다. 여기에 랜드로버 영국 본사와 협조하여 랜드로버코리아가자체 개발한 랜드로버용 티맵 서비스는 물론, 지능형 음악 서비스를 새로이 탑재했다. 오디오는 메리디안의 사운드 시스템을 사용한다.
앞좌석은 안락하다.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안락한 착좌감을 지닌 앞좌석은 전동조절 기능과함께, 요추받침, 그리고 내측에 별도의 조절식 팔걸이까지마련되어 있다. 시승한 퍼스트 에디션에는 3단계로 조정되는열선 및 통풍기능까지 마련되어 있다.
벤치 형태로 만들어진 2열 좌석은 일반적으로 2인 승차를 상정하고 설계하게 되는 2열 벤치형 좌석과는 달리, 3인 승차를 조금 더 고려한 디자인이특징이다. 2열좌석은 우수한 착석감은 물론, 등받이의 각도조절은물론, 전후 거리 조절까지 가능하다. 실내공간은 성인 남성에게도여유로운 거주성을 제공할 만큼 넉넉하다.
독립식 2인승좌석 구조를 취하고 있는 3열 좌석은 상당한 수준의 공간 설계가 돋보인다. 스타디움 개념을 적용한 다소 높은 좌석 위치와 디스커버리 특유의 계단형 지붕을 통해 구현된 충분한 머리 공간덕분에 여타의 7인승 SUV들과는 확실히 다른 거주성을 제공한다. 물론, 랜드로버가 주장하는 190cm의성인 남성을 승차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일반적인 체격의 성인 남성 정도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만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트렁크 공간은 커진 차체를 십분 활용한 듯, 동급 최대 수준의 용량을 자랑한다.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의 최대짐 공간이 2,406리터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2열과 3열좌석을 모두 접은 상태에서의 이야기다. 3열 좌석을 접은 상태의 트렁크 용량은 이전에 비해 더 좁아진 느낌이다. 테일게이트는기존의 상하로 나뉜 구조가 아닌, 통상적인 해치도어를 사용하고 있다.그 대신, 업계 최초로 적용한 전동식 내부 테일게이트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 내부 테일게이트는 300kg의 하중을 버틸 수 있어, 보통의 성인 남성 3명이 올라타도 문제 없다. 내부 테일게이트는 세워 놓은 상태의 경우, 트렁크의 짐이 쏟아지지않도록 막아주는 기능도 한다.
이 외에도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2열과 3열 좌석에 총 4개의ISO FIX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를 지원하고 사양에 따라 무려 9개나되는 USB 충전 포트를 제공하는 등, 승객 편의에 신경을썼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시트를 원격으로 접을 수 있는 인텔리전트 시트 폴드기능을 채용하고 방수가 가능한 밴드 형태의 액티비티 키 등을 도입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장비들이 적용되어 있다.
향상된 온로드 성능과 안락한 승차감
시승한 디스커버리의 파워트레인은 기존부터 사용해 왔던 3.0리터급 디젤엔진과 ZF의 8단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3.0리터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3,750rpm, 최대토크는 61.2kg.m/1,750~2,250rpm에달한다. 엔진에서 생성된 동력은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또한, 정통파 SUV임을 주장하는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까지 적용되어 있다.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정숙하고 안락하다. 특히 승차감의 경우, 과거의 정통파 SUV가 아닌, 모노코크 구조를 채용한 오늘날 대부분의 크로스오버 SUV들과 유사한 감각으로 변모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출렁이거나하는 약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무게중심이 높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고, 시트 포지션도 여타의 SUV들에 비해서 굉장히 높기 때문에 승용차처럼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6기통 디젤 엔진은 대체로 정숙하고 회전질감도 부드러운 편이어서 운전 중에 달리스트레스를 안겨주지 않는다.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같지만 480kg이라는 살인적인 체중감량을 통해 한결 가벼워진 디스커버리. 그만큼가속은 한결 정직하고 힘차다. 디젤 엔진인 만큼 스로틀의 응답성은 S모드에서조차약간의 여유가 있고, 체감 상 터보랙도 다소 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회전 수가 어느정도 상승하면, 매섭게 몰아치는 토크의 물결이 차체를 사정없이 전방으로 밀어 붙인다. 다만, 본격적인 고속주행에 들어가면 속도가 붙는 기세가 확연히 누그러지는것이 보인다.
랜드로버는 새로운 디스커버리를 내놓으면서 온로드 주행성능의 향상을 크게 강조한 바 있다. 고속 주행 중 나타나는 직진 안정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는 공기역학적으로 변신을 이룬 외관 디자인과 가볍고 탄탄하게 만들어진 섀시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승코스인 중미산 등지에 펼쳐진 와인딩 코스에서는더욱 커진 덩치와 길어진 휠베이스 등을 감안해도 기대 이상의 코너링 실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한층 가벼워진차체와 더불어 영리한 상시사륜구동과 에어서스펜션의 능력에 힘입은 결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높은 무게중심과 다소 느슨한 감각을 보이는 조작계통 전반의 조작감과 응답성 때문에 전반적인 조종성은전통적인 SUV에 더 가깝다.
