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러에 가려진 비운의 대형 SUV, 혼다 파일럿

기사입력 2018.04.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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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혼다 파일럿은 상당히 어중간한 포지션에 놓여있다. 대부분의 모델이 럭셔리 SUV를 지향하면서 실용성을 바탕에 둔 모델은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정도다. 그마저도 포드 익스플로러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

파일럿이 닛산 패스파인더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지만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익스플로러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697대의 판매량을 올렸다. 반면 파일럿은 397대를 판매했다. 약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성적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월 판매량이 오름세에 있다는 정도다. 판매량으로만 본다면 익스플로러의 확실한 1강 체제로 파일럿을 라이벌이라고 칭하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익스플로러의 유일한 대항마가 파일럿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지극히 단순하게 익스플로러에 대항하는 파일럿을 살펴보자면 가장 먼저 비교하는 것이 차체 사이즈 일 것. 파일럿의 전장은 4,955mm에 전폭 1,995mm, 전고 1,775mm, 휠베이스 2,820mm다. 수치상으로 아주 약간 익스플로러에게 밀리는 느낌이다. 익스플로러의 전장은 5,040mm, 전폭 1,995mm, 전고 1,775mm, 휠베이스 2,860m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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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나열된 수치만으로 경쟁력을 논하기는 어렵다. 차체 구조나 배치에 따라 활용도는 천차만별이니 말이다. 가령 박스카 형태의 모델이 많은 짐을 실기 유리한 것이나 트렁크 받침 부분이 평평한 모델이 무거운 짐을 실기 유리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을 단번에 알아차리긴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마주하는 정보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디자인, 그리고 제원표다. 특히 제원표의 경우 차량 특성에 따른 수치를 가장 먼저 들여다본다. 그러한 상황에서 파일럿은 소비자들이 익스플로러에게 시선을 빼앗아올 매력적 수치를 보이고 있다. 

대형 SUV에서 차체 사이즈가 중요한 이유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넉넉한 공간 활용성, 적재 능력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차체 사이즈가 크고 넓다는 것은 그만큼 공간도 확보된다는 의미다. 또한 충분한 적재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적재 공간은 대형 SUV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상품성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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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467리터다. 중형 세단인 토요타 캠리가 약 427리터로 467리터라는 트렁크 용량은 그리 큰 수치가 아니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기본 용량 594리터다. 기본 트렁크 용량에서 두 모델의 차이는 확연하다. 하지만 3열 시트를 접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파일럿이 3열 시트를 접었을 때 1,325리터, 익스플로러가 1,240리터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었을 경우 파일럿이 2,376리터, 익스플로러가 2,312리터로 파일럿이 압도한다. 이 정도면 익스플로러 대항마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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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에서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할 스펙이 하나 더 있다. 공차 중량이다. 공차 중량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연비와 주행감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파일럿의 공차 중량은 1,965kg이다. 반면 익스플로러의 공차 중량은 2,240kg(3.5 모델 기준)이다. 대형 SUV는 차체만큼이나 주유비 부담이 큰데 무게가 더 많이 나갈수록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약 275kg 무거운 익스플로러의 연비는 7.6km/l다(복합 연비 기준). 도심 연비의 경우 6.6km/l, 고속도로 9.4 km/l다. 파일럿은 복합 연비 8.9 km/l, 도심 7.8 km/l, 고속도로 10.7km/l로 어깨에 힘들어가는 경제성을 보인다. 모델 가격에서도 파일럿 5,460만 원, 익스플로러 5,540만 원(3.5 모델 기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는데 두 모델의 디자인은 추구 방향이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익스플로러는 균형을 중시하듯 각 잡힌 디자인으로 직선적이고 수평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반면 파일럿은 간간이 선의 날을 세우거나 볼륨을 주며 입체적 느낌을 입혔다. 특히 측면에서 두 모델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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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은 측면 벨트라인이 도어 손잡이를 타고 위쪽으로 뻗어나간다. 캐릭터 라인도 마찬가지로 후면부까지 뻗어나가며 속도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익스플로러는 점잖은 모습은 벨트라인, 캐릭터 라인을 수평으로 쭉 그어버렸다. 여기에 큼지막한 C 필러, 각진 형태의 창문으로 무게감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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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성능적인 부분에서 차이는 어떨까? 일단 파일럿은 3.5리터 V6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284 마력,최대토크 36.2kg.m의 성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조합된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다. 익스플로러 역시3.5리터 V6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 최고 출력 294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성능을 지녔다. 숫자만으로 주행감성이나 승차감을 알 수는 없다. 코너링에서의 보디 롤, 하부 소음 및 풍절음, 조향 감각 등 제원표로는 파악되지 않는 부분은 잠시 내려놓으면 대항마가 아닌 라이벌로 불려도 무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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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플로러가 수입 대형 SUV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2.3 에코부스트 덕분이다. 2.3 에코부스트는 올해 1월부터 3월 판매량 1,697대 중 1,525대를 담당했다. 3.5리터 모델은 고작 172대다.파일럿은 3.5리터 단일 트림으로만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397대의 판매량은 준수한 성적이다. 파일럿은 익스플로러에 가려진 탓에 언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용히 그리고 착실하게 계단을 오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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