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미니 - 미니 JCW 시승기

기사입력 2015.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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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이시고니스 경(Sir Alec lssigonis)이 설계한 초대 미니는 1959년, 2차 중동 전쟁 이후, 불어 닥친 유가폭등을 기점으로, `작고 경제적이면서 실용적인 소형차`를 컨셉트로 만들어졌다. 당시의 미니는 실내 공간을 최대한 뽑아 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짧은 전후 오버행을 가지고 있었고, 연비를 위한 극단적인 경량화 설계로, 여타의 자동차들에 비하면 깃털 같은 체중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해인 1959년, 레이서이자 자동차 제작자이기도 한, 어떤 남자의 손에 의해 개조되어, 몇몇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며 그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시고니스 경은 이 남자가 얻은 성과와 함께, 미니의 성능 강화 버전인 `미니 쿠퍼`를 함께 제작했다.



그러던 중, 미니의 가능성을 높이 산 이 남자는 미니를 가지고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세계 랠리 선수권 대회)에 뛰어 들 궁리를 하게 된다. 이시고니스 경은 자신의 창조물을 그저 `작고 경제적이면서 실용적인 소형차`일뿐이라고 생각하여, 이에 반대했다. 이에 이 남자는, 이시고니스 경 외의 다른 투자자를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1963년부터 WRC에 참가하여,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3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1년 뒤인 1964년, 이 남자의 미니는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미니가 가진 잠재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다른 경주차들에 비해, 한참 저렴한 가격에, 한참 떨어지는 성능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던 미니 경주차가 자신보다 한참 높은 성능과 가격을 자랑하는 경주차들을 보기 좋게 제압해버린 것이다. 이시고니스 경은 자기가 대체 무슨 물건을 만들어냈는지 몰랐지만, 이 남자는 확실히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일련의 결과로 직접 보여주었다.



64년의 WRC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미니를 만들어낸 남자의 이름은 존 쿠퍼(John Cooper). 그는 이시고니스 경과 함께, 미니의 개발에 참여한 바 있었고, 미니를 가지고 모터스포츠에 참가했던 경험을 토대로, 미니 쿠퍼의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어, 여러 모로 미니에 대해 정통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존 쿠퍼`의 이름은 `JCW(John Cooper Works)`라는 이름으로, 21세기의 미니들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미니 역시, 이 존 쿠퍼의 이름을 딴, `최강의 미니`, `미니 JCW`다.





3세대 미니의 출시를 기하여 만들어진 3세대 미니 JCW의 외모는 고성능 모델에 걸맞은 인상으로 완성되어 있다. 또한, 존 쿠퍼 웍스의 손길로 만들어지는 각종 전용 부품들은 미니 JCW를 다른 미니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니 JCW는 가히 `최강의 미니`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과격하고 공격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저 한 자리에 멈춰 서 있어도, 작다고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뜨거운 맛을 보여줄 것 같은 기세다.




공기역학적 특성의 개선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전용 범퍼는 안개등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추가적인 공기 흡입구를 설치했다. 전용 매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존 쿠퍼 웍스를 상징하는 강렬한 붉은 색의 `레드 블레이드`가 중간을 가로지른다. 또한, 차체 후방의 다운포스 생성을 유도하는 리어 스포일러 역시 JCW만을 위한 전용 부품이다. 후방 범퍼 하단에는 스포츠 배기 시스템의 전용 테일 파이프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전방 휀더의 공기 배출구를 비롯, 차체 곳곳에 빠짐 없이 붙어 있는 존 쿠퍼 웍스의 엠블럼은 이 차가 보다 특별한 미니임을 알린다. 휠은 JCW의 전용 18인치 컵스포크 알로이 휠을 사용하며, 타이어는 205/40 R18 규격의 제품을 사용하며, 브레이크는 이탈리아 `브렘보(brembo)` 사의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다.




