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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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 류민
  • 승인 201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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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60은 볼보의 중형 SUV다. BMW X3와 아우디 Q5, 벤츠 GLK 등과 경쟁한다. 차체 안팎에 너울진 화려한 곡선과 탄탄한 자세는 볼보의 새로운 스타일을 예고한다. 또한 ‘안전의 볼보’답게 다양한 안전장비도 갖췄다. 특히 XC60은 볼보의 저속 전방충돌 방지장치, 시티 세이프티를 처음으로 도입한 모델이다.



볼보는 손 베일 듯 각진 디자인을 고집했다. 1974년 등장한 200시리즈부터였다. 모서리에 힘준 차체는 단단한 느낌을 냈다. ‘안전의 볼보’라는 이미지에 힘을 더했다. 실제로 안전 최우선의 볼보 철학에서 비롯된 디자인이었다. 특유의 든든한 느낌에 매료된 다수의 팬도 있었다. 볼보의 고집은 90년대 후반, 900시리즈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신뢰 가는 다부진 디자인은 별안간 시대에 뒤쳐지는 둔탁한 디자인으로 폄하됐다. 90년대 접어들며 높은 강성과 화려한 디자인을 동시에 품은 경쟁자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볼보의 일관된 고집은 튼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을지언정 변화를 원하는 이들에겐 외면당했다. 마당쇠 같은 볼보의 우직한 매력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갔다.


1세대 S80


그러나 볼보는 1927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한 저력 있는 브랜드. 1998년 S80으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S80은 매끈하게 다듬은 차체를 뽐냈다. 아울러 볼보 기함 최초로 앞바퀴를 굴렸다. 볼보로선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이 변화는 당시 볼보 수석 디자이너인 피터 호버리가 이끌었다. 볼보의 첫 SUV인 XC90과 하드톱 컨버터블 2세대 C70 등도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그는 훗날 MK시리즈로 링컨의 혁신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편, 1999년 볼보는 포드의 자회사로 영입됐다. 포드는 볼보 외에 에스턴마틴과 링컨,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을 모아 PAG(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유럽차 회사를 압도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 피터 호버리도 포드 지시에 따라 PAG로 이적했다.


좌측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에스턴마틴, 링컨, 재규어, 랜드로버


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회사를 한데 묶는 건 쉽지 않았다. PAG의 일원들은 서로 융합은커녕 각자 맡은 성과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결국 포드는 PAG로 꿈꾸던 야망을 접었다. 링컨을 제외한 회사들을 되팔았다. 회사설립 11년만의 일이었다. 그러나 볼보는 달랐다. 탄탄히 다져온 볼보의 기본기는 포드와 PAG의 큰 재산이었다. 가령, 1998년 S80에 쓰인 볼보의 ‘P2 플렛폼’이 좋은 예다. P2 플렛폼은 데뷔 10년이 넘은 지금도 포드 새 모델에 쓰인다. 포드는 P2 플렛폼을 약간 손봐 D3, D4 플렛폼을 만들었는데, D3 플렛폼은 2008년 포드 토러스와 2009년 링컨 MKS 등에, D4 플렛폼은 2011년 포드 익스플로러 등에 쓰인다.


좌측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C30, S40, XC90, S60


또한 볼보는 새 모델을 끊임없이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전체 라인업의 세대교체를 마무리했다. S80에서 선보인 새로운 디자인을 모든 모델에 녹여냈다. XC90과 C30 등의 새 모델도 발표했다. 하지만 볼보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원했다. ‘안전하기만 한 차’에서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차’로 거듭나고 싶어 했다. 도약을 위해선 피터 호버리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볼보가 모든 모델의 세대교체를 끝낼 무렵, 메르세데스-벤츠 시니어 매니저로 있던 스티브 마틴을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한 이유였다. 스티브 마틴은 1998년 S-클래스(W220)와 2001년 SL-클래스(R230), 마이바흐57과 62, SLR 등 당시 벤츠의 최고주가를 달리던 모델을 그린 스타 디자이너였다.

좌 2세대 S80, 우 2세대 XC70


스티브 마틴이 볼보에 출근하기 시작한 건 2005년 5월. 이후 볼보는 2006년 C30과 S80, 2007년 XC70 등을 출시했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초기 디자인에서 모델 개발까진 평균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스티브 마틴이 주도한 첫 볼보 모델은 200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중형 SUV, XC60이었다. 많은 이의 기대만큼, XC60엔 새로운 볼보의 모습이 담겨있다. 다른 볼보 모델은 물론 한 체급 위의 SUV인 XC90과도 공통점이 별로 없다. 스티브 마틴이 “XC60은 트렁크에 붙은 ‘VOLVO’ 글자 외엔 같은 점이 없는 완전 새로운 볼보다”라고 자신 할 정도다. 스티브 마틴은 심지어 볼보 고유 엠블럼에도 손을 댔다. 사각형에 담겨있던 아이언 마크를 밖으로 꺼내고 크기를 키웠다.



