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만들어 낸 진짜 GT - 페라리 포르토피노 시승기

기사입력 2018.11.0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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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완전히 새로운 8기통 GT(Grand Tourer), 포르토피노를 시승했다. 페라리 포르토피노는 페라리 캘리포니아 T의 뒤를 잇는 8기통 컨버터블 GT 모델로, 지난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바 있다. 차명인 포르토피노(Portofino)는 이탈리아 리구리아 주(州) 제노바 현에 위치한 항구도시의 이름으로,  이탈리아 최고의 미항(美港)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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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포르토피노의 외관은 첫 인상부터 ‘젊은 페라리’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전면 하단에 위치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롭게 치켜 뜬 LED 헤드램프로 한층 공격적이고 대담한 인상을 지니고 있다. 21세기에 걸맞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고전적인 감성 역시 표현해내고 있다. 톱을 닫은 상태를 기준으로 차를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면, 365GTB 데이토나와 같은 고전적인 2박스형 패스트백 쿠페의 전형에 가까운 실루엣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오늘날의 페라리 로드카들과 마찬가지로 포르토피노의 외관은 ‘과학’을 통해 최종적으로 빚어진다. 포르토피노의 외관 디자인은 페라리의 에어로다이나믹스 부서와의 협력으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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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서면 GTC4 루쏘 T의 것과 유사한 스타일의 대시보드가 탑승자를 맞는다. 실내 곳곳은 고급스러운 질감을 지닌 가죽으로 세심하게 마감되어 있고 새로운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이 운전석을 지키고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10.2인치 규격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위치해 있다. 2+2 구성의 쿠페로서는 공간도 그다지 좁지 않은 편이다. 앞좌석은 18방향 전동조절이 가능한 스포츠 시트로, 우수한 착좌감을 자랑하며, 장시간 승차 중에도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


엔진은 현행 페라리의 주력 유닛이라고 할 수 있는 F154 계열의 엔진을 사용한다. 이 엔진은 전작인 캘리포니아 T, 그리고 대형 투어러 모델인 GTC4 루쏘 T에 사용된 엔진의 개량형으로, 600마력/7,500rpm의 최고출력과 77.5kg.m/3,000~5,250rpm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포르토피노는 페라리의 다른 모델들이 그렇듯이, 등화류와 관련된 기능들이 스티어링 휠의 버튼들로 동작한다. 따라서 처음 포르토피노의 스티어링 휠을 잡게 된 운전자는 이 기상천외한 체계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버튼과 패들로 제어되는 변속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적응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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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와 같은 것들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포르토피노는 본격적인 GT의 세계로 운전자를 끌어 당기기 시작한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쿠페형 차체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확실하게 스포츠 쿠페에 올라 탄 느낌을 주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느껴지는 것은 세단에 필적하는 편안함이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적당한 편이고 하체는 유연하다. 가속 페달의 반응에도 약간의 여유가 있다. 딱 밟은 만큼만 힘을 내어 준다. 제 힘을 온전히 사용하고 싶다면 운전자가 더욱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또한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상당한 정숙성을 경험할 수 있으며 엔진 소음 또한 정제된 느낌을 준다.


포르토피노의 엔진은 저회전 영역부터 두툼한 토크가 발생하고 3,000~5,250rpm의 영역에 걸쳐 최대토크가 유지된다. 이렇게 중저회전부터 평탄한 토크 곡선을 지닌 덕분에 필요할 때마다 최대 77.5kg.m에 달하는 막강한 토크를 주머니 속 물건 꺼내듯이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의사표현만 명확히 해 준다면, 포르토피노는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화끈한 추진력을 선사한다.


페라리 포르토피노의 화끈한 추진력은 출발 가속에서부터 여과 없이 경험할 수 있다. 포르토피노의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은 불과 3.5초. 하지만 굳이 이런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운전자가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순간, 순수 스포츠카의 것에 필적하는 강력하고 빠른 가속력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변속기는 페라리가 자랑하는 7단 F1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600마력에 달하는 막강한 엔진의 힘을 한 방울의 누수 없이 뒷바퀴로 보낸다. 번개같은 변속 속도와 더불어 뛰어난 직결감이 가속의 짜릿함과 함께 만족감까지 더해준다.


