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재규어 스포츠카와 만나다 - 재규어 F-타입 SVR 쿠페 시승기

기사입력 2019.08.1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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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재규어는 우리에게 있어서 영국의 고급 자동차 제조사이자, XJ, XF, XE로 요약되는 세단 라인업이 가장 대표적인 모델군으로 거론된다. 재규어는 오랫동안 고성능과 그들만의 미학으로 완성된 세단 라인업이 주력이었으며, 현재는 F-페이스와 E-페이스 등의 SUV 라인업, 그리고 최근에는 I-페이스라는 전기차를 통해 또 다른 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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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규어에게는 세단보다도 더 오래된 스포츠카의 전통이 있다.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Swallow Sidecar Company Ltd.)시절부터 회사의 이름을 알린 ‘SS100’을 시작으로 고성능 자동차의 이미지를 심어 준 ‘XK120’, 그리고 르망24시 레이스 무대를 휩쓴 C-타입과 D-타입을 토대로 개발된 세기의 걸작 ‘E-타입’, 20세기 재규어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 준 슈퍼카 ‘XJ220’, 그리고 이번에 시승한 F-타입의 선대 모델이자, 현대적인 GT이기도 했던 ‘XK’ 시리즈 등, 스포츠카는 재규어의 역사에서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E-타입을 정신적인 선대 모델로 칭한, 재규어의 최신 스포츠카, F-타입 역시 재규어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F-타입은 그 중에서도 궁극의 F-타입라 할 수 있는 SVR 쿠페 모델을 시승했다. VAT 포함 가격은 2억 1,5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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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SVR 쿠페는 그 외양에서부터 F-타입 고유의 매혹적인 형상을 그대로 품은 채, 궁극의 F-타입임을 암시하는 다양한 전용 디테일로 꾸며져 있다. 전방엔진 후륜구동 쿠페의 스타일링에서 가장 전통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롱노즈 숏데크의 비례를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다른 F-타입과는 확실하게 비교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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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만 해도 SVR 전용의 LED 헤드램프와 더불어 에어로파츠로서 디자인된 전용의 범퍼는 다른 F-타입과는 확실하게 파별화되는 고유의 공격적인 인상을 만들고 있다. 더 확대된 공기흡힙구와 함께 더 낮아진 스탠스로 고성능 스포츠카임을 어필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전용의 20인치 알로이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타이어의 경우, 전륜은 265/35ZR20, 후륜은 305/30ZR20 규격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뒷모습에서는 F-타입 고유의 매력적인 테일램프 디자인과 더불어, 고성능임을 직감할 수 있는 대형의 디퓨저와 양쪽에 배치된 2연장 테일파이프로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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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궁극의 F-타입을 표방하는 SVR 모델답게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다. 실내는 거의 대부분이 가죽으로 덮여있고 상부는 알칸타라로 마감되어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전용의 메탈 장식으로 꾸며져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멋을 살리고 있다. 가죽으로 뒤덮인 스티어링 휠은 훌륭한 그립감과 더불어 패들시프트까지 제공한다. 오디오는 메리디안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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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계기반은 다소 아쉽다. 다소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편이어서 시인성 면에서 약간 부족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포츠카라고는 하지만 차내의 수납공간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수납공간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최근에는 스포츠카라고 할 지라도 일상운행에서의 편의성을 위해 수납공간 확보에도 신경을 쓰는 편인데 F-타입 SVR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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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은 고급 스포츠카의 좌석으로서 매우 만족스러운 구성이다. 단단한 느낌이 강하지만 지나치게 딱딱해서 몸이 배기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헤드레스트 일체형의 스포츠 시트는 신체를 든든하게 지지하고 붙잡아준다. 좌석은 전동조절 기능을 지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열선 및 통풍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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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실망스럽다. 지난 해 F-타입 컨버터블 모델을 경험했을 때에는 컨버터블 모델의 특성으로 인해 용서 받을 여지라도 있었지만, 쿠페 모델도 트렁크 공간이 컨버터블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문제점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시승한 F-타입 SVR은 아예 스페어 타이어가 얼마 되지도 않는 트렁크 공간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황당한 광경을 볼 수 있다. 근래에는 스포츠카들도 일상적인 편의를 위해 수납공간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는 추세에 있는데, F-타입은 승객석 내부 조차 공간이 부족한 데다 트렁크는 ‘없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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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SVR의 심장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보닛을 앞으로 열어야 한다. 이는 XK는 물론, 선대모델이라 주장하는 E-타입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전통으로 보면 되겠다. F-타입 SVR의 엔진은 재규어의 AJ-V8 Gen III 엔진으로, 575마력의 최고출력과 71.4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3.7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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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심장을 품은 재규어 F-타입 SVR의 시동 버튼을 지긋이 누른다. 약간의 뜸들임과 함께, V8 엔진이 잠에서 깨며 “으르렁”하는 소리를 낸다. 첫 접촉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냉간 중에는 회전수가 약간 높아져서 상당한 소음이 발생한다. 한적한 주택가에서 시동을 걸게 되면 지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F-타입 SVR은 기본적으로 스포츠카다. 따라서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여러모로 양보를 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 특히 정숙성이나 승차감이 그렇다. 시동 때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V8 슈퍼차저 엔진과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괜히 불안감이 생긴다.