실내는 블랙 바탕에 레드 색상을 조합하여, 외모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함을 실내에까지도 구현해 놓았다. JCW 전용의 카본파이버 인테리어 장식과 가죽과 알칸타라를 곳곳에 도입하여 스포티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인테리어 곳곳의 디테일 역시, JCW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스포티한 구성이 돋보이는데, 여기서도 존 쿠퍼 웍스의 엠블럼은 빠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마감된 전용 스포츠 스티어링 휠이다. 그립감은 약간 거친 편. 그렇지만 굵직한 림이 손에 든든하게 들어 오는 느낌을 주며, 뒤편에는 큼지막한 시프트 패들까지 붙어 있다. 계기판은 다른 미니와 똑같이 스티어링 휠 상단에 자리하며, 상하 위치 조정 시 스티어링 컬럼의 각도를 따라 움직인다. 중앙 원형 패널의 테두리에는 JCW 전용의 게이지 패턴을 넣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원형 패널 내부의 디스플레이는 변속레버 뒤편의 컨트롤러와 함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조작 및 제어는 사실 상 BMW i-Drive와 똑같이 이루어진다. 오디오는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하만 카돈의 시스템을 사용하여, 체급을 뛰어 넘는 풍부한 음향 환경을 자랑한다.



앞좌석은 헤드레스트 일체형의 JCW 전용 스포츠 버킷 시트가 장비되어 있다. 착좌부가 알칸타라 소재로 마무리 되어 있는 데다, 확장된 사이드 볼스터로 운전자의 몸을 단단하게 붙들어 맨다. 스포츠 시트답게, 착좌감은 단단한 편이다. JCW의 앞좌석에 앉아 있다가, 일반 미니 모델의 앞좌석에 옮겨 앉으면 안락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조절은 모두 수동 레버로 이루어지며, 전후 길이 조절이 가능한 다리 받침과 다이얼식 허리 받침까지 마련되어 있다. 앞좌석은 각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뒷좌석은 3도어 모델과 같이, 성인이 승차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는 충분히 태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트렁크 역시, 현행 3도어 미니와 같은 용량을 지니고 있다. 트렁크 바닥재는 높이를 2단계로 조절 가능하며, 필요 없는 경우에는 제거하여 트렁크 공간을 모두 사용할 수도 있다. 뒷좌석은 6:4 분할 접이가 가능하며, 2단계의 각도 조절 기능으로 트렁크 공간을 더욱 유효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둔 점도 현행 3도어 미니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미니 JCW는 기존 1.6리터 터보 엔진이 아닌, 신규 개발된 2.0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삼는다. 신규 엔진은 1.6리터 엔진에 비해, 여러모로 향상된 성능을 갖추면서도 연비와 CO2 배출량을 줄이는 한 편, 기존에 비해 9% 향상된 231마력/5,200-6,000rpm의 최고 출력과 23%의 향상된 32.7kg.m/1,250-4,800rp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이 엔진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일반도로용 미니에 탑재된 엔진 중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공인 연비는 복합 11.9km/l.



미니는 BMW에 넘어간 뒤로, 세대를 거듭하며 줄곧 몸집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작은 차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차에 200마력을 상회하는 엔진을 탑재했다는 이야기는 곧, 만만치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JCW의 공차중량은 고작 1,295kg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 상의 데이터들은 JCW의 가속 페달을 킥다운 버튼 뿌리 끝까지 즈려 밟는 순간부터 손끝과 발끝, 그리고 허리를 통해, `긴장감`과 `공포`, 그리고 `짜릿함`의 형태로 전달된다.



