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5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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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 57/62
  • 류민
  • 승인 201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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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는 1909년 설립된 독일의 자동차 회사다. 창업자는 빌헬름 마이바흐.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유명세를 떨친 독일의 엔지니어다. 그는 고틀립 다임러와 함께 내연기관 바이크와 4기통 가솔린 엔진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뿌리인 메르세데스의 첫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메르세데스-벤츠 탄생의 주요 인물로 손꼽힌다.



좌측부터 칼 벤츠, 빌헬름 마이바흐, 고틀립 다임러


당대 최고의 엔지니어가 이끌던 마이바흐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 할 때까지 채플린 DS7와 DS8, 마이바흐 12 등의 고급차를 생산했다. 특히 5.5m가 넘는 차체에 V12 엔진을 얹은 채플린 DS8은 당시 독일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고급차로 유명했다. 하지만 마이바흐는 전쟁이 끝난 후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1960년 다임러에 인수됐다.


‘다임러’는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든 칼 벤츠의 Benz Cie와 자동차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틀립 다임러의 Daimler Motoren Gesellschaft(DMG, 다임러)가 1926년 합병해 태어난 회사다. 설립 당시 ‘다임러-벤츠’였으나 1998년 크라이슬러 인수 후엔 ‘다임러-크라이슬러’로, 2007년 크라이슬러를 되판 후엔 ‘다임러’로 이름을 바꿨다. 다임러의 대표 브랜드는 메르세데스-벤츠. 때문에 현재의 마이바흐는 벤츠의 고급차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마이바흐 채플린 DS8과 마이바흐 62


다임러는 1997년 도쿄모터쇼에서 마이바흐 컨셉카를 선보였다. 그리고 2002년 마이바흐 57과 62를 발표했다. 1941년 생산을 중단했으니 61년만의 부활이었다. 57과 62는 차체 길이와 옵션이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차다. 57의 길이는 5730㎜, 62의 길이는 6150㎜로 모델명에 사용된 숫자는 차체 길이를 의미한다. 다임러가 30년 이상 묵혀둔 마이바흐 브랜드를 꺼내든 건 벤츠보다 고급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이바흐 컨셉카를 발표할 때 즈음, 고급 대형차의 대명사인 벤츠 S-클래스는 BMW 7시리즈와 아우디 A8의 도전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존심 강한 다임러는 경쟁자를 따돌릴 모델이 필요했다. 아울러 1998년 BMW 그룹은 롤스로이스를, 폭스바겐 그룹은 벤틀리를 인수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오랜 재정난에 시달렸을지언정 고급차 이미지는 어떤 회사보다 강력했다.



1991년부터 1998년까지 생산한 W140 S-클래스


게다가 1991년 데뷔한 S-클래스(W140)는 공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각진 차체로 인한 거대한 몸집 때문이었다. 다임러는 모델 라인업을 재정비 할 필요가 있었다. 1998년 S-클래스(W220)는 크게 보이려는 수법을 쓰지 않았다. 이전 모델과 실제크기는 비슷했지만 한 체급 작은 모델로 보였다. 차체 구석구석을 둥글게 다듬었기 때문이다. S-클래스의 변신은 마이바흐의 부활이 예정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이바흐 57은 62보다 짧지만 S-클래스(W220)의 롱 버전보다 무려 572㎜나 길다. 벤츠 모델이 체급에 따라 250~300㎜의 길이차이를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꽤 큰 차이다. 실내 공간 크기를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304㎜가 길다. 마이바흐 62는 큰 덩치로 유명한 경쟁자, 롤스로이스 팬텀의 롱 버전보다 차체길이는 물론 휠베이스마저 길다.



