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에서 온 알찬 재주꾼 -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시승기

기사입력 2019.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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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의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는 1997년부터 등장한 ‘V70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XC)’로부터 기원한다. V70 XC는 오늘날 볼보 SUV 라인업을 지칭하는 `XC(Cross Country)`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볼보자동차의 크로스오버 SUV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이 초기 V70 XC의 컨셉트는 오늘날 ‘크로스컨트리’라는 하나의 라인업으로 그 역사를 이어 오고 있다. 그리고 이 크로스컨트리 라인업의 최신 모델이 바로 V60 크로스컨트리다. V60 크로스컨트리를 직접 경험하며 그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승한 V60 크로스컨트리는 고급 사양인 T5 AWD PRO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8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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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에서는 전반적으로 V90 크로스컨트리의 축소판에 가까운 인상을 받는다. 옆으로 눕힌 T자형상을 이루는 토르의 망치 주간상시등을 비롯하여 안쪽으로 오목하게 파고든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 하나하나 세심하게 절제가 가해진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선과 면, 그리고 D필러 꼭대기부터 시작해서 어깨선을 따라 이어지는 테일램프까지 V90 크로스컨트리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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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기 주장이 결여된 것은 아니다. 토르의 망치 주간상시등은 라디에이터 그릴 쪽으로 파고 드는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차체의 전체적인 형상이 훨씬 단단하고 덩어리진 느낌을 준다. 마치 알이 꽉 차 있는 느낌이다. 크로스컨트리 모델들 특유의 스팟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과 함께, SUV의 맛을 더하는 무광 블랙 컬러의 하부 장식은 크로스컨트리 모델임을 알려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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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도 V90 크로스컨트리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D필러의 라인이다. V90의 D필러는 기존의 전통적인 볼보 왜건의 수직형에서 완전히 벗어나 날렵하게 눕혔다. 그러나 V60의 경우에는 꽤나 가파른 각도로 세워져 있다. 차체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V60이 D필러까지 누워 버리면 공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짐차처럼 둔중해 보이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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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 서면, 실내는 S60과 공유하는 60클러스터(S60, V60, XC60) 모델들만의 전용 대시보드 레이아웃이 탑승자를 반긴다. 또한 시승차는 PRO 사양의 모델로, 세단/SUV 라인업의 인스크립션 트림과 동일한 소재와 전용 시트, 편의장비로 꾸며진다. 대시보드의 끝에서 끝까지 뻗어 있는 잿빛에 가까운 우드 트림은 유목(流木, Driftwood)으로, 독특한 질감을 제공한다. 유목은 오랫동안 물 속에서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었던 나무를 말하며, 특유의 건조한 빛깔로 각종 장식이나 예술작품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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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0 크로스컨트리의 실내를 이루는 일부 품목은 상위에 해당하는 90클러스터(S90, V90, XC90) 모델들과 동일한 것들이 존재한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 그리고 플로어콘솔이 그것이다. 스티어링 휠은 차급에 비해 약간 큰 사이즈인 느낌도 있지만 촉감이 우수하고 차를 조종하는 데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다만 디자인이 다소 심심한 것이 아쉽다. 계기반은 총 4종의 테마를 제공하며, 볼보자동차 특유의 폰트가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플로어 콘솔은 셔터로 여닫히는 탠덤 배치의 컵홀더와 ㄱ자형 팔걸이겸 박스, 그리고 주행 모드 다이얼과 옛 사브의 시동 방식을 연상케 하는 시동 다이얼 등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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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클러스터 모델들과 공유하는 또 다른 것은 바로 앞좌석이다. 앞좌석은 기본적인 8방향 전동조절 기능은 물론, 사이드 볼스터와 사이 서포트, 4방향 럼버 서포트까지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3단계의 열선/통풍 기능, 그리고 마사지 기능까지 내장하고 있다. 깨알같이 붙여 놓은 스웨덴 국기도 마찬가지. 착좌감도 훌륭하여 오랜 시간의 운전에서도 피로감을 더 적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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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V60 크로스컨트리에서 가장 눙여겨 볼 만한 부분이다. 성인 남성에게도 충분한 수준의 여유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머리, 어깨, 다리 등 모든 부분에서 여유로운 공간설계를 보여주고 있어, 한 치수 더 큰 세단에 오른 느낌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왜건형 모델인만큼 헤드룸이 넉넉해 답답하지 않다. 물론 기본적인 태생이 승용차이기 때문에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 조절기능 같은 사치스런 기능까지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좌석 자체의 설계와 질감이 매우 우수하여 충분히 용인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된다. V60 크로스컨트리의 넉넉한 뒷좌석은 가족용 자동차로서의 활용도와 가치를 크게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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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자타공인 ‘왜건의 달인’이라 불리는 볼보자동차의 노하우들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공간이다. 기존 볼보 왜건들에서 제공해 왔던 바닥 설계는 물론, 돌출부를 최소화한 내측 설계로 짐을 싣고 내리기 좋다. 하부에는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하여 자잘한 짐들을 분리하여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 용량만 529리터에 달해 일반적인 중소형 SUV가 부럽지 않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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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한 V60 크로스컨트리는 T5 파워트레인을 사용하고 있다. T5 파워트레인은 볼보자동차의 4기통 DRIVE-e 파워트레인의 가솔린 유닛들 중 중간 등급에 해당하는 유닛으로, 254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500~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구동방식은 전륜구동 기반의 상시사륜구동 방식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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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0 크로스컨트리는 고급 승용차로서 평범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을 갖는다. 엔진의 회전질감이나 음색이 같은 계열의 디젤 엔진과 은근히 닮아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의 정숙성이다. 다른 4기통 가솔린 엔진들 중에서는 특이한 회전질감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감성의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주행 중에도 회전수를 인위적으로 크게 높이지 않는 이상, 시종일관 정숙을 유지한다. 정차 중에 발생하는 잔진동도 그렇게 강하지 않은 편이다. 주행 중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도 잘 막아주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하부에서 올라 오는 소음이 다소 부각되는 편이라는 점이 약간 아쉽다.


