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로 시작한 대한민국 경차 30년

기사입력 2019.06.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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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 ‘경차’라는 세그먼트가 등장한 지도 벌써 30년에 가까워졌다. 대한민국의 경차 도입은 1983년 대한민국 상공부가 에너지 절감 차원의 일환으로 세운 '국민차 보급 추진 계획'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에 상공부 내에서 논의를 거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처음으로 만들어진 경차는 바로 대우국민차의 내놓은 `티코(Tico)`다.


티코를 통해 처음으로 문을 연 대한민국의 경차 시장. 하지만 도입 초기에는 작은 차체와 빈약한 구성 등으로 인해 인식이 나쁜 편이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전례 없는 경기침체로 인해 ‘실속 있는 차’로 인식이 다소 변화를 맞으며 경차는 하나의 세그먼트로서 더욱 공고하게 자리매김한다.


‘경형 자동차(輕型自動車)’를 말하는 경차는 1,000cc 미만의 배기량을 가지고 길이 3,600mm 폭 1,600mm 높이 2,000mm 이하인 차량을 말한다. 2008년에 경차와 관련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800cc 미만의 배기량을 가지고 길이 3,500mm 폭 1,500mm 높이 2,000mm 이하인 차량을 지칭했다. 따라서 2008년을 기점으로 국산 경차의 형태나 구성 등은 크게 변화를 맞게 된다.


3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국내 경차 시장은 초기에는 티코의 독주체제였지만 다른 자동차기업들이 경차의 가능성에 시장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며 경차 시장은 더욱 발전해 나갔다. 30년에 달한 대한민국 경차 역사를 돌아보며, 그동안 국내 경차 시장의 역사를 연대별로 정리했다.


1991~1997년 – 최초의 경차 티코, 대한민국 경차 시장을 개척하다

대한민국 경차 시장의 문을 연 선발 주자는 단연 티코다. 티코는 전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민차 계획을 바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가격’에 매우 민감했다. 당시 상공부에서는 200만원대의 가격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대우국민차는 편의사양을 크게 덜어내 출시 초기 290만원의 시작가를 맞출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빈약한 구성으로 인해 티코는 출시 전부터 상당한 우려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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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티코는 시장에서 상당한 숫자가 판매되었다. 출시 첫 해인 1991년에만 31,000여대가 판매되었고 다음해인 1992년에는 6만대에 가까운 59,000여대가 판매되었다.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을 시작으로 가벼운 중량 및 수동변속기 구성에서 오는 경이적인 수준의 연비와 유지비 덕분에 자동차를 필요로 하지만 소형차를 구매하기 어려웠던 계층을 파고 든 것이다. 이후 소득 수준의 향상과 함께 ‘세컨드카’라는 개념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당시 1가구 2차량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티코는 좋지 않았던 인식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이어갔다.


티코의 판매량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크게 뛰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을 덮친 전례 없는 경제위기 속에 전국민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었던 당시, 티코는 도입 초기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어나 ‘저렴하고 실속 있는 자동차’로 통하게 되었다. 시작가가 300만원대로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격, 도입 초기에 비해 더욱 확대된 세제혜택 등에 힘입은 낮은 유지비가 소비자들에게 비로소 매력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이 당시 티코의 판매량은 월간 1만대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티코의 독주는 여기까지였다. 경차 시장이 월 1만대 규모로 성장하면서 경쟁사들도 이를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 중 가장 먼저 티코에 도전장을 내민 제조사는 바로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는 1997년, 아토스(ATOZ)를 출시하며 성장 가도에 있었던 국내 경차 시장에 뛰어 들었다. 아토스는 현대자동차가 본래 개발도상국 수출용으로 개발하고 있었던 새로운 소형 승용차를 국내 실정에 맞게 일부 변경을 거친 모델로, 티코에 비해 훨씬 넉넉한 실내공간과 편의장비, 그리고 4기통 엔진을 앞세워 티코의 독주를 막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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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9월 출시된 아토스는 그동안 티코 하나만 존재했던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뛰어난 패키징과 상품성으로 무장한 아토스는 티코보다 한참 비싼 500~800만원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티코의 판매에 큰 위협이 되었다. 현대 아토스는 티코의 판매량을 무서운 기세로 빼앗아 오기 시작해, 급기야 1997년 12월에는 티코를 밀어낸 것도 모자라 전차종 판매량 1위까지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8년~2008년 - 경차 시장의 중흥기

