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픽업트럭의 새로운 가능성 –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칸 시승기

기사입력 2019.03.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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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대형 SUV ‘G4 렉스턴’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무렵, 시장에서는 이미 G4 렉스턴 기반의 SUT(Sports Utility Truck) 차종의 등장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의 코란도 스포츠가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던 차종이었던 데다, 오랜 시간 동안 근본적인 단계의 모델체인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피로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 바 ‘렉스턴 픽업‘에 대한 온갖 루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체급이 기존 코란도 스포츠보다 더욱 커진 덕분에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 받아 왔던 실내공간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 했다.


쌍용자동차 역시 렉스턴의 SUT 버전에 대한 필요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쌍용자동차는  무쏘 스포츠와 액티언/코란도 스포츠의 연이은 성공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이 세그먼트에 대한 수요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자신들 외에는 이 세그먼트에 도전하려는 제조사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게다가 G4 렉스턴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SUV 플랫폼을 개발했으니 이를 보다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쌍용자동차의 입장으로서는 훨씬 이득이다.


이에 G4 렉스턴이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8년 1월, 쌍용자동차는 G4 렉스턴의 SUT 버전인 ‘렉스턴 스포츠’를 전격 출시하기에 이른다. 당초 기대했던 대로, 렉스턴 스포츠는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으며, 지금도 티볼리 브랜드와 함께 쌍용자동차의 실적 확대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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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렉스턴 스포츠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몇 장의 스파이샷과 함께 렉스턴 스포츠의 ‘롱바디’ 모델에 대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렉스턴 스포츠의 롱바디 버전의 출시여부 또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하여 렉스턴 스포츠가 출시된 지 만 1년 뒤, 소문으로만 떠돌던 렉스턴 스포츠의 롱바디 버전이 ‘칸(Khan)’이라는 별칭과 함께 신모델로 등장하기에 이른다. 렉스턴 스포츠의 대형화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을 직접 시승하며 그 매력을 경험해 본다. 시승한 렉스턴 스포츠 칸은 후륜에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을 적용한 파이오니어 S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3,07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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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칸은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외형 면에서 몇 가지의 차이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파르테논 그릴’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세로줄 패턴의 신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한층 길어진 적재함과 휠베이스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전장은 310mm, 휠베이스는 110mm가 더 길어졌다. 이러한 차체 길이 연장으로 인해 렉스턴 스포츠 칸은 렉스턴 스포츠와는 첫 인상부터 한층 달라 보인다. 차체 전반의 비율이 달라짐에 따라, SUV의 뒷부분을 잡아 늘려 만든 SUT의 인상보다는 중소형급 픽업트럭에 더욱 가까운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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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칸의 전장은 5,405mm, 전폭은 1,950mm, 전고는 1,885mm이며, 휠베이스는 3,210mm에 이른다. 소형 픽업트럭으로 간주되는 토요타 하이럭스(Toyota Hilux)의 전장x전폭x전고가 5,335x1,855x1,800mm(5인승 더블캡 기준), 휠베이스 길이 3,085mm이고 미국식 중형 픽업트럭 쉐보레 콜로라도(Chevrolet Colorado)의 전장x전폭x전고가 5,402x1,887x1,793mm(5인승 크루캡 숏베드 기준), 휠베이스 길이 3,258mm임을 감안하면, 중형급 픽업트럭에 더 가까운 크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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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의 핵심 중 하나인 적재함은 렉스턴 스포츠에 비해 270mm 더 길어졌다. 적재함 폭은 1,570mm로 렉스턴 스포츠와 동일하다. 적재햠 용량은 VDA 기준 1,262리터로, 렉스턴 스포츠의 1,011리터에 비해 251리터(약 24.8%) 더 크다. 참고로 토요타 하이럭스의 적재함은 길이 1,565mm, 폭 1,380mm이며, 쉐보레 콜로라도의 적재함(숏베드 기준)은 길이 1,567mm, 폭 1,468m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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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칸의 실내는 렉스턴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인간공학 디자인상(EDA) 그랑프리를 수상한 G4 렉스턴의 실내 디자인과 대부분 동일한 구성을 취한다. 앞좌석을 기준으로 대시보드부터 시트까지 공유하며, 뒷좌석만 스포츠 모델 전용의 벤치형 좌석이 적용된다. 실내는 차급에 비해 상당히 화려한 편이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7인치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별도의 시스템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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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은 G4 렉스턴과 마찬가지로, 부위별로 3개의 경도로 설계된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편안한 착좌감과 함께, 신체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감각을 제공한다. 따라서 장시간의 주행에도 몸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티볼리의 등장 이래 쌍용자동차의 시트 설계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운전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함께, 4방향으로 작동하는 전동식 요추받침이 적용되어 있다. 앞좌석에는 열선 기능은 물론, 통풍기능까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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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렉스턴 스포츠와 동일한 벤치형 좌석이 적용되며 실내 공간 역시 동일하다. 뒷좌석 공간은 역대 쌍용자동차 SUT 모델들에 비해 현격히 넓어진 공간을 제공하여, 보통 체격의 성인 남성에게도 부족함 없는 거주성을 제공한다.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는 여전히 다소 서 있는 느낌을 주지만 과거의 무쏘 스포츠나 액티언/코란도 스포츠에 비하면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뒷좌석은 사양에 따라 열선 기능(좌우 착좌부에 적용)이 제공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좌석의 ‘활용성’에 있다. 가령, 이 급의 픽업트럭들에 두루 적용되는 기능 중 하나인, 착좌부를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는 팁업 기능 하나만 추가해도 뒷좌석 공간의 쓰임새를 크게 늘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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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칸의 심장은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와 같은 2.2리터 e-XDi220 LET 디젤엔진으로, 181마력/4,000rpm의 최고출력과 42.8kg.m/1,400~2,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G4 렉스턴과는 달리, 아이신(AISIN)의 자동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구동방식은 쌍용차 전통의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가 포함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평상시에는 후륜구동으로 동작한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G4 렉스턴과 동일한 차체구조에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따라서 정숙성은 G4 렉스턴과 동일한 수준으로, 4기통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SUV 중에서는 우수한 정숙성을 지닌다. 