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의 이탈리안 SUV – 마세라티 르반떼 S 시승기

기사입력 2017.11.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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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의 첫 SUV, 르반떼(Levante)를 시승했다. 마세라티 르반떼는 100여년에 달하는 마세라티의 역사 상 처음으로 시도하는SUV다. 또한 먼저 출시된 기블리와 함께 마세라티의 볼륨 확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모델이기도 하다. 차명인 르반떼는 동 지중해에서 불어 오는 바람, 레반테(Viento de Levante)에서 가져왔다. 대한민국에서는 tvN에서 방영한 인기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에서 도깨비 김신(공유 扮)의 차로 등장하여 이목을 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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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한 마세라티 르반떼는 현재 라인업 최고 등급의 모델인 S 모델이며,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1억 4,602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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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르반떼는 외관에서부터 강렬한 인상과 이 차가 마세라티 가의 일원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 챌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마세라티가 향후 전개하게 될 새로운 디자인 기조가 함께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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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반떼의 얼굴은 2014년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새로운 GT 컨셉트카, ‘알피에리(Alfieri)’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단순한 조형으로 이루어진 육각형 세로줄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결되는 형태의 헤드램프, 그리고 그를 따라 H형상으로 만들어진 하단 공기흡입구 등에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마세라티는 르반떼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반영한 바 있다. 따라서 르반떼에서 나타난 마세라티의 새로운 기조는 향후 출시될  마세라티의 신모델들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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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반떼는 5미터를 조금 넘는 5,003mm의 차체 길이와 1,968mm에 달하는 차폭을 지니고 있으며, 전고는 1,679mm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의 프로포션 역시 일반적인 SUV의 것과는 거리가 있다. 마세라티 특유의 극단적으로 긴 노즈와 짧은 캐빈 때문에 SUV라기 보다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CUV에 더 가까운 형상을 띄고 있다. 앞은 길고 뒤는 짧으며, 높이는 낮기 때문에 의외로 크기에 비해 둔중해 보이지 않고, 날렵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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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차체 전반에 걸쳐 마세라티의 스타일링 기법 중 하나인 육감적인 조형이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3구 측면 에어벤트 및 C필러의 삼지창 엠블럼과 같은 마세라티 스타일의 디테일 역시 그대로 녹아 들어 있다. 따라서 르반떼는 마세라티만의 디자인 언어를 SUV 내지는 CUV의 틀 안에서 펼쳐 놓은 느낌을 준다. 독일계 고급 제조사들에서 만들어지는 SUV와는 또 다른 미학으로 빚어져 있어, 시각적인 만족감은 동급 SUV 중 독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차체 외장 조립 품질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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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 서면,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둘러 싸인 실내와 조우하게 된다. 르반떼의 실내 디자인 콰트로포르테, 기블리와 유사한 스타일을 취하고 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더욱 향상된 느낌을 준다. 상부에는 질 좋은 알칸타라로 마무리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배가시킨다.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된 파란 바탕의 아날로그 시계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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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금만 더 시선을 머무르다 보면, 곳곳에서 세심하지 못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도 기블리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직경이 상당히 큰 주제에 어떤 각도에서든 계기반 일부가 가려진다. 그리고 통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멋들어진 고정식 패들시프트는 조작성 면에서는 만족스럽다. 그러나 그 때문에 방향지시등과 와이퍼를 작동하는 컬럼 레버가 일반적인 차들에 비해 한참 뒤에 배치되어 있어 스티어링 휠을 쥔 채로 조작하기 어렵다. 컵홀더는 작고 수납공간도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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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페시아에 자리한MTC(Maserati Touch Control)는 여전히 크라이슬러 유커넥트(Uconnect)에서 색상 테마만 바꾼 듯한 모습이다. 물론 한글이 지원되고 사용 편의성 면에서 딱히 부족한 점은 없다. 