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IS250C

2012-04-18     김기범

렉 서스 IS가 쿠페를 건너뛰어 컨버터블로 진화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IS250C. 표면을 덮은 패널은 보닛을 빼곤 전부 새롭다. 세단보다 약간 긴데, 휠베이스는 같다. 지붕은 세 조각으로 나뉘어 트렁크 속으로 숨어든다. V6 2.5ℓ 207마력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등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구성은 같다.

 



묻 지도 따지지도 않는 차. 자동차 메이커에게 컨버터블은 이런 존재다. 요것조것 따져선 만들기 어려운 차다. 개발엔 엄청난 돈이 든다. 하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나마 하드톱 컨버터블이면 도난·관리 걱정으로 망설이는 오너를 좀 더 유혹할 수 있다. 대신 예산과 인력을 훨씬 더 동원해야 한다. 

그렇다고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경쟁사가 야금야금 시장을 갉아먹을 것만 같아서다. 게다가 고급차 시장은 나날이 세분화되고 있다. 부의 형성 과정과 방법이 다양해졌다. 고급차의 수요층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다채로워지고 있다. 예전보다, 섹시하고 낭만적인 컨버터블을 원하는 수요는 확실히 늘었다.

렉서스가 다시 한 번 이 시장에 도전했다. 2001년 SC430에 이은 두 번째다. 이번엔 더 현실적이다.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 IS를 베이스로 삼았으니까. 세단 하나뿐이던 IS는 고성능 모델 IS F에 이어, 쿠페를 건너뛴 채 컨버터블로 직행했다. 대신 세 조각으로 나뉜 철판 지붕을 씌웠다. 이름은 컨버터블의 이니셜을 붙인 IS250C. 그런데 시기가 약간 조심스럽다.


계산속보단 열정이 앞선 차 

최 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토요타 쇼크’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내용은 이렇다. 2008년 토요타는 GM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듬해 1분기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판매가 40% 가까이 감소했다. 적자는 6천830억 엔에 달했다. 판매가 떨어진 원인은 의존도 높은 북미시장의 영향이 크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 채산성도 악화됐다.

나아가 보고서는 위기의 근본적 원인도 지적한다. 우선 성공신화에 도취돼 무리한 확대 성장을 추진했다. 2002년 토요타는 2010년 세계시장점유율을 15%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GM의 점유율이 15%. 일찍이 1위 자리를 넘본 셈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 2006년엔 계획을 2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아울러 시장상황에 역행하는 제품을 내놨다. 2003~2007년 토요타의 새 차를 보자. 중대형급이 소형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소형차 시장은 2천400만 대에서 3천300만 대로 성장했다. 반면 중대형차 시장은 3천500만 대 안팎에 머물렀다. 물론 렉서스는 예외적인 경우다. 그러나 모기업 토요타와 렉서스는 반론의 여지없는 운명공동체다.

그러나 막상 렉서스 IS250C와 마주하면, 꼬치꼬치 숫자를 따져 분석한 ‘토요타 쇼크’ 따윈 까맣게 잊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새 차는 늘 반갑다. 더구나 계산기 두드려 만든 차보단 열정을 갖고 만든 차에 더 애정이 간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태어났지만, IS250C는 기존 ‘렉서스의 보석’을 자청했던 SC430의 분위기를 이어갈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꽤 오래 됐다. 렉서스가 IS의 컨버터블 버전을 만든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지는.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디자인을 당최 종잡을 수 없어서다. 지붕과 납작한 누운 뒤 유리, 그리고 빠짝 위로 당겨 오므린 C필러와 쫑긋 솟은 힙이 어울려 내는 긴장감을, 위쪽 절반을 잘라내고서도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드톱 컨버터블 디자인의 최대 난제는 지붕 포개 넣을 공간을 확보하는 것. 그래서 지붕을 담는 시트 뒤와 트렁크 사이가 거우듬히 부풀기 일쑤다. 렉서스 IS250C 또한 그 운명을 피해가진 못했다. 그런데 렉서스 디자이너를 너무 얕봤나 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숙제를 절묘하게 해치웠다. 답은 빼기가 아닌 더하기에 있었다. 감추기가 아닌 드러내기에 있었다. 