마이바흐 57과 62


하지만 의외로 마이바흐는 커 보이지 않는다. 57은 S-클래스 롱 버전과 비슷해 보이고 62는 팬텀보다 작아 보인다. 경쟁자인 팬텀과 벤틀리 뮬산은 차체 모서리에 힘을 줘 웅장한 느낌을 낸 반면 마이바흐 57/62는 차체 곳곳에 너울진 곡선으로 우아한 느낌을 냈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테일램프 등의 세부 요소 역시 부드러운 인상으로 다듬었다. 마이바흐 57/62가 실제보다 작아 보이는 까닭이다. 마이바흐 57/62의 겉모습엔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특징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를 잇는 캐릭터 라인 아래 부분을 차체와 다른 색으로 칠할 수 있는 것. 어깨선을 중심으로 위아래 색이 다른, 독특한 옆모습을 뽐낸다. 둘째는 트렁크 밑변을 따라 연결 된 테일램프. S-클래스(W220, W221)와 비슷하게 보일 법한 뒷모습에 견고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팬텀과 뮬산 등의 경쟁자는 파격적인 균형으로 개성을 뽐내지만 마이바흐 57/62은 조화로운 균형을 중시했다. 마이바흐 57/62의 디자인을 총괄한 이는 스티브 마틴. 비례를 중시한 다소 여성적인 디자인은 그의 다른 작품에도 녹아있다. 1998년의 S-클래스(W220)와 2001년 SL-클래스(R230), SLR 등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실내엔 벤츠 느낌이 짙게 드리웠다. 특히 앞좌석 풍경이 그렇다. 대시보드 레이아웃과 시트 형상 등이 S-클래스(W220)와 CL-클래스(C215) 등과 유사하다. 심지어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변속 레버 등은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다. S-클래스와 CL-클래스는 벤츠의 최고급 모델. 그들의 부품은 의심의 여지없이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마이바흐57/62의 가격이 이들에 비해 3배 또는 그 이상 비싼 점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좌 C215 CL-클래스, 우 W220 S-클래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바라보면 벤츠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벤츠보다 화려함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일단, 다리를 쭉 뻗어도 여유 있는 무릎 공간을 자랑한다. 뒤 시트는 마사지 기능과 열선·통풍기능을 한다. 또한 항공기의 일등석 좌석처럼 등받이 각도 조절과 다리받침 기능을 갖춘다. 아울러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오디오, DVD, 디지털TV 등)과 뒷좌석 전용 테이블, 냉장고와 뒷좌석 선루프 등이 옵션 또는 기본으로 준비된다. 사실, 마이바흐 57/62는 대부분 주문제작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정확한 옵션을 파악하기 힘들다. 200가지가 넘는 선택 사양이 준비되기 때문이다.




마이바흐 57/62의 V12 5.5L 엔진은 터보차저 두 개와 맞물려 최고 551마력, 91.7㎏·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높은 최대토크를 감안해 자동 5단을 단다. 0→ 시속 100㎞ 가속을 57은 5.2초, 62는 5.4초에 마치고 두 모델 모두 시속 250㎞의 최고속도(제한)와 5.3㎞/L의 공인연비를 낸다.




2011년 11월, 다임러의 회장 디터 제체는 마이바흐 브랜드의 단종을 발표했다. 따라서 마이바흐 57/62는 2013년까지만 판매될 예정이다. 마이바흐의 빈자리는 S-클래스 ‘Pullman(풀만)’ 모델이 대체한다. 풀만은 1963년 벤츠 600부터 시작된 벤츠의 리무진(롱 휠베이스) 모델이다. 이후 S-클래스 모델중 하나로 자리 잡아 유명인사 의전차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마이바흐 브랜드의 단종은 판매부진 때문이다. 판매가 부진했던 이유는 상품성 문제가 아니었다. 원인은 내부에 있었다. 바로 벤츠 S-클래스였다. 다임러는 벤츠와 마이바흐의 영역을 명확하게 나누는데 실패했다. 벤츠가 S-클래스에 쏟는 각별한 애정과 S-클래스가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명성 등이 마이바흐의 발목을 잡았다.


마이바흐 57/62만 보면 전혀 문제없어 보인다. 화려하진 않지만, 곳곳에 벤츠의 높은 완성도가 녹아있다. 특히 우아한 외모와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 강력한 성능 등은 경쟁자 사이에서 빛을 발한다. 단종이 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바흐 57/62의 구매이유가 충분한 까닭이다. 벤츠가 만든 벤츠 이상의 고급차란 점도 매력이다. 마이바흐가 첫 단종부터 부활까지 걸린 시간은 61년이었다. 마이바흐 57과 62의 소비자 가격은 5억 7천과 8억 5천만 원. 입맛에 따라 차를 꾸미면 가격은 달라진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다임러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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