그런데 막상 주행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만큼 시끄럽거나 불편하지는 않다. 동사의 세단 모델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는 없지만, 일상에서도 충분히 용인해 줄 만한 정숙성과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단단한 느낌이 강하지만 노면의 온갖 요철에 일일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앞 서스펜션과 뒷 서스펜션의 감쇠력 차이. 앞 서스펜션은 은 노면의 굴곡이나 요철을 상당히 부드럽게 받아 주는 데 비해, 뒷 서스펜션은 상당히 강하게 받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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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에 대한 부분은 일정 부분 감안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성능의 V8 엔진이기도 하거니와 배기음을 상당히 강조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단 이 부분은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 엔진의 진짜 매력 중 하나는 ‘소음’이 아닌, ‘소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기가 막히게 조율된 엔진의 감성설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변배기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아도 회전수가 오르는 족족 위협적인 울음 소리를 토해내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V8 특유의 맥동이 꽤나 날것 그대로 전해지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차체가 울리는 공명이나 부밍이 거의 없어, 소음이 지저분하지 않고 상당히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은 가속 페달을 본격적으로 다그치기 시작하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F-타입 SVR의 가변 배기시스템을 작동시키면, 배기음이 한층 또렷해진다. 마치 그동안 막혀 있었던 무언가가 뚫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차내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하고 오른발도 덩달아 긴장하기 시작한다. 주행 모드도 다이나믹 모드로 변경하고 용기를 내서 가속 페달을 세차게 내려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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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순간 이후로 기자가 이전까지 F-타입 SVR에게 가졌던 불만들은 그저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한 점 거리낌 없이 ‘울부짖기’ 시작한다. 과장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정말로 ‘울부짖는다’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한 점 거리낌 없이 속 시원하게 내지르는 배기음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맹수의 포효처럼 강렬하고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배기음을 즐기다 보면 가슴 속 응어리까지 한 번에 풀리는 느낌이다.


그런데 소리만 요란한 것도 아니다. 추진력 또한 소리만큼 무시무시하다. F-타입의 가볍고 탄탄한 기골에 막강한 대배기량 V8 슈퍼차저 엔진을 품었으니 가속력이 나쁠 수가 없다. 여기에 ZF의 8단 자동변속기가 열심히 일을 해주는 덕분에 가속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소음으로 인해 실제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측면도 있다. 0-100km/h 가속은 3.7초에 해치우며, 고속 영역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다. 기운찬 사운드와 거침 없는 추진력을 자랑하는 AJ-V8 슈퍼차저 엔진의 능력에 연신 감탄하며 주행을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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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까지는 강력하고 감성설계가 잘 된 엔진을 탑재한 차라면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다. 스포츠카의 진면목은 코너에서 발현된다. 그리고 코너가 연속되는 산악도로에서 F-타입 SVR은 스포츠카로서 한 점 부족함 없는 실력으로 기대를 만족시켜준다. 재규어 F-타입은 기본적으로 가볍고 탄탄한 알루미늄 섀시를 뼈대로 삼고 있다. 여기에 스포츠카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전후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든든하고도 정교한 서포트를 선보인다. 여기에 정직한 반응의 스티어링 시스템이 어우러져 있다. 스티어링 휠을 감을 때마다 차체는 “이 정도 쯤이야”라는 느낌으로 척척 몸을 비틀어 준다.


급격하게 감겨 들어가는 저속코너에서도 서투른 모습 하나 보이지 않고 가뿐하게 돌아 나간다. 의외로 차체의 움직임 자체가 그렇게까지 민감하지도 않아서 조종하기가 상당히 편하고 쉽다. 그리고 코너의 탈출 가속에서 옹골차게 노면을 붙들어 매는 영리한 사륜구동 시스템의 조화로 코너를 돌아 나가는 쾌감이 남다르다. 감성적인 파워트레인과 단순하지만 든든하게 제 역할을 해주는 섀시는 과연 스포츠카가 가져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재규어 F-타입 SVR은 5.0리터에 달하는 대배기량 V8 슈퍼차저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연비에 대한 기대는 크게 걸지 않는 것이 좋다. 공인연비만 해도 복합 7.5km/l에 불과하다. 시승 중 기록한 구간별 평균연비는 도심 4.6km/l, 고속도로 8.8km/l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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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 SVR은 궁극의 F-타입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모든 내용이 실로 궁극을 칭하기에 한 점 부족함 없다고 생각된다. 고전과 현대를 절묘하게 녹여 낸 F-타입의 디자인에 고성능을 표방하는 요소들을 불어 넣어 차별화했음은 물론, 현행 재규어 양산차 중 최강의 성능과 자극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파워트레인으로 혼을 빼 놓는다. 그리고 스포츠카의 왕도를 보여 주는 탄탄한 코너링 실력은 순수한 스포츠카로서의 만족감을 크게 올려주며, F-타입 SVR의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감성적인 측면이 대단히 강조되어 있는 F-타입 SVR 쿠페는 지금까지 만나 왔던 스포츠카들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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