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차]새한자동차 맵시

기사입력 2018.05.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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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자동차 중 우리말로 된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차는 단 한 대도 없다. 동서를 막론하고 자동차의 이름은 알파벳 문화권의 단어에서 차용하거나 알파뉴메릭 형태로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자국어 차명에 대해 상대적으로 저평가하는 소비자 경향과 더불어 브랜드 이미지의 구축 작업과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들 중에는 우리말 이름으로 지어진 자동차들이 더러 존재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국제차량제작의 ‘시-발’은 비록 한자어이기는 하지만, ‘최초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는 의미를 가진 의미 있는 작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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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60~70년대를 전후하여 대한민국의 산업 역량이 급속히 발달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 대한민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국이나 일본 등, 자동차 분야의 선두주자들과 기술 제휴를 통해 이들의 자동차들을 면허생산하는 체제를 확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기존 모델의 이름이 아닌,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기도 했고, 그 중에는 우리말 이름을 가진 차들도 소수나마 존재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구 새한자동차에서 생산했던 ‘맵시(Maepsy)’다.


우리말 이름을 입은 GM의 월드카

1982년부터 새한자동차에서 생산한 맵시는 우리말로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를 의미한다. 맵시는 기존에 새한자동차에서 생산하고 있었던 일본 이스즈(Isuzu) 사의 제미니(Gemini)를 부분변경한 모델이었다. 이스즈 제미니는 GM의 월드카 개념 하에 만들어진 후륜구동 소형 승용차로, 과거 제너럴모터스코리아 시절에 생산했던 카미나(Camina)의 후속모델로서 도입된 차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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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는 기본적으로 이스즈 제미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차종이었다. 차체 및 섀시 설계는 기존에 생산했던 제미니와 동일했다. 변경점이라면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범퍼 등을 늘려서 차체 전장을 늘린 정도였다. 이미 유럽풍의 깔끔한 스타일이 호평을 얻고 있었던 제미니의 스타일링을 유지하면서도 전면 디자인을 수정하여 충돌안전성을 조금이나마 더 확보했다.


맵시의 심장은 카미나와 제미니에 사용했던 1.5리터 직렬 4기통 CIH 가솔린 엔진이었다. 최고출력은 73마력, 최대토크는 12.0kg.m였다. 또한 1983년에는 엉뚱하게도, 당시 기아산업이 브리사에 사용했던 마쯔다제 1.3리터 직렬 4기통 TC엔진도 추가되었다. 이는 1982년부터 시행된 한국 자동차 산업계 최대의 악재이자, 전두환 정권의 실책 중 하나인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로 인해, 기아산업이 승용차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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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자동차는 맵시를 출시하면서 맵시의 스타일, 경제성, 성능, 안전성 등을 내세워 홍보했다. 이 성능과 안정성이라는 것은 기존 제미니에서도 주요 세일즈 포인트로 강조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당대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새한자동차의 맵시는 같은 시기에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포니 II에 밀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데뷔 당시부터 기존 제미니의 일부만 변경한 모델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한 맵시는 출시 후 불과 1년 만에 후술할 ‘맵시-나’로 또 한 번의 변화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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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월,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새한자동차의 사명을 대우자동차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맵시도 변화를 맞게 된다. 동년 4월 대우자동차는 자체 개발한 `4기통 1.5 리터 XQ 엔진`을 발표, 5개월 뒤인 9월에 이 엔진을 적용한 `맵시-나`를 출시했다. 차명인 맵시-나의 ‘나’는 한글의 가나다 순에 따른 것으로,  ‘두 번째 맵시’라는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차체에 붙는 레터링은 기존과 같이 ‘MAEPSY’로만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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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나는 디자인을 보다 대대적으로 손 보고 파워트레인을 변경하는 등, 제미니에서 일부만 고친 정도인 맵시에 비해 한층 굵직한 변화를 겪었다. 디자인의 경우, 전면부를 레코드 로얄과 유사한 스타일로 뜯어 고쳤다. 후면부 역시 레코드 로얄과 유사한 대형의 테일램프 채용과 더불어, 트렁크 부위를 더 늘려서 기존 맵시에 비해 한층 더 긴 길이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맵시-나는 성능은 물론, 신뢰성, 연비 등이 불만사항으로 지적되어 왔었던 기존 CIH 엔진을 신개발 1.5리터 XQ엔진으로 대체했다. 이는 기존 맵시에서 가장 유의미한 변화 내용 중 하나로 꼽힌다. XQ엔진은 기존 CIH 엔진에 비해 신뢰성과 성능의 향상을 일궈 냈다. 최고출력은 85마력, 최대토크는 12.5kg.m였다.


맵시-나는 기존 제미니의 전면부를 약간만 손 본 정도의 변화에 그쳤던 맵시와 다르게, 신차로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었다. 새로운 인상을 보여준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와 새로운 엔진의 채용은 맵시-나의 경쟁력을 크게 끌어 올려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이 시기부터 맵시의 판매량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현대자동차 포니 II와 열띤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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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맵시-나는 1985년 3월, 더한 고급 모델, `하이 디럭스`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맵시-나 하이디럭스 모델은 맵시-나의 스타일링이 레코드 로얄과 유사한 점에 착안, 동사의 고급 승용차인 로얄 살롱의 화려함을 살린 전용 외장 사양과 로얄의 왕관 엠블럼 등으로 치장한 고급 소형 승용차로 어필했다. 이후 맵시와 맵시-나는 출시 이후 1986년 7월까지 총 42,729대가 생산되었다. 그리고 1986년 7월, 후속 차종인 `르망`에게 자리를 넘겨 주고 단종된다. 그러나 영업용(택시)으로는 한동안 병행 생산이 이루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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