최상급 오프로드 성능은 그대로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외관 디자인만 송두리째 바꾼 것이아니라, 전통의 프레임-온-바디형식의 차체구조를 버리고, 새롭게 도입한 알루미늄 인텐시브 차체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480kg이라는 살인적인 수준의 감량을 달성했지만, 프레임-온-바디 구조를기본으로 하는 정통파 SUV와는 한 발 멀어졌다고 할 수 있다.
랜드로버는 마치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새로운 디스커버리의 시승행사에서 온로드 성능 만큼이나 오프로드 주행 능력을 강조했다. 특히, 행사 장소인 양재 화물 터미널에 랜드로버 차량을 위한 특설코스를 설치함은 물론,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하게 될 유명산 내에도 별도의 특설 코스를 마련했다.
오프로드 성능을 확인하기 전, 사전 연습이라 할 수 있었던 양재 화물 터미널의 특설 코스에서는 새로운 디스커버리의 능력을 대략적으로 체험할수 있었다.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가파른 경사로와 함께, 계단, 모굴(Mogul) 코스, 시소형구조물, 깊이 70cm 가량의 물웅덩이, 강제로 접지력을 잃게 하는 롤러 코스에 이르는 다양한 구조물을 가뿐하게 통과해내며, 오프로더로서의 실력이 건재함을 알렸다.
특히 강한 충격이 연속적으로 들어오는 계단 코스는물론 큰 충격이 들어오게 되는 시소 코스, 좌우 네 바퀴가 번갈아 가며 큰 충격을 받아내야 하는 모굴코스에서 디스커버리의 에어 서스펜션은 시종일관 능숙하게 충격을 흡수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경사로를 측면으로 오르는 코스에서는 스스로 차체 수평각도를 보정하여 전복을 억제하는 등의 모습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코스를 주행한 차량 그대로 목적지인 유명산 활공장을 향했다.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에어서스펜션 사용시, 접근각 34도, 이탈각 30도, 램프각 27.5도를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설계로 기존의 700mm에비해 크게 향상된 900mm에 달하는 도하 능력까지 얻었다. 또한정통파 SUV의 기본 소양 중 하나라고 할 수 잇는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갖췄으며, 이를 활용한 경사로 보조 시스템까지 존재한다. 랜드로버의 전자식지형 감응 시스템, 터레인-리스폰스를 갖췄음은 물론이다.
새로운 디스커버리의 알루미늄 차체구조는 거친 오프로드환경을 잘 버텨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프로드 시승이 진행된 곳은 유명산의 ATV용 코스로, 폭이 좁고, 흙길과돌들이 무성한 길이 뒤섞인 코스였다. 새로운 디스커버리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을 경험해보기에 적당한 장소라고할 수 있었다. 돌이 무성한 임도에서 디스커버리는 운전자에게 일말의 불안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준수한 능력을 지닌 서스펜션의 도움으로 노면에서 받는 충격을 교묘하게 흡수해내며 차체는 일말의 요동도 치지않았다. 영리하게 구동력을 제어하는 상시사륜구동의 능력 역시 디스커버리의 오프로드 주행 실력을 뒷받침한다.
또한, 근래의SUV 사이에서 대부분 사장되다시피 한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의 존재 역시 인상적이다. 접지력이 현저히 부족해지는 오프로드에서 급격한 오르막 혹은 내리막 경사로를 만나게 되면, 이것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디스커버리의 저속기어는 토크에 비해바퀴의 회전을 줄임으로써 내리막에서 브레이크의 조력을 줄이면서도 브레이크 조작에 의한 미끄러짐을 방지할 수 있고,회전력의 극대화를 통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최대의 견인력으로 등판할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차체구조를 뒷받침하는 각종 하드웨어들의 충실한 보조를 통해 구현되는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디스커버리와 함께 하는 오프로드 주행을 보다 손쉽게 만들어주는 원천이다.
마치며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정통파 오프로더로서의 성격보다유럽식 고급 SUV로서의 성격이 훨씬 강조되어 있다는 것을 시승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전혀 다른 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더 크고, 더 편안하고, 더고급스러워졌으며, 오프로드 주행의 경우에는 각종 첨단 장비들의 도움으로 한결 더 손쉬워졌다. 이전까지의 디스커버리가 외형은 투박하지만 철저하게 기능성에 중점을 둔 아웃도어용 재킷이라면,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고급 정장 브랜드에서 만들어진 사파리 자켓에 더 가깝다.
초대 모델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체성을 내려놓고 고급SUV로서 다시 태어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가장 다재다능한프리미엄 패밀리 SUV’를 표방하는 새로운 디스커버리는 이미 4월실시한 사전 계약에서 20일만에 500대를 넘게 수주한 바있다. 새로운 디스커버리의 정식 출시 후 시장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여줄 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