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B, 자동 긴급 제동 장치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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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B, 자동 긴급 제동 장치에 대한 단상
  • 윤현수
  • 승인 2017.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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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안전 테스트를 주관하는 쌍두마차인 NHTSA(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와 IIHS(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2022년부터 미국 자동차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는 `AEB`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고 공동으로 발표했다.



AEB는 자동 긴급 제동장치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를 말한다. AEB는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측정 및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이하 ACC)에 사용되는 레이더 및 스테레오 카메라를 응용한 것이다. AEB는 차간 거리가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면 경보음을 울려 1차적으로 경고를 하며, 운전자가 이에 제동을 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제동을 가한다.



IIHS와 NHTSA가 입을 모아 AEB를 필수 장착 요소로 선정한 데에는 기존에 이미 존재했었던 운전자의 전방주시 방해요소들 외에도 최근 부쩍 늘어난 차량 내 스마트폰 사용에 있다. 차량 내 스마트폰 사용은 현재 스마트폰의 보급률의 증가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로 인한 전방주시 태만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있다. 전방주시 태만은 자동차 추돌사고의 과반을 차지한다.


IIHS는 AEB가 모든 자동차에 장착된다면 3년 간 교통사고가 종전 대비 2만 8천건 감소하며, 부상자 역시 1만 2천명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유럽의 유로앤캡(Euro NCAP) 역시 AEB 장착 차량은 사고 발생률이 38%나 적다고 주장한다. AEB가 사고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AEB는 가장 중요한 지능형 주행보조 시스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급 장비가 추가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은 단가 상승. 즉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AEB의 의무 적용 조치로 인한 신차의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에 대한 핑계거리도 늘어난 셈이다.


물론 여러 연구들을 통해 AEB 채택으로 인한 차량의 능동적 안전도 향상은 입증된 것이나, 이를 빌미로 한 가격 상승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여러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을 줄여 소비자의 저항 심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AEB는 크게 라이더 (Light Detection And Ranging, LiDAR), 카메라, 레이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라이더의 경우 레이저 광선을 쏘면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하는 식으로 차간 거리를 계산한다. 볼보의 시티 세이프티 같은 도심 주행에서 효율적인 방식이다. 이외에는 스테레오 카메라, 혹은 레이더를 장착하여 AEB를 구성한다. 해당 방식은 라이더 방식보다 긴 작동 반경을 자랑한다.


이와 같은 신형 장비 채택으로 자동차 평균 가격 상승이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 자동차 기업인 스즈키는 저가형 센서를 적용하여 AEB 시스템의 원가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보였다. AEB에 일반적으로 장착되는 스테레오 카메라 대신 원가가 비교적 낮은 모노 카메라와 적외선 레이더를 결합하여 적용한다는 것이다.



DSBS (´Dual Sensor Brake Support`)라 명명한 해당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은 이미 신형 스위프트와 왜건 R에 새로이 적용되어 출시되고 있다. 시속 100km까지 차량은 물론 보행자와의 충돌에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레이더를 비롯해 스테레오 카메라를 더해 최상의 효과를 자아내려는 것과는 사실 반대되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즈키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브랜드 포지셔닝이 굉장히 상이하다.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차량 평균 단가 차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차이라는 것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전 라인업에 AEB가 장착되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와 구매력이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비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단가보다 시스템의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반면 스즈키는 수 많은 대중차 브랜드 중 하나일 뿐이다. 완전 경쟁체제 속에 있는 브랜드인 만큼, 가격 경쟁력은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가형 센서 장착으로 원가절감을 가능케했으나, AEB가 가지는 궁극적 목표가 다소 사그러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원가절감은 기업의 이익 증대와 소비자 가격 인상의 억제를 불러오지만, 저가형 센서는 당연하게도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스즈키 역시 자동차의 능동적 안전성이 강화됨에 따라 AEB 적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익 향상을 위해 `DSBS`를 고안한 것인데, 현재 기준으로는 아직 소비자의 실질적 사용에 있어 완벽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이고, 추후 추가되는 야간 보행자 대응 평가와 같은 이외의 테스트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AEB는 한국 내수 시장에 판매되는 경차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기아차의 엔트리 모델인 모닝 상급 모델에 선택사양으로 AEB가 제공된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나 중형차 이상에 사용되는 시스템과는 다소 다르다. 레이더만을 사용한 `염가형`으로 보행자나 모터바이크, 자전거에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역시 단가 상승이라는 문제가 한몫 한 것이다.


AEB,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은 더 이상 고급 자동차를 위한 장비가 아니다. 보다 대중적인 안전장비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AEB 채용으로 인해 가격과 안전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대중차 제조사를 혼란시키고 있다. 두 항목 모두 자동차라는 재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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