스포트 모드 하에, 정지 상태에서 JCW의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게 되면, ESP가 활성화된 상태에서조차, 앞바퀴가 맹렬하게 휠스핀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타이어가 제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차체는 마치 누군가에게 `집어 던져지는` 느낌으로 돌진을 시작한다. 변속은 1단 45km/h, 2단 85km/h에서 이루어지며 100km/h를 돌파한다.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6.1초. 자동변속기로서는 신속한 반응을 보이는 6단 자동변속기의 활약이 꽤나 인상적이다.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추월가속. 추월 가속이나 감속 후 재가속에 강한 터보 엔진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 있어, 실로 짜릿한 가속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자극적으로 귓전을 파고드는 JCW의 자극적인 사운드가 가속페달에 자꾸만 힘을 주게 만든다. 다만, 작은 차라는 본 바탕의 한계로, 본격적인 고속 주행에서는 차체가 종종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는 미니의 놀이터와도 같다. 존 쿠퍼와 그의 이름을 가져 온 존 쿠퍼 웍스의 엔지니어들은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을 지닌 미니의 디멘젼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 지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임에 틀림 없다. 차체의 움직임과 노면의 상태가 전용의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스포츠 시트로 남김 없이 전해진다. 이 덕분에 뛰어난 일체감을 가지며, 차를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단단한 섀시를 비롯하여,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기계 그 자체를 다루는 즐거움이 살아 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도, 좌석에 파묻혀 있는 등판에도, 페달을 밟는 발 끝에도 긴장과 스릴이 끊이지 않는다. 조타를 할 때마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코너 안쪽을 향해 파고들며,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몸을 착착 움직인다. 회전 시의 움직임은 3세대 미니의 전반적으로 높아진 안정감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하나, 미니 JCW의 경우에는 오버스티어의 경향을 종종 드러낸다. ESP의 개입 시점은 꽤나 늦은 편. 그러나 어지간한 상황은 차가 가진 기계적인 특성만으로도 무마가 가능했다. 코너 하나하나를 기운차게 돌아 나가는 솜씨는 누가 뭐래도 존 쿠퍼 웍스의 혈통임이 분명하다.



반면,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이러한 통쾌함과 짜릿함이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단단한 좌석과 하체를 비롯하여, 운전을 자극적이고 긴장감 있게 만들어 주는 그 모든 요소들이 일상에서의 운행을 괴롭힌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는 차체를 안정감 있게 노면에 붙들어 매는 선에서만 충격을 거르는 느낌을 주며, 저회전에서도 소음의 실내 유입량이 큰 편이다. 그러나 미니 JCW라는 차가 갖는, 순수한 기계 감성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성격 상, 이러한 일상에서의 불편함은 한 편으로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연비의 경우, 공인 연비 기준으로 도심 10.9km/l, 고속도로 13.5km/l, 복합 11.9km/l이지만 시승하며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평균 연비는 사뭇 다르다. 연비를 중시하는 그린 모드 하에서 운행한 결과, 출/퇴근 시간 대의 혼잡한 도심에서는 8km/l를 채 넘지 못했고, 그나마 도심 교통 상황이 호전된 후에야 10.0km/l 대의 연비가 나왔다.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14.5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 측정 중에는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며, 각 구간별 제한 속도에 맞춰 정속 운행하였다. 도심 연비 기록은 서울역과 남대문 일대에서 실시했으며, 고속도로 연비는 서울 외곽 순환고속도로에서 실시하였다.



3세대를 맞은 미니 JCW는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는 미니 중에서 가히 `최강`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차다. B세그먼트에 해당하는 작은 차체에 200마력을 훌쩍 넘는 엔진을 탑재하고, 단단한 하체를 비롯하여, 일체감이 뛰어난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어, 짜릿한 운전의 경험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순수한 기계를 다루는 즐거움에서 비롯된 기쁨을 통해, 운전하고 있는 사람을 차에 타고 있는 내내 웃게 만든다. 물론, 운전의 즐거움에 대한 측면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모델인 만큼, 트랙에서도, 공도에서도 변함 없는 즐거움을 주지만, 일상 운행에서 불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JCW를 선택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부분에 대한 불평은 그저, JCW를 모르는 이들의 볼멘 소리에 불과하다.



미니 라인업 최강의 스펙과 성능, 그리고 순수하고도 짜릿한 즐거움을 가감 없이 경험할 수 있는 미니 JCW는 앞으로도 미니의 팬들을 더 즐겁게 해주면서도 미니의 가치를 높이는 존재로서 활약하게 될 듯하다. VAT 포함 가격은 4,890만원이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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