하지만 글꼴은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이며, 군데군데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여기에 파워윈도우 스위치에서부터 공조장치용 버튼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크라이슬러의 것을 사용하고 있는 디테일은 보는 이에 따라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오디오는 하만 카돈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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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공학적인 부분에서 다소 불만족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반면, 좌석에서는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르반떼의 앞좌석은 잘 만들어진 이탈리아제 가죽 소파와 같은 느낌을 준다. 처음 앉았을 때에는 다소 뻣뻣한 느낌이 오지만 차를 타고 시간을 보낼수록 길이 들며 몸에 자연스럽게 맞춰질 듯한 느낌을 준다. 시승한 르반떼 S를 기준으로, 앞좌석은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4방향의 전동식 허리받침이 내장되어 있다. 2단계의 열선 및 통풍기능 역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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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앞좌석만큼은 아니지만, 편안한 착좌감을 지니고 있다. 등받이의 각도도 적당한 편이고 가죽 마감의 질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공간 설계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기본적으로 차의 크기에 비해 승객 공간이 작게 만들어져 있는 데다, 시트 포지션도 다소 높고 유연한 루프라인과 파노라마 선루프 채용 등으로 인해 머리 공간에서 손해를 본 느낌이다. 이 때문에 체격이 큰 남성의 경우에는 체형에 따라 머리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편의 장비로는 뒷좌석용 에어벤트와 2개의 충전용 USB 포트와 팔걸이에 내장된 2개의 컵홀더, 그리고 좌우 양측에 2단계의 열선 기능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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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반떼의 트렁크는 큰 차체에 비해 다소 작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실용성보다는 스타일리시한 외관을 중시한 설계에서 온 반대급부라 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세단의 트렁크 보다는 크고, 뒷좌석을 접거나 하단의 공간을 활용하는 식으로 더 넓힐 수도 있다. 뒷좌석은 중앙을 통해 스키스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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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반떼는 최고출력430마력과 350마력의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 2가지 가솔린 모델과 최고출력 275마력의 V6 터보 엔진을 탑재한 디젤 모델에 이르는 세 가지 심장을 지닌다. 시승차인 르반떼 S는 430마력 사양의 엔진을 탑재한다. 변속기는 마세라티 SUV라인업 전용으로 개발된 자동8단 변속기를 사용하며, 마세라티의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인Q4를 통해 네 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서스펜션은 전륜에 더블 위시본, 후륜에 멀티 링크 타입을 채용했다. 서스펜션은 차고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제어식 댐핑 시스템을 사용하여 주행성능과 승차감의 양립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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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르반떼 라인업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인 르반떼 S는 시동 초기부터 예사롭지 않다. 특히 냉간에 시동을 걸게 되면 우렁찬 시동음과 함께 쩌렁쩌렁한 배기음이 온 사방에 울려 퍼진다. 예열이 진행되어 회전이 안정되고 나면 이 소음은 크게 줄어든다. 그러한 반면, 차내는 의외로 정숙하다. 실내의 조립품질이 확실히 향상되었는지, 내장재가 일으키는 잡음도 그간의 마세라티 모델들에 비하면 없는 수준이고 파워트레인에서 객석으로 밀려 들어오는 소음과 진동도 수준급으로 억제되어 있다. 같은 엔진을 얹은 기블리나 콰트로포르테에 비해서도 확실히 정숙하다. 아이들링은 물론, 주행 중에도 실내로 파고들어 오는 소음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마세라티 르반떼를 일상에서 주행할 때에는 주로 노멀이나 I.C.E 모드로 주행하게 된다. I.C.E는 ‘Increased Control & Efficiency’를 의미하며 얼음을 뜻하는 ‘Ice’와의 중의적 의미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작동시키면 높은 접지력을 기대할 수 없는 노면 상황에서 보다 인위적으로 구동계통을 제어, 노면의 상태에 관계 없이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구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노멀이나 I.C.E 모드에서의 승차감은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사이에서 조율이 잘 이루어진 모습이다. 지나치게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다. 충격에 잘 버텨내고 자세를 추스르는 동작이 빨라서 큰 요철을 만났을 때에도 듬직함을 느낄 수 있다. 자잘한 요철 정도는 융통성 있게 걸러내며 탄탄한 맛이 있으면서도 주행 내내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고급 SUV에 어울릴 만한 승차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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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의외의 정숙함과 탄탄한 맛이 있던 승차감은 크게 돌변한다. 특히 배기음의 변화가 크게 다가온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만 해도 피아노~메조피아노 정도의 소리를 냈건만, 버튼을 누르고 1초도 채 지나지 않은 순간에 포르티시모로 발성을 바꿔버린다. 이 변화 때문에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카펫 너머로 즈려 밟는 순간, 르반떼는 그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가열차게 달려나간다. 회전수도 비교적 빠르게 상승하며 그와 함께 터져 나오는 강렬하고 우렁찬 배기음은 V6 터보 엔진들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음색을 들려준다. 오히려 이 배기음 때문에 실제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착각을 안겨주는 측면도 있다. 가속 페달의 응답성도 정직한 편이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마음껏 속도를 올리며 달릴 수 있다.