하지만 대우자동차는 이미 티코 이후를 대비해 새로운 경차 모델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렇게 준비한 신형 경차의 이름은 바로 마티즈(Matiz)다. 대우자동차는 1998년, 마티즈를 전격 발표하고 판매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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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가 야심차게 준비한 신형 경차 마티즈는 유럽식 MPV의 스타일을 접목한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과 더불어 아토스를 능가하는 뛰어난 상품성과 성능을 강화한 3기통 엔진이 만들어 내는 균형 잡힌 성능으로 아토스의 맹공세를 꺾었다. 철저한 상품 기획 아래 태어난 마티즈는 과거 티코가 누리고 있었던 경차 1위의 자리를 아토스로부터 탈환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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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은 해, 기아자동차에서도 새로운 경차 모델을 발표했다. 기아자동차가 발표한 신형 경차의 이름은 비스토(VISTO). 그런데 이 차는 전면부의 디자인이 아토스와 놀랄 만큼 닮아 있었고, 내부 구성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토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붕이 다소 낮다는 것과 후면 디자인 일부다 다르다는 점 정도다. 이 차는 현대자동차가 본래 생산하고 있었던 아토스의 원형이자, 인도 시장 수출형 모델, 상트로(Santro)에 기아자동차의 간판을 붙인 차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자동차의 이름으로 신모델을 출시하는 한 편, 후기에는 출력을 증강한 터보 모델을 추가하여 마티즈를 압박했다. 하지만 마티즈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현대 아토스는 2002년, 후속 차종 없이 단종되는 운명을 맞았고, 기아 비스토는 이듬해인 2003년 단종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국내 경차 시장에서 마티즈는 티코에 이어 또 다시 독주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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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4년, 기아자동차에서 새로운 ‘소형차’가 등장했다. ‘모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기아자동차의 신형 소형차는 유럽식 A세그먼트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된 모델로, 마티즈보다 약간 더 큰 차체와 1.0리터의 배기량을 가진 4기통 입실론 엔진, 4단 자동변속기 등을 탑재하고 있었다. 또한 마티즈에 비해 더욱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차는 당시에는 어디까지나 소형차였다. 그러나 이미 이 시기부터 현행의 경차 규격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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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즈는 아토스와 비스토가 모두 사라진 2003년 이래 경차 시장을 독식했다. E3 CVT 모델의 변속기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판매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2003년 이래로는 한동안 시장에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닝의 등장은 마티즈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이에 GM대우는 GM 감마 플랫폼 기반의 올-뉴 마티즈(M200)을 선보이며 모닝에 쏠린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2008년부터 국내 경차 시장의 판도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2008년~현재 – 1리터 경차 시대의 도래

2008년이 도래하면서 경차 규격이 1,000cc 미만의 배기량, 길이 3,600mm 폭 1,600mm 높이 2,000mm 이하로 상향 조정이 이루어지자, 모닝은 자동으로 경차에 편입되었다. 올-뉴 마티즈는 시장 유일의 경차라는 어드밴티지가 사라지면서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풀체인지를 통해 기존 마티즈의 고질병들을 대부분 말끔하게 털어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뉴 마티즈는 모닝의 맹공에 상당히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과거의 규격에 맞춘 기본 설계의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닝은 무서운 속도로 마티즈를 압도하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대우자동차가 쥐고 있었던 경차 시장의 주도권마저 기아자동차의 손에 넘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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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GM대우는 2009년, 서울모터쇼에서 새로운 경차 모델을 출시했다. 이 차의 이름은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쉐보레 스파크를 원형으로 하고 있는 이차는 모든 면에서 마티즈를 뛰어 넘는 차였으며, 기아 모닝과의 대등한 경쟁 구도가 예상되었으며, 두 차종은 시장에서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를 몇 년 동안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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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2011년, 기아자동차에서 새로운 형태의 경차를 내놓았다. ‘신개념 미니 MPV’라는 컨셉트를 내세운 레이(Ra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아 레이는 일본식의 박스형 경차를 많이 참고해서 개발한 경차로, 특유의 상자형 차체와 슬라이딩 도어 등이 특징이다. 작은 차체에 넓은 공간을 가진 레이는 가격이 동사의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보다 훨씬 비싼 가격임에도 상당한 인기를 자랑했으며, 데뷔 8년차를 맞은 지금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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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을 기점으로 3차종 경쟁체제가 수립된 이후, 국내 경차 시장은 줄곧 이 3차종이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이후 한국지엠은 2015년,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더 넥스트 스파크’를 선보였고 기아자동차는 2017년에 새로운 모닝을 선보이면서 오늘날까지 끊임 없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근래 들어 대한민국의 경차 시장은 보다 다양한 차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국산 경차가 아닌, 일본의 경차를 직수입해 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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