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상용차와 교통 약자, 결국은 사람이 사고 원인이다.

기사입력 2018.08.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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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들이 시위를 벌인 이유는 교통 환경 개선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7월 승객을 태우고 시내를 달리던 버스가 어린 10대 청소년 두 명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로 인해 분노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다.

방글라데시는 교통 환경이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인구밀도가 높고 자동차, 모터 사이클, 자전거, 보행자가 섞여 사고 위험성이 높다. 심지어 무면허 운전자도 상당하다. 그런 복잡한 운행 환경에서 자전거, 모터사이클, 보행자 같은 교통 약자는 고스란히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교통 약자의 사고는 부상 정도나 치사율이 상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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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발생한 버스 사고는 단순히 방글라데시에만 국한된 문제라 할 수 없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매주 약 300만 명이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이런 도심 인구 집중 현상은 꾸준히 증가되어 왔고 그로 인해 교통 약자의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  

도심 교통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국내외 정부에서는 도심 제한 속도 기준을 낮추고 긴급제동장치 (Autonomous Emergency Braking, AEB) 의무화 등 기술과 규제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봉평터널 사고, 2017년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사고 등 대형 차량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자동 긴급제동장치 의무화 목소리가 커졌고 2017년 개정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 및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11미터 이상 승합차량과 총중량 20톤 초과 화물 및 특수자동차에 AEB를 의무화했다. 미국도 2022년부터 모든 신차에 AEB를 의무 장착하도록 했고 유럽은 2015년부터 화물차를 중심으로 의무 장착을 시작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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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제한 속도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2021년까지 현행 60km에서 50km로 하향 조정한다는 ‘503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랑스나 스웨덴, 독일 등의 국가도 일찍이 도심 속도를 50km로 하향 조정해 도심지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안전 관련 기술 발전과 데이터 기반의 정책이 도로 환경을 개선하고 사고율을 낮추는데 기여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과 정책의 전제에 깔려야 할 건 도로가 차량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점이다. 도로라는 복잡한 환경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의 통로로 대중교통을 비롯해 도보, 자전거, 모터사이클 등 다양한 이동 조건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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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시에 인구가 몰리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 같은 이동 수단까지 도로를 활보한다. 이는 교통 체증을 완화시키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이점이 있지만 높은 사고 치사율이란 위험성도 가지고 있는 점이다. 더구나 자전거, 도보, 킥보드 등은 좁은 길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며 운전자 시야에서 사라지기 일쑤다. 

가뜩이나 사각지대가 많은 버스 및 대형 트럭이라면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크고 작은 사이드 미러를 통해 주변을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후방 카메라, 음향 센서 등을 통해서도 사물을 인지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운전자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주변을 살피다 보면 운전자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복잡한 도심에서 집중력 저하는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영국의 런던 교통국은 2041년까지 런던 시민의 약 80% 이상이 자전거 및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는데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중 하나가 도시 내 대형 차량들을 대상으로 ‘차량 전방 시인성 표준(Direct Vision Standard)’을 수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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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안에 따르면, 2020년부터 런던 시내의 모든 12톤 급 이상의 대형 상용차는 차량의 운전석에서 규정에 따른 전방 시야 혹은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안전 사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 상용차의 사각지대를 충돌 사고의 주요 요인으로 보고 사각지대 최소화를 필수 과제로 삼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적인 과정도 눈에 띄는 점이다. 단순히 계획안을 내놓고 시민 참여만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해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EU가 후원하고 있는 X 사이클(Xcycle) 프로젝트 일환으로 볼보 트럭과 맺은 협력 관계다. 볼보 트럭은 기술 제휴 기업 및 연구 기관과 자전거 이용자들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데 X 사이클 프로젝트를 통해 차량 외부의 감지 시스템과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교통사고를 감소시키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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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교통 시스템 개발 방향의 한 예로 트럭과 자전거 이용자 간에 발생하는 사고의 약 40%가량이 차량 조수석 쪽에서 발생한다. 즉 조수석 방향으로 차량을 회전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때 트럭 운전자와 자전거 이용자는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경고 알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도심 지역에 적합하도록 낮아진 섀시와 보다 넓어진 캡 창문 등의 옵션이 적용된 볼보 FE 로우 엔트리 캡 모델에 별도로 창문을 추가해, 운전자가 차량 측면 가시성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시성을 높이는 방향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국내 도심지 역시 교통 약자에겐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다. 주차 공간은 협소해 무분별한 불법주차가 만연하고 불법주차로 인해 교통 약자는 물론이고 차량 운전자 역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빨리, 빨리’ 문화와 개인주의까지 더해지면서 꼬리물기, 곡예운전 등 도로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인도와 차도를 오가는 모터사이클, 자전거, 킥보드가 뒤엉키면서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해외의 사례처럼 안전 기술 적용과 규제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자전거 도로, 교차로 설계 등 도로 환경이 미비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대형 트럭 사고나 자전거, 킥보드 사고가 끊이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 도로는 복합적 이용자가 뒤엉킨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의 책임과 안전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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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볼보 트럭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8%가 대형 상용차가 도심 지역 2차선 도로에서 안전에 위협적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약 92%가 본인이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반면 약 45%는 운전자가 본인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 답했다. 또한 국내 도로 이용자 중 약 37%는 상대방이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야 확보의 문제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적다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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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이용자 간의 신뢰, 공동 책임, 안전 인식은 수년 동안 양보 운전, 안전 운전, 방어 운전 등으로 강조해왔던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자동차 사고 원인의 90% 이상이 인적 요인으로 ‘안전 운전’이란 네 글자만 도로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이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차량 운전자만이 아니라 도로 이용자 전체가 자신이 ‘인적 요인’임을 가정하고 도로 환경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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