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독사, `닷지 바이퍼`가 달려온 역사

기사입력 2017.08.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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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이후 25년. `독사`가 결국 숨을 거두었다. 지난 8월 17일, 닷지는 `마지막 바이퍼`가 생산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며 해당 모델의 생산을 종료한 것이다.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르망24시를 거침없이 누비던 미국산 독사의 수명이 결국 다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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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는 더 이상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 바이퍼의 임종에 잔혹한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바로 1989년 최초의 독사를 탄생시켰던 주역, 밥 러츠(Bob Lutz)였다.

그는 "바이퍼가 경쟁해온 쉐보레 콜벳 ZR1 및 Z06 때문에 판매량 면에서도 고난을 겪어왔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같은 지붕 아래에 있는 헬캣 형제들 때문에 퍼포먼스 모델로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고 덧붙이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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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월,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크라이슬러가 내놓은 빨간 로드스터를 향한 탄성과 환호였다. 60년대 머슬카의 전설을 써 내려간 쉘비 코브라를 재해석하며 빚어진 이 로드스터는 그 이름마저 코브라와 궤를 함께하는 `바이퍼` (독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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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빵빵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기름을 벌컥벌컥 마셔대던 아메리칸 머슬들은 70년대에 오일쇼크를 맞이하며 자연스럽게 무덤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배기량 V8 엔진으로 도로를 달리는 모습은 어느새 죄악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기름값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자 `캐러밴`으로 브랜드 절체절명의 순간을 극복한 크라이슬러는 닷지 브랜드를 통해 잠들어있던 머슬 본능을 한껏 자랑할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당시 크라이슬러 사장을 역임하던 밥 러츠는 로버트 이튼과 함께 주도하여 바이퍼 제작에 힘썼다. 특히 이 머슬카 프로젝트는 챌린저 이후 끊겨버린 닷지 머슬카의 한 방을 보여줄 비장한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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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디트로이트 모터쇼 개막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머슬카 프로젝트의 결실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했다. 롱 노즈 숏 데크 타입의 전형적인 FR 로드스터 바디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자태에, 기다란 보닛 아래에는 실린더 10개짜리 8리터 엔진이 담겨있었다. 바이퍼가 동경했던 코브라처럼, 배기관을 옆구리에 달기도 했다.

아메리칸 머슬을 그리워하던 대중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그러자 닷지는 컨셉트카 개념으로 공개되었던 바이퍼를 실제 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양산화하기로 결정했다. 픽업트럭에나 장착되던 V10 심장을 감당하기 위해 닷지는 다소 빈약했던 차체와 섀시 보강을 중심으로 양산화에 몰두했다.

당시 크라이슬러 그룹 산하에 있던 람보르기니 엔지니어들도 바이퍼 개발에 투입되어 독사의 하체를 매만지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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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초 공개 이후 3년 만에 바이퍼가 도로 위에 등장했다. 쉘비 코브라의 재림을 넘어, 아메리칸 머슬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모양인지, V10 엔진의 400마력 파워와 6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은 엑스터시와도 같은 짜릿함을 뿜어냈다.

초대 바이퍼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5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 시속은 270km에 달하는 성능을 자랑했다. 특히 1.5톤이 채 안 되는 몸무게 덕에 거대한 엔진을 장착하고도 천지개벽할 가속력을 자랑했다. 크라이슬러와 닷지의 불꽃은 여전히 뜨거웠음을 입증해낸 바이퍼는 출시 첫해 200대 한정 판매를 이뤄내며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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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나치게 성능에만 몰두한 탓인지 이외의 부분에선 문제점들이 다수 지적되었다. 톱이 아예 존재하지 않은 로드스터였던 지라 우천 시 당연히 운전하기 매우 힘들었고, 조악한 조립 품질이나 감성 품질과 같은 당시 닷지 자동차들의 문제점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아울러 거대한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이 캐빈까지 들이닥쳐 운전자에게 불쾌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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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지는 1996년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한 `GTS`를 출시했다. RT 로드스터 모델엔 없던 에어컨과 에어백 시스템, 그리고 하드톱을 더해 실용성을 강화한 사실상 2세대 모델이었다. 여기에 V10 엔진도 출력을 450마력까지 높여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1초 만에 도달했고, 최고 시속이 300km를 돌파하는 괴력을 자랑했다.

한편, 바이퍼 GTS는 1998년, GT2 레이스에 참전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고, 닷지는 `GTS-2`라는 한정 모델을 생산하며 이를 기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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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을 지나 2002년까지 활약했던 바이퍼 GTS는 후속 모델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명예로이 은퇴했다. 뒤를 이은 `바이퍼 SRT 10`은 심장 크기를 8.4리터까지 키우고 최고출력은 600마력, 최대토크는 77.6kg.m까지 향상시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3.8초까지 앞당겼다. 최고 시속 역시 325km까지 끌어올려 닷지 머슬카의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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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이퍼는 `SRT10`이 단종될 즈음부터 뉘르부르크링의 왕자라는 타이틀을 위해 열심히 달렸다. 2009년 출시된 `바이퍼 ACR`은 V10 엔진의 보다 효율적인 출력 향상을 위해 일부 부품들을 재설계하고 트랙 주파에 최적화하기 위해 안개등을 없애거나 경량 합금 및 에어로 파츠 장착 등을 통해 개선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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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2008년 도전했던 뉘르부크르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에서 7분 22.1초를 기록하여 숙명의 라이벌인 쉐보레 콜벳 ZR1보다 10초 이상 빠른 성적을 자랑했다. 그리고 3년 후, 다시 기록을 위해 녹색 지옥에 안착한 바이퍼 ACR은 종전 기록을 11초 앞당기며 7분 11초의 기록을 작성하며 악명 높은 전장에 전설을 썼다.

이외에도 바이퍼는 라구나 세카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한 서킷에서 `신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을 달며 레이스만을 위한 화끈한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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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3년, SRT 브랜드로 출시된 코드네임 VX 바이퍼는 가장 예술적인 스타일링으로 거듭난 아름다운 독사였다. 바이퍼는 독립 디비전으로 출범한 SRT의 간판으로, 이미지 리딩을 확실히 책임져야 했다.

보다 고급스러운 슈퍼카를 지향하기 위해 바이퍼 특유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입고, 품질 향상을 이루었으나, 초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은 이미 쟁쟁한 라이벌들이 포진했고, 바이퍼가 존재감을 뽐내기란 어려운 상황에 도래했다.

서두에서 밥 러츠가 로드앤트랙(Road & Track)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내용과 같이, 이미 헬캣이나 데몬과 같은 걸출한 동생들을 갖추고 있고, 바이퍼는 지나치게 높아진 몸값 탓에 매니아들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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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둔 재미있는 전적도 가진 자동차였던 바이퍼는 SRT 디비전의 부진을 막지 못했고, 바이퍼를 최초로 빚어냈던 크라이슬러 그룹은 어느새 피아트와 한 몸이 되었다. 실적 개선을 이유로 자존심까지 버리기 직전인 FCA에게 있어 손해만 불러오는 이 무지막지한 독사가 곱게 보일 이유는 없었다.

결국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생산이 중단되고, 세상천지의 서킷을 정복해나가던 독사는 결국 단종에 이르며 25년의 역사를 아쉽게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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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GT가 화려하게 부활하며 아메리카 BIG 3의 뉴 머슬카 트로이카가 완성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제 독사는 언제 깰지 모르는 동면에 들어간다. 닷지 역사에 강렬한 획을 긋고 잠든 바이퍼에게 경의를 담은 애도를 표한다. "Rest in Peace, V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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