힘차고 정직하게 반응하는 파워트레인과 짜릿한 배기음의 조화로 이루어지는 르반데의 가속은 그야말로 각별한 맛이 있으며, 덩치 큰 SUV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게 만들어 준다. 본격적인 고속주행에서도 차는 흔들림 없이 정면을 향해 나아가며, 높은 차체와 무게중심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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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거리는 구간이 많은 산악도로에서도 르반떼 S와 함께라면 자신감 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든든한 하드웨어 덕분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에어 서스펜션이 차고를 낮추고 전자제어 댐퍼가 한층 단단하게 조여지며, 안정적인 코너링을 돕는다. 큼지막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날렵함과 진중함을 보인다. 코너 진입 속도에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스티어링 휠을 감아 돌릴 때마다 묵직하면서도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정확하게 몸을 비트는 르반떼를 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직경이 크다는 점이 조금 부담되기는 하지만 유압식의 스티어링 시스템 자체는 꽤나 고전적인 맛이 있고 반응도 정직한 편이다. 그다지 정교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기분 좋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여러모로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감각이 흐르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손 닿는 대로 착착 움직여 주는 독일식의 정교함과는 전혀 다르다. 다소 느슨한 느낌을 주다가도 마음 먹고 다룰 때마다 우직하게 몸을 움직여 준다. 그러면서도 ESP는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쉽게 개입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운전자의 역량에 상당한 부분을 맡기는 편이다. 길이만 5미터에 달하는 대형 SUV로 이만한 주행 감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실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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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르반떼 S는 효율보다 성능을 중시하는 엔진과 SUV의 차체, 상시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해져 있다. 따라서 연비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또한, 배기량에 비해 매우 높은 출력을 내기 때문에 고옥탄가 휘발유는 필수다. 마세라티 르반떼 S의 공인 연비는 도심 5.6km/l, 고속도로 7.8km/l, 복합 6.4km/l다. 시승 중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평균연비는 도심 4.6km/l, 고속도로 10.4km/l를 기록했다. 스톱/스타트가 생각보다 충실하게 작동해 주기는 하지만 내려가는 연비를 아주 붙들어주지는 못한다. 연비를 기록할 때에는 효율을 중시하는I.C.E 모드로만 주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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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르반떼 S는 일반적인 SUV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접근한다면, 여러모로 고개를 가로젓게 되는 SUV다. 특히 SUV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미덕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측면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이 1억원 중반대에 달하는 고급 SUV이면서도 경쟁 차종에 비해 부족한 편의성과 세심함과는 담을 쌓은 마무리는 고가의 SUV를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의 시선에도 그리 곱게 비춰지지 못한다. 한 마디로 할 수 있는 운전하는 ‘나’보다는 함께 타는 ‘가족’을 중시하는 SUV의 핵심 가치와는 맞지 않는 SUV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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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마세라티 르반떼는 진실로 마세라티다운 SUV라 할 수 있다. 마세라티의 차종들은 모습은 서로 다를지라도 모두가 똑같이 공유하는 특징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운전자’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르반떼는 단순히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달리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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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외관에서 가슴이 설레다가 부족한 세심함에 실망하다가도, 시동 버튼을 누르고 주행을 시작하면 열정적인 지중해 출신 마초남의 터져 나오는 격정(激情)을 단 1g의 여과도 없이 체험할 수 있다. 독일식과 전혀 다른, 투박하면서도 독특한 풍미가 있는 르반떼의 주행은 르반떼만이 가진 매력이자, 마세라티의 올곧은 고집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 마디로, SUV를 마세라티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 바로 르반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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