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家의 정통 스포츠카를 만나다 - 페라리 488 스파이더 시승기

기사입력 2018.10.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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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V8 미드십 스포츠카, 488 스파이더를 일반도로와 트랙에서 각각 시승했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는 지난 2015년 국내 출시된 488의 오픈 톱 모델로, 488의 뛰어난 성능 그대로 오픈 에어링이 가능한 모델이다. VAT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3억원대에서 시작하며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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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하게 된 488 스파이더는 페라리의 로쏘 코르사(Rosso Corsa) 컬러를 입었다. 오로지 페라리만 사용하는 이 강렬하고 매혹적인 빨간 색은 이 차가 한 눈에 페라리 가문의 일족임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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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에서 디자인된 488 스파이더의 외관은 8기통 페라리의 시조인 308 GTB의 스타일링 요소와 브랜드 최강의 플래그십 스포츠카인 `라 페라리(La Ferrari)`의 스타일링에서 보여주었던 요소들을 버무렸다. 488 스파이더의 스타일링은 2010년대 중후반을 관통하는 현행 페라리 패밀리룩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차체 형상은 전반적으로 공기역학적 효율 개선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 된 것으로, 곳곳에 페라리가 원하는 공력 특성을 얻어내기 위한 세심함이 돋보인다. 전면의 넓은 스포일러는 양쪽에 위치한 라디에이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중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중앙의 디플렉터는 두 개의 지지대와 결합되어 공기를 편평한 하부 방향으로 흘려 보내도록 만들어져 있다. 측면의 디자인과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후륜 휀더의 대형 공기 흡입구는 옛 308 GTB에 대한 오마주(Homm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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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에는 넓고 낮은 형상의 블로운 스포일러가 자리하고 있다. 이 블로운 스포일러 덕분에 488 스파이더는 불필요한 공기저항을 증가시키지 않고도 다운포스를 생성할 수 있다. 테일파이프의 위치 또한 최적화되어 있고 이에 맞춰 대형화된 리어 디퓨저가 액티브 플랩과 함께 공기역학적 효율을 높인다. 특유의 원형의 LED 테일램프는 이전 458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전부 새로이 디자인된 물건이다.


여기에 페라리 488 스파이더는 이전 458 스파이더와 같은 정교한 메커니즘의 전동식 하드톱을 지니고 있다. 두 조각으로 나뉜 루프는 전개부터 수납까지 전자동으로 작동하며 별도의 공간에 깔끔하게 수납된다. 물론 이 때문에 488 스파이더는 쿠페 모델의 투명 엔진룸 커버는 없다. 엔진룸 내부를 들여다 보려면 덮개를 열어야 하는데, 덮개를 열어도 엔진이 반도 채 보이지 않는다.


488 스파이더에 원활하게 승하차하기 위해서는 다소 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변속기를 주차 모드에 두게 되면 차고가 완전히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 때문에 승하차가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운전석을 기준으로 오른발▶몸▶왼발 순으로 몸을 집어 넣어야 우아함을 잃지 않고 차에 오를 수 있다.


차내에 들어 서게 되면 순수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차들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좁고 타이트한 공간이 나타난다. 그런데 막상 시트에 올라 위치를 조정하고 나니, 적어도 숨쉴 틈 없이 좁은 공간은 아니라는 것에 짐짓 놀라게 된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질감의 가죽들로 꽤나 세심하게 마무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앙에는 송풍구를 비롯하여 공조장치 제어 패널 등이 위치하고 플로어 콘솔 부위에는 스마트폰을 놓아 둘 수 있는 크기의 트레이와 변속기 홀드 버튼, 자동모드 버튼, 그리고 파워윈도우 스위치와 하드톱 개폐 버튼 등이 마련되어 있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는 스티어링 컬럼에 오직 카본으로 만들어진 패들시프트만 존재한다. 상식적으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은 스티어링 휠로 자리를 옮겼다. 방향지시등과 헤드램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 상식을 벗어난 인터페이스에는 일정 부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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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488 스파이더는 그 승차감이 탑승한 사람으로 하여금 짐짓 놀라게 만든다. 이러한 형태의 순수 스포츠카들은 대체로 조종성과 기동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섀시와 서스펜션 등을 단단하게 설계하여 거친 승차감을 갖게 마련인데 488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승용차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적어도 도심에서 충격으로 인해 불쾌함을 크게 느끼게 될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탄력이 좋은 하체 덕분에 충격을 강하게 받아내는 것처럼 느껴져도 허리가 크게 괴롭지 않다. 도심이나 조금은 고르지 못한 노면을 지날 때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한참 낮은 시트 포지션과 다소 좁을 수 밖에 없는 시야에는 적응을 해야 하지만.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다. 저속 운행 중에는 지상고를 40mm까지 들어 올려 범퍼 하단 등 차체 하부의 손상을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도심 내 저속 주행에서는 스티어링의 감도를 약간 가볍게 하여 손의 부담까지 줄여주고 있다. 소음이나 진동 또한 저회전에서는 탑승객을 괴롭히지 않을 만큼만 내보내기 때문에 피로감도 덜한 편이다. 막강한 성능의 퓨어 스포츠카이면서도 일상적인 운행 환경을 꽤나 높은 수준으로 배려했다는 점은 488 스파이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 중 하나다.