승차감은 확실하게 볼보자동차의 태생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들에서, 특히 SPA 플랫폼 기반의 차량들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유의 승차감은 이전 볼보자동차만의 맛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기묘하게 든든한 느낌이 든다. 국내 도입된 V60 크로스컨트리들은 볼보자동차의 섀시 패키지 중 가장 편안함을 지향하고 있는 ‘투어링(Touring)’ 섀시를 장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 투어링 섀시, 편안함을 중시한다는 데도 생각보다 마냥 편하기만 하지는 않다. 적어도 기자의 기준에서는 오히려 꽤나 중립적인 성향의 섀시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섀시의 특성은 우수한 정숙성 및 좌석 설계와 더불어, 장시간의 운행에서 운전자와 탑승자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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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력은 꽤나 활기차다. 엔진의 소음이 의외로 박력이 있는 편이며, 동력성능도 충분하다. 하지만 가속 자체는 축구공처럼 튀어나가는 느낌이 아닌, 볼링공처럼 진득하고 묵직하게 나아가는 느낌에 더 가깝다. 초반에는 확실히 힘차게 나아가는 느낌이 있다. 0-100km/h 가속 성능은 6.8초로 충분한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박력 있는 엔진 소음에 비해 속도계 바늘이 올라가는 속도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빠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는 V60 크로스컨트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동 8단 변속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동 8단 변속기는 일상에서는 부드러운 변속으로 편안한 운행 환경을 제공하지만 스포티한 달리기에서도 짐짓 여유를 부리려 든다. 수동 모드로 변속할 때에도 반응이 느슨한 편이다.


이와는 별개로, 고속 주행 중의 직진 안정성은 매우 우수하다. 고속주행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차체는 올곧게 안정을 유지하고 네 바퀴는 궤도에 오른 열차처럼 노면을 붙들어 맨다. 그리고 선형이 구불구불한 산악도로 구간에서도 이 안정감은 그대로 따라 온다.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높은 지상고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게다가 의외로 정확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시스템과 의외로 발 빠르게 움직여 주는 차체 덕분에 꽤나 즐거운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느슨한 자동변속기의 응답성이 주행의 질감을 조금 깎아 내리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운전하는 데 있어서 크게 부족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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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오프로드 주행 능력도 V90 크로스컨트리 못지 않다. 사륜구동 시스템의 완성도도 수준급이어서 다양한 환경의 노면에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 사륜구동 성능에 있어서는 훨씬 고가인 XC60에도 못지 않다. 물론, V90 크로스컨트리와 마찬가지로, 승용 왜건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여타의 크로스오버 SUV들과 비교하면 최저지상고를 비롯해 접근각과 이탈각, 램프각 등이 조금씩 부족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포장도로나 임도 등에서는 충분한 수준이다.


연비는 상대적으로 고성능의 가솔린 엔진에 자동변속기,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공인연비는 도심 8.8km/l, 고속도로 12.4km/l, 복합 10.1km/l이지만 시승 중 측정한 구간 별 평균연비는 도심(혼잡) 6.8km/l, 도심(통상) 8.6km/l, 고속도로(정속주행) 15.3km/l의 기록을 냈다.


이 뿐만 아니라 V60 크로스컨트리에는 안전한 운행을 도와주는 ‘인텔리세이프 어시스트’와 ‘인텔리세이프 서라운드’ 안전 패키지가 전모델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인텔리세이프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파일럿 어시스트, 거리 경보, 운전자 경보 제어, 차선 유지 보조,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도로 표시 정보,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 정보, 측후방 경보, 후방 추돌 경고, 지능형 운전자 정보 시스템 등의 다양한 안전장비들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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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0 크로스컨트리의 주행 성능과 질감은 장거리 여행에서 훌륭한 만족감을 안겨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우리나라는 도로 포장비율이 무려 93.2%(2018년도 통계 기준)에 달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멀리 떨어진 지방 소도시 등은 비포장 구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그나마 포장된 도로의 환경도 썩 좋은 편은 못 된다. 게다가 지금은 간절기가 짧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의 노면과 만나게 된다.


이런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V60 크로스컨트리는 모든 조건에서 적어도 80점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것이 승차감이든, 기동 성능이든, 정숙성이든, 장시간의 운전을 하난 사람에게 평균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체급에 비해 우수한 공간설계를 가지고 있어, 가족용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SUV의 편리함과 적응력. 세단의 편안함과 달리기가 한데 섞인 매력적인 자동차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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