파워트레인에서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등으로 전해지는 진동도 적은 편에 속하며 주행 중의 정숙성 역시 우수하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우수한 정숙성은 장거리 운행의 피로감을 더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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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한 렉스턴 스포츠 칸은 후륜 서스펜션에 리프 스프링(Leaf Spring)을 적용한 모델이다. 리프 스프링은 마차가 육상교통의 주역이었던 시절부터 사용해 왔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스펜션이다. 특히 현재까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직하중 대응 능력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전세계의 화물용 자동차에 널리 쓰이고 있는 방식이다. 또한, 리프 스프링 채용으로 인해 렉스턴 스포츠 칸 파워 리프 서스펜션 모델은 5링크 코일스프링 서스펜션 모델에 비해 200kg 더 높은 700kg의 최대적재중량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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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륜에 리프 스프링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은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채용한 G4 렉스턴과는 승차감 면에서 큰 차이를 갖는다는 의미다. G4 렉스턴에서는 고급스러운 대형 SUV의 승차감을 경험할 수 있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은 확실히 트럭에 더 가까운 승차감을 경험하게 된다. 짐이 실려 있지 않은 경우에는 뒤쪽이 가볍게 느껴지고 하체 반응도 다소 거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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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건하고도 뚝심이 느껴지는 질감은 정통파 픽업트럭에 제법 가까운 것이다. 다만, 렉스턴 스포츠 칸, 그 중에서도 파워 리프 모델의 승차감은 세단보다도 말랑말랑한 통상의 크로스오버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상당히 거칠고 불쾌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화물차의 승차감과는 크게 다르며, 적어도 일상이나 장거리 운행에서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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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은 G4 렉스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LET(Low End Torque)’라는 이름에 걸맞게 저속 토크 확보에 집중한 엔진 세팅으로 길이만 약 5.4미터(5,405mm)에 공차중량이 2.2톤(2,180kg)에 이르는 렉스턴 스포츠 칸의 거체를 기세 좋게 발진시킨다. 발진 가속 면에서는 크게 부족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또한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100~110km/h까지는 동력성능의 부족을 체감하기 어려우며, 두툼한 저회전 토크 덕분에 견인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 차로 본격적인 고속주행에 돌입하기에는 다소 간의 무리가 따른다. 대형의 차체에 2.2리터급 엔진을 사용하는데 따른 한계점은 명확하다. 짐을 싣는 능력과 안정적인 견인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픽업트럭의 특성 상, 동력 성능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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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구간에서는 G4 렉스턴은 물론, 렉스턴 스포츠보다도 더 길어진 휠베이스와 늘어난 몸무게, 그리고 리지드액슬을 사용한 후륜 서스펜션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둔중한 몸집과 더불어 느슨한 질감의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으로 인해 산악도로의 코너나 타이트하게 감겨들어가는 램프구간 등에서는 통상의 크로스오버 혹은 SUV 차종에 비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차량의 특성은 물론, 일반적인 SUV 차종을 뛰어넘는 체적과 무거운 몸무게, 높은 무게중심 등 각종 불리한 조건들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운동성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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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칸은 오프로드 주행에서 보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G4 렉스턴의 강건한 포스코제 기가스틸 프레임을 뼈대로 삼고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가 포함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품었으며, 수직하중에 강한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정통파 픽업트럭에 상당히 가까운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픽업트럭의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는 우수한 오프로드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사륜구동 시스템의 경우, 차동기어잠금장치에 저속 트랜스퍼케이스까지 내장되어 있는 덕분에 온로드 보다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돌파능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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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칸은 연비 면에서는 일반적인 크로스오버형 SUV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다. 대형의 차체에 2.2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연비에 불리한 요소들이 많다. 본격적인 픽업트럭에 가까운 차체를 비롯하여 일반적인 크로스오버들에 사용되는 전륜구동 기반의 풀타임 사륜구동보다 크고 무거운 후륜구동 기반의 파트타임 사륜구동을 채용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공인연비는 도심 8.9km/l, 고속도로 10.8km/l, 복합 9.7km/l이다. 시승을 통해 기록한 구간별 평균연비는 도심 7.8km/l, 고속도로 12.0km/l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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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 칸은 단순하게 보면 렉스턴 스포츠의 연장형 모델이라고 일축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쌍용자동차가 내놓아 왔던 SUT를 넘어선 또 다른 영역을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제원표 상에서의 수치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정통파 픽업트럭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물론, 아쉬운 점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SUV인 G4 렉스턴의 기반설계에서 오는 한계점에서 오는 요소들과 제품개발 상의 접근법에서 기인한 요소들이 혼재된 결과로 보인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최고의 픽업트럭이라고 할 수 있는 차는 아니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운용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픽업트럭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 유일의 픽업트럭 모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렉스턴 스포츠 칸은 충분하고도 남는 매력이 있다. 국내 세법 상 화물차 세제가 적용된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렉스턴 스포츠와 함께, 렉스턴 브랜드의 저변을 더욱 넓히고 지난 해 내수 3위를 기록한 쌍용자동차의 실적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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