엠블럼을 품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 역시 키웠다.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에 붙인 얇은 주간주행등은 사나운 느낌을 낸다. 얼핏 세로로 나뉜 벤츠 E-클래스 헤드램프와 비슷해 보인다. 보닛을 타고 범퍼까지 내려온 두 가닥 선은 날렵한 앞모습을 연출한다. 헤드램프와 테일렘프를 이은 어깨선으로 탄탄한 느낌의 옆모습을 완성했다. 뒤 펜더에선 어깨선이 더욱 도드라진다. 뒤쪽으로 갈수록 폭을 좁힌 지붕 때문이다. 벨트라인은 한껏 끌어올려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테일램프는 D필러를 타고 내려와 뒤 펜더로 벌어진다. XC와 V시리즈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XC60의 테일램프는 어깨선을 타고 넘는 곡선을 한층 강조해 더욱 화려해졌다.


XC60은 확실히 이전 볼보 모델과 다르다. 하지만 파격적인 시도는 없다. 변화의 핵심은 비율과 균형, 그리고 조화다. 패널간의 치밀한 비율과 차체 곳곳에 어우러진 곡선이 역동적이고 다부진 자세를 만든다. 스티브 마틴이 빚은 벤츠 모델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실내도 외모만큼 화려해졌다. 대시보드 위에서 쏟아 오르던 모니터는 센터페시아로 이동했다. ‘센터스택’이라고 부르는 볼보 특유의 센터페시아는 더욱 얇고 정교해졌다. 투박한 느낌을 내던 각종 버튼들 역시 깔끔하게 정리했다. 각각의 패널은 서로 꽉 맞물려 높은 조립 완성도를 자랑한다. 시트와 도어트림 등을 감싼 촉촉한 가죽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낸다. 볼보 자동차 코리아는 세 종류의 엔진을 단 XC60을 국내에 수입한다. XC60 D3 모델은 최고 163마력, 40.8㎏·m의 힘을 내는 직렬 5기통 2.0L 디젤 터보엔진을 단다. 0→ 시속 100㎞ 가속시간은 10.3초, 최고속도는 시속 195㎞(제한)의 성능을 낸다. 공인 연비는 11.7㎞/L다.



XC60 D5 모델은 직렬 5기통 2.4L 디젤 터보엔진을 단다. 최고출력 215마력, 최대토크 44.0㎏·m의 힘과 0→ 시속 100㎞ 가속시간 8.3초, 최고속도 시속 205㎞(제한), 공인 연비 13.9㎞/L를 낸다. XC60 T6 모델은 최고 304마력, 44.9㎏·m의 힘과 0→ 시속 100㎞ 가속시간 7.3초, 최고속도 시속 210㎞(제한)의 성능을 내는 직렬 6기통 3.0L 터보엔진을 단다. 1L의 연료로 8.8㎞를 달린다. 세 모델 모두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며 D3는 앞바퀴, D5와 T6는 네 바퀴를 굴린다. 볼보는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가 기본으로 다는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회사다.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가 된 이유 중 하나다. XC60 역시 많은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다. 에어백은 앞좌석 무릎보호를 포함한 8개를 기본으로 단다. 또한 후방 충돌 시 앞좌석 등받이가 움직여 탑승자 경추 손상을 줄이는 ‘WHIPS(Whiplash Protection System, 경추 보호 시스템)’ 등도 기본으로 갖춘다.


시티 세이프티


주행 안전장치는 DSTC(Dynamic Stability Traction Control, 접지력 제어 시스템)와 RSC(Roll Stability Control, 전복 방지 시스템)등을 기본으로 단다. 상황에 따라 엔진 또는 바퀴의 움직임을 제어해 차의 자세를 바로 잡고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상황은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통해 판단한다. XC60이 갖춘 핵심 안전장치는 ‘시티 세이프티’다. 시티 세이프티는 레이더가 앞 상황을 주시하다 충돌 위험이 있으면 스스로 제동하는 전방 추돌 방지장치다. 전방 추돌 방지장치를 도입한 건 볼보 XC60이 세계최초다. 다른 업체도 개발시도는 했지만 상용화는 어려웠다. 전방 상황이 운전자의 의도인지 위기 상황인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볼보는 상황 판단을 위해 몇 가지 조건을 만들었다. 시티 세이프티는 시속 30㎞이하에서만 작동한다.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키고 알람을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경고 후에도 추가 스티어링 휠 또는 페달 조작이 없으면 즉각 차를 세운다. 스티어링 휠을 꺾거나 가, 감속을 하면 운전자 의도라 판단하고 시티 세이프티는 작동을 멈춘다. 시티 세이프티는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최고의 안전’이라 생각하는 안전에 대한 볼보 최근 철학을 잘 보여준다.



스티브 마틴은 볼보의 바람을 훌륭하게 이뤘다. XC60은 ‘안전하고 고급스러운 차’로 태어났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외모와 고급스러운 실내를 지녔다. 또한 안전에 대한 볼보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시티 세이프티도 품었다. XC60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자와 비교해도 뒤떨어지는 점이 없다. 다만, 경쟁자 동급 모델에 비해 조금 높은 가격과 경쟁자에 비해 떨어지는 고급차 이미지가 작은 걸림돌로 보인다.


글 류민 기자 | 사진 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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