도심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488 스파이더는 고속도로에서의 크루징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제한속도에 맞춰 정속 주행을 하다 보면 종종 승용차에 오른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안정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동승자와 대화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러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하는 순간, 놀랄 만큼 빠른 시프트 다운과 함께 차체가 등판을 발길로 걷어 차듯 떠밀어버린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뒤에서 밀어 주는 느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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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488 스파이더에 탑재된 엔진은 오늘날 페라리의 주력 V8이라 할 수 있는 F154 계열의 F154 CB 엔진이다. 86.5mm의 실린더 내경과 83.0mm의 행정 길이 가진 배기량 488cc의 숏 스트로크 실린더 8개가 90도 뱅크각의 V형으로 배치된 총배기량 3,902cc의 V8 직분사 터보 엔진이다. 670마력/8,000rpm에 달하는 최고출력과 77.5kg.m/3,000rpm에 이르는 최대토크를 쏟아내는 이 엔진은 페라리 488 스파이더의 막강한 동력성능을 이루는 원동력이다. 여기에 변속기는 그 유명한 페라리의 F1 더블 클러치 변속기로, 즉각적인 변속과 낮은 구동 손실로 670마력의 힘을 낭비 없이 뒷바퀴로 전달할 수 있다.


600마력을 상회하는 강력한 엔진과 그 엔진의 힘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뒷바퀴로 전달해 주는 옹골찬 변속기의 조합은 통쾌함을 넘어 전신을 짜릿하게 만들어 주는 가속력으로 나타난다. 가속 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가속 페달에서 힘을 뺄 때마다 재가속 기회만을 기다리게 만든다. 또한 바닥에 거의 주저 앉아있다시피 한 시트 포지션 탓인지 속도감의 차원이 다르다. 이 때문에 다른 차를 탈 때 보다 몇 배로 더 긴장하게 된다. 고속주행이 이어지는 중에도 차는 불안함의 ‘불’자도 내보이지 않건만,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1분 1초가 긴장의 연속이다.


여기에 페라리 엔진들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자극적인 배기음 또한 일품이다. 회전수를 올릴 때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배기음은 아드레날린 수치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그리고 하드톱 까지 걷어내게 되면 그 자극은 두 배가 된다. 톱을 열면 V8 터보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귓전으로 직접 날아 들어 오기 때문이다.


톱을 연 채로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도로로 향한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는 배배 꼬인 데다 고저차 마저 큰 강원도 일대의 산악 도로에서 찰나의 머뭇거림도 없이 능수능란하게 움직여 준다. 운전대를 감으면 감는 대로, 몸을 원하는 대로 척척 비틀어 놓는다. 다소 빠른 템포로 주행을 하는 와중에도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준다. 손과 발에 닿는 그 무엇 하나도 무엇 하나 망설임 없이 즉각적으로 응답해 주기 때문에 조종하는 맛이 ‘제대로’ 살아 있다. 균형감각도 뛰어나 차를 제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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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 스파이더는 이미 일반도로에서 진정한 스포츠카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이를 조금 더 확실히 하기 위해 강원도 인제의 인제스피디움으로 향했다. 인제스피디움은 국내에서 포뮬러1을 제외한 모든 모터스포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레이스 트랙으로, 고저차가 크고 블라인드 코너들이 존재하는, 대표적인 테크니컬 서킷 중 하나다.


인제스피디움의 트랙 위에 올라선 488 스파이더. 488 스파이더를 타고 트랙에 오르니 이제야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일반도로에서도 어느 것 하나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488 스파이더지만 트랙에서는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본 모습, 그리고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트랙에 진입하자마자 나타나는 코너에서부터 488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인다. 여느 때 보다 더 빠른 템포로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인제스피디움의 험난한 코너들을 잇달아 척척 통과한다. 뒤쪽에 하중이 몰려 있는 리어 미드십의 특성이 글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차체 뒤쪽에서 슬립이 일어나는 것은 488에 탑재된 온갖 정교한 전자장비들이 즉각 달려들어서 악착같이 제어해 낸다.


또한 자성유체를 이용한 서스펜션과 전용의 피렐리 타이어 덕분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세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뿐더러, 흐트러진 자세를 번개같이 빠르게 바로 잡는다. 이러한 특성은 코너의 탈출 시에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고저차가 큰 인제의 코너들에서도 완벽에 가깝게 대응해내는 모습은 굳이 이 차의 혈통을 따지고 들지 않더라고 진짜배기 스포츠카임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인제의 스트레이트 구간에 들어 서서 망설임 없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그러자 488 스파이더는 속 시원하게 내지르는 배기음과 더불어 폭발적인 힘으로 어렵지 않게 200km/h이상의 속도로 추진한다. 그 뒤에 이어지는 1번 코너를 앞두고 제동을 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깍 원하는 속도로  떨어뜨려 놓는다. 가혹한 트랙 주행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브레이크는 지치는 기색을 좀체 비치지 않는다. 강력한 동력성능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주는 브레이크는 488 스파이더의 트랙 주행을 보다 안심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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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경험한 페라리 488 스파이더를 한 마디로 축약하면 ‘명가의 종마’라고 할 수 있다. 페라리 가문의 일원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미학과 과학이 공존하는 외관, 숏 스트로크 V8 터보엔진과 F1 더블 클러치 변속기로부터 터져 나오는 막강한 추진력, 가볍고, 단단하고, 균형까지 완벽에 가깝게 잡힌 섀시는 물론 출중한 제동성능까지 모든 것을 충실하게 갖춘 진짜배기 스포츠카다.


488 스파이더는 일반 도로에서도 출중한 달리기 실력을 보여주지만 트랙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한다. 488 스파이더와 함께 트랙을 달리다 보면, 전율을 경험하며 운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차를 조종하는 쾌감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정교한 기술로 운전자가 자신감을 잃지 않게 만들어 준다. 평상시에는 타는 이의 일상을 괴롭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특별함은 원할 때 언제든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488 스파이더는 꽤나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명가의 종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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