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영리함이 공존하는 스포츠카 - 포르쉐 911 서킷 체험기

기사입력 2019.06.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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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코리아가 19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19’를 개최했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포르쉐의 글로벌 트랙 행사로, 포르쉐 고객과 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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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열린 이번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19는 독일 포르쉐 본사의 직접 주관 하에 개최되었으며, 행사 내용은 포르쉐가 말하는 인텔리전트 퍼포먼스(Intelligent Performance)를 하나하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짜여졌다. 또한 8세대 신형 911(992)을 비롯해 '911 GT3(991)', '파나메라 터보 스포츠 투리스모' 등 국내에 판매되지 않고 있는 다양한 포르쉐 모델들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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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트랙 위에서 만나게 될 포르쉐의 양산차 중 가장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던 차는 단연 완전히 새롭게 바뀐 8세대 911(992)이라고 할 수 있다. 코드네임 992를 부여 받은 포르쉐의 새로운 911은 한층 현대적으로 다듬어진 외관과 더욱 첨단화된 주행 성능을 품고 나타났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911은 카레라 S와 카레라 4S 모델의 2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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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신형 포르쉐 911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911의 전통적인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규제에 대응해야 하고 여기에 시각적으로 새로운 느낌까지 불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만큼 911은 스타일링 면에서 너무나도 확고하게 그 틀이 자리 잡혀 있으며, 이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지구상의 수많은 포르쉐파일(포르쉐의 열성 애호가)들에게 뭇매를 맞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5세대 911(996)의 사례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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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에서 비추어 봤을 때, 8세대 911의 디자인은 ‘전통의 유지’, ‘신설 규제에 대응’, ‘시각적 새로움 부여’의 세 가지를 지켜내기 위해 고심했음을 알 수 있다. 911의 전통적인 스타일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며, 7세대(991)와 비교해서 더욱 현대적인 감각을 일궈내는 데 모두 성공했다고 본다. 그리고 카레라 4S의 경우, 엔진 리드의 핀을 좌우 9개씩, 그리고 중앙의 세로형 보조제동등을 이용해 숫자 ‘911’을 표현하는 깨알같은 디테일까지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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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7세대의 것을 발전 시킨 모습에 가깝다. 직선적인 다지인 기조가 반영된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간결하고 짜임새 있는 모습의 인테리어로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911 모델들 특유의 우수한 전방 시야 역시 인상적이다. 버킷 타입의 스포츠 시트는 격렬한 기동에서 탑승자의 신체를 탄탄하게 지지해 주면서도 신체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착좌감이 인상적이다.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카의 분위기에 맞는 디자인과 더불어 질감도 우수하다.


새로운 포르쉐 911, 그 중에서도 트랙에서 시승하게 된 카레라 S와 카레라 4S는 공통적으로 3.0리터 수평대향 6기통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개선된 연료분사 프로세스와 터보차저 및 인터쿨러 시스템 최적화로 성능 개선과 효율 향상을 모두 달성하여 7세대 카레라 S 대비 30마력 상승한 45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포르쉐의 자동 8단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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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포르쉐 911과 함께 트랙에 진입한다. 처음 시승한 모델은 후륜구동 모델인 카레라 S였다. 트랙 진입 후 페이스카를 따르기 위해 가속 페달에 지긋이 힘을 주니 터보 엔진의 묵직한 배기음과 토크가 차를 힘차게 발진시킨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의 경우에는 배기음이 더욱 증폭되어 가속의 긴장감을 높인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특정한 회전 영역에서 배기음에 의해 웅웅 울리는 부밍 노이즈가 제법 크게 들려 온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형의 소음에 익숙하지 않거나 민감한 이들에게는 감점 사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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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별개로, 터보 엔진의 묵직한 저회전 토크는 실로 스포츠카다운 가속력을 제공한다. 새로운 911 카레라 S 및 카레라 4S에는 론치 컨트롤 기능까지 제공하며, 이를 활용하면 카레라 S는 3.7초, 카레라 4S는 고작 3.6초 만에 정지상태서 100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 또한 뒷심이 상당한 편이어서 스트레이트 구간에서도 호쾌한 동력성능을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변속 때마다 착착 들러 붙는 직결감이 인상적인 PDK의 뛰어난 성능 역시 911의 호쾌한 가속능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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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르쉐 911이 지구상의 모든 스포츠카의 롤 모델로 지목되는 이유는 가속 성능이 아닌, 뛰어난 조종성능에 있다. 기실 후방엔진/후륜구동(RR)이라는 구동계는 장/단점이 극명한 레이아웃으로, 오늘날까지 이 RR레이아웃을 원론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스포츠카는 911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R은 중량이 뒤쪽에 쏠려 있기 때문에 뒷바퀴의 그립이 강하고 앞쪽이 가벼워 코너 진입 속도를 높게 가져갈 수 있지만 앞에 엔진을 실은 차량에 비해 오버스티어 성향이 크게 나타나며, 한계 상황에서의 제어가 상당히 까다롭다. 911이 그동안 숙련자를 위한 스포츠카로 여겨졌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새로운 911은 다르다. 991 시절부터 새로 적용하기 시작한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과 더불어 이제는 브레이크 제어도 전자식으로 바꿔,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항시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터보랙이 없다시피한 엔진과 우수한 변속기, 한층 진보된 차체구조와 섀시 관리 프로그램, 그리고 새로운 911에 적용된 후륜 조타 기능까지 어우러져, 주행이 상당히 편안하게 느껴진다. 특히 롤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 급격하게 감겨 들어가는 저속코너에서도 롤링으로 인한 불안감이 없다시피하고 심지어 요잉마저 상당한 수준으로 억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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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의 조작감도 우수하다. 조타와 실제 차체의 기동 사이의 괴리가 적은 편이고 피드백도 충분하여 트랙 주행에서도 거리낌 없이 몸을 비틀 수 있다. 번개 같이 돌아가는 앞머리 덕분에 코너링이 한층 즐겁다. 그러면서도 코너의 진입부터 탈출까지 마치 레일 위를 달리듯 안정적으로 기동해 주는 덕분에 긴장감보다는 안정감이 앞설 정도다. 다만 전자식으로 브레이크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정한 답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조작되는 범위가 기존의 유압식에 비해 한층 짧아서 즉각적인 풀 브레이킹에 꽤나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존 유압식 브레이크의 조작감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처음 경험했을 때 상당히 민감하거나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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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사륜구동 모델인 카레라 4S는 카레라 S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카레라 4S의 경우, 초반 가속이 약간 더 빠른 느낌이 들며, 코너에서는 카레라 S보다도 더 안정적이다. 특히 코너 탈출에서 재가속을 할 때, 한층 시원스럽고도 안정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후륜구동인 카레라 S에 비해 제어가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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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에서 만난 신세대 포르쉐 911은 무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줄곧 이 레이아웃을 연구해 왔던 포르쉐의 기술적 역량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번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19에서 포르쉐측이 강조하고 있는 ‘인텔리전트 퍼포먼스(Intelligent Performance)’의 의미에 가장 충실한 차가 아닐까 한다. 새로운 911은 한층 더 첨단화되고 더욱 냉철해졌다. 운전자의 의도를 마치 명령어 입력 하듯 즉각즉각 반영해내고, 뛰어난 안정성으로 감탄하게 만든다. 끊임 없이 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포르쉐 911은 앞으로도 세상 모든 스포츠카의 경쟁상대이자, 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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