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도 뜨거운 심장, 엔진]로버 KV6 엔진

기사입력 2018.06.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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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엔진은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차가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뜨거움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상반된 속성을 갖는 이유는 금속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된 엔진의 역사이래, 인류는 항상 금속으로 엔진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재료역학의 발달로 인해, 금속 외의 다른 합성 재료를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모든 엔진의 주류는 금속이다. 강철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은 엔진이 잠에서 깨어난 시점부터 가동 시간 내내 발생하는 고열과 마찰 등의 모든 부담을 감당할 수 있으며, 대량생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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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으로 만들어진,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본 기사에서 다룰 수많은 자동차의 엔진들 중 그 스물 여덟 번째 이야기는 현대자동차에 합병되기 전의 기아자동차가 선보인 6기통 엔진, 로버 KV6 엔진에 대한 이야기다.


영국 로버와 기아자동차의 합작으로 태어난 V6 엔진

로버 KV6 엔진은 영국의 자동차기업 로버(Rover)가 개발한 V형 6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그동안 직렬 레이아웃의 엔진만 개발하던 로버가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V6 엔진이기도 하다. 1996년 로버 8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처음으로 시장에 투입된 이 엔진은 기존에 로버가 영국 롱브릿지(Longbridge) 공장에서 라이센스 생산했던 혼다의 2.7리터 V6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또한 로버가 80년대부터 도입을 시작한 최신형 4기통 엔진 라인업인 K-시리즈 엔진의 형제 엔진으로서 계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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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로버는 새로운 다기통 엔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 당시 로버는 일본 혼다기연공업(이하 혼다)과 기술제휴관계에 있었는데, 롱브릿지에서 생산하고 있었던 혼다 V6 엔진이 날로 강화되는 유럽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독일의 폭스바겐이 로버에 자사의 VR6 엔진을 제공하여 가격을 내리는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독자개발 엔진을 원했던 로버로서는 이미 설계 결함이 알려진 VR6 엔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로버 KV6 엔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의 기아자동차와의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K-시리즈 엔진은 1994년, 때마침 로버 그룹을 인수한 BMW가 로버의 예상 판매대수를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엔진 전체의 개발비용이 크게 상승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로버는 새로운 엔진 개발 프로젝트에 소요될 비용을 낮추기 위해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때 로버의 손을 잡아 준 기업이 바로 대한민국의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였다.


로버가 이 머나먼 극동에서 온 파트너와 연을 맺게 된 까닭은 당시 기아차의 섀시 및 구조 설계를 위탁 받은 전적이 있었던 영국 로터스 엔지니어링과의 인연 덕분이었다. 90년대 당시 기아차는 본래 제휴관계에 있었던 마쓰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기술 도입선의 다변화를 꾀하는 한 편, 최종적으로는 독자생존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로터스에 신형 중형세단 크레도스의 섀시 설계를 위탁한 것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1994년, 기아차가 로버의 신형 V6 엔진 개발 비용을 부담하기로 합의하면서 로버는 엔진 개발 비용을 조달할 수 있었고, 기아차는 이 엔진의 개발에 관여하면서 자사의 양산차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리고 사실 상 기아차와의 공동개발 체제를 통해 KV6 엔진은 완성에 이를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로버 KV6 엔진은 한국의 아산공장에서도 생산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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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6 엔진의 배기량은 각각 2.0리터와 2.5리터 사양이 존재했다. 밸브 트레인은 DOHC 방식으로, 두 개의 헤드에 설치된 각각 두 개의 캠 축이 동기치합식 구동벨트로 움직이는 쿼드캠 24밸브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실린더 블록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당대에는 동급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V6 엔진 중 하나로 꼽혔다.


로버 KV6 엔진에는 여러 신기술이 적용되었다. 자동으로 인장강도를 조절하는 자동식 구동벨트의 적용과 함께 독일 지멘스(Siemens)의 EMS2000 엔진 매니지먼트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엔진에 걸리는 부하에 따라 연료 공급 및 점화 타이밍이 달라지도록 하여 보다 정교한 제어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엔진 부하 및 도로 상에서의 속도에 따라 인테이크 파이프의 길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가변식 흡기장치(Variable Geometry Induction)를 적용하여 성능과 효율을 향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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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KV6 엔진을 처음 도입한 것은 초도 개발 주체인 로버였다. 로버는 1996년 로버 8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처음으로 시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로버의 고질적인 품질 문제에 부딪히는 바람에, 일부 개량을 가해 로버 75와 그 형제차인 MG ZT 등에 재투입했다. 그리고 이 엔진은 개량을 거쳐 랜드로버의 초대 프리랜더에도 사용되었으며, 영국에서 만들어진 고속 수륙양용차, 아쿠아다(Aquada)에도 사용되었다.


기아자동차는 이 엔진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컸다. 엔진의 개발비용을 부담하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 얻어낸 엔진인 만큼, 기아차는 다양한 차종에 이 엔진을 사용하고자 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기아차는 아산 공장에 이 엔진의 생산 라인을 마련하고 이 엔진을 탑재할 신차 크레도스의 생산 라인까지 이곳에 설치했다. 이 외에도 이 엔진을 LPG 엔진으로 개량해 베스타에도 사용할 계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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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기아차가 최종적으로 KV6 엔진의 탑재를 진행한 차종은 포텐샤와 크레도스 II, 그리고 카니발의 3차종에 그치고 말았다. 단, LPG 사양의 엔진은 초대 카니발을 통해 도입이 실현되었다. 특히 기아자동차가 97년 외환위기의 직격타를 맞으면서 회사의 존폐가 갈릴 위기에 처함에 따라, 초대 카니발 이후로 더 이상의 신규 도입은 이뤄지지 못했다.


KV6 엔진의 2.0리터 사양은 크레도스 V6 모델 탑재분을 기준으로 150마력/6,500rpm의 최고출력과 19.2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2.5리터 사양은 카니발 탑재분을 기준으로 175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22.5kg.m/4,000rpm의 최대토크를 낼 수 있었다. 또한 초대 카니발의 LPG 모델에 탑재된 2.5리터 LPG 사양은 150마력/5,200rpm의 최고출력과 22.0kg.m/3,6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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