일체형 배기 헤더와 가변 부스트 관리 등, 페라리의 정교한 터보 세팅이 더해진 덕분에 터보랙(Turbo Lag, 낮은 회전수(rpm)에서 배기가스 압력이 부족하여 터보의 작동이 지연되는 현상)이 거의 없다. 60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V8 터보 엔진은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음색의 배기음을 내뿜으며 가속의 긴장감을 더한다. 자연흡배기 엔진에 비해 대체로 배기음이 거칠고 탁한 터보 엔진으로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깔끔하게 정제된 음색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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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피노와 함께 고속주행을 즐기다 보면, 고속 주행에서 차체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속에서도 네 바퀴는 노면을 굳건히 붙들고 있고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엔진은 조금도 힘겨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인 승용차로는 실로 힘겹게 도달하는 속도 영역을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것은 물론, 그 속도로 얼마든지 항속 주행을 지속할 수 있다. 고속 크루징이 가능하다는 것은 포르토피노가 무늬만 GT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GT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르토피노는 단지 가속력이나 고속주행 능력에만 매달리고 있는 차가 아니다. 진짜배기 GT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다루는 즐거움’ 또한 착실하게 챙기고 있다. 구절양장과 같은 강원도의 산악도로에서 포르토피노는 스포츠카에 근접한 몸놀림을 선보인다. 운전자의 명령에 기민하게 움직여 주는 것은 물론, 균형 감각이 뛰어나 차를 다루기가 쉽게 느껴진다. 여기에 페달을 밟거나 스티어링 휠을 감거나 패들시프트를 당기는 그 모든 과정에서 어떤 차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쫀득한 손맛을 경험할 수 있다.


페라리 포르토피노는 그 하드웨어부터 걸출하다. 포르토피노는 전작인 캘리포니아 T에 비해 차체의 강성 강화 및 경량화가 이루어진 것을 시작으로 페라리 라인업 최초의 3세대 전자식 디퍼렌셜(E-Diff3)을 채용했다. 3세대 전자식 디퍼렌셜 덕에 조향비가 7%나 줄어들어 더욱 안정적이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여기에 자성유체를 이용한 자기유동서스펜션 시스템(SCM-E)를 적용하여 노면의 조건에 실시간으로 대응한다. 여기에 F1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는 F1 트랙션 컨트롤이 운전을 지원한다. 차를 구성하고 있는 걸출한 하드웨어를 정교하게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는 차를 더욱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다룰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있으니, 바로 전자동으로 작동하는 리트랙터블 하드톱이다. 톱을 열게 되면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볕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페라리의 V8 터보 엔진의 울림과 배기음, 그리고 차체가 움직이면서 나는 온갖 종류의 소리들을 있는 그대로 그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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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가 만드는 로드카들은 대체로 스포츠카 내지는 슈퍼카들이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페라리에게 있어 진정한 의미의 전공 분야는 따로 있다. 바로 ‘GT(Grand Tourer)’다. GT는 페라리가 창사 초기부터 7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 차종이다. ‘페라리 타도’를 목표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조차 사랑했던 차가 바로 페라리의 GT들이었고, 지금도 페라리는 창사 이래 GT만큼은 70년 동안 대를 이어 꾸준히 생산해 오고 있다.


그리고 포르토피노는 이렇게 70년동안 GT를 만들어 온 ‘장인’인 페라리의 손으로 만든 진짜배기 GT다. 단순히 가격이나 제원 상의 성능을 근거로 ‘엔트리급’이라고 저평가하기에는 하나하나가 잘 만들어진 GT다. 전통과는 다소간의 거리가 있을지언정, 총체적 균형을 추구하는 페라리의 철학이 알차게 담겨 있다. 그리고 우수한 고속 주행 성능과 여유 있는 공간 설계와 편의성을 모두 챙겨햐 하는, 현대적인 GT의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페라리 포르토피노는 GT에 대한 낭만을 품고 있는 이라면 꼭 경험해 봐야 할, 제대로 만든 GT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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