 



낭만 더했을 뿐 IS와 같아        

톱 의 얼개부터 보자. IS250C의 지붕은 스위치만 눌러 여닫는다. 스위치는 스티어링 휠 왼편의 대시보드에 심었다. 대개는 기어 레버 옆에 두는데, 원가절감을 위한 선택인 듯하다. ‘안전제일’ 렉서스답게, 차가 꿈쩍이라도 하면 톱은 열리지 않는다. P나 N까진 아니되, 차가 완전히 멈춰선 상태에서 스위치를 당겨 올리면, 윈도가 스르르 내려간다.

먼저 트렁크 뚜껑이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지붕이 세 조각으로 쩍 쪼개진다. 이어서 지붕은 착착 포개지면서 트렁크 속으로 감쪽같이 숨고 트렁크가 닫힌다. 간혹 덜컹 소리를 내지만, 전반적인 동작은 매끄럽고 조용하다. 지붕 벗긴 IS250C를 옆에서 보면, 앞서 밝힌 문제의 부위가 봉긋 솟았다. 그러나 트렁크 위에 두 개의 주름을 심고, 뒷좌석 머리받침과 롤 오버 바로 절묘하게 감쌌다. 핸디캡을 디자인 특성으로 승화시켰다.

시승차는 붉은빛 감도는 보디와 화사한 베이지 컬러의 가죽 인테리어를 어울렸다. 컬러의 조화도 감각적이고, 앞 유리를 시작으로 뒷좌석까지 부드러운 타원을 그리는 조형미도 멋스럽다. 뚜껑을 닫았을 땐 더 매력적이다. 트렁크의 주름을 지붕으로 이었다. 등 근육 불거진 채 잔뜩 웅크린 생명체 같다. 디자인만으로도 IS250C를 고를 이유는 충분하다.

보 닛을 제외하면, 그 뒤쪽의 패널은 전혀 새롭다. 앞 범퍼를 한층 섬세하게 다듬었고, 테일램프는 바깥쪽으로 기울이고 치켜 올려 차별화했다. 차체는 세단보다 길다. 톱 수납 및 짐 공간을 감안해 꽁무니를 늘인 탓이다. 휠베이스는 같다. 희생된 건 뒷좌석 공간. 애당초 IS250도 뒷좌석이 넉넉지는 않았으니, 굉장한 양보까진 아니다. 아쉬운 대로 앉을 만하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IS250과 같다. 천정만 올려다보지 않는다면. 계기판에 컨버터블 아이콘을 하나 추가했을 뿐 그 밖의 모든 건 세단과 판박이다. V6 2.5ℓ 207마력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또한 마찬가지. 성능이나 운전감각의 차이도 크지 않다. 차의 위쪽 절반을 도려냈지만, 차체가 충분히 단단해서 잡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엔진과 변속기는 초기반응이 빠르다. 굉장히 민감하다.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트를 쓰는 재미도 쏠쏠하다. 1세대 IS200 때부터 내리물림해온 성격이다. 한편, 렉서스는 IS250C의 제원성능을 밝히지 않았다. IS250C는 하드톱을 짊어지느라 120㎏이 늘었다. 그러나 체감하는 가속성능은 0→시속 100㎞ 8.3초의 IS250와 별반 차이 없다.

생김새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빼어난 정숙성과 입을 앙다운 머플러 또한 닮은꼴. 따라서 속도계의 바늘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속도감은 다른 렉서스처럼 무디다. 앞 더블위시본, 뒤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단단히 옥좼다. 렉서스 가운데 가장 탄탄하고 쫀득하다. 그러나 늘어난 무게 때문에 IS250보단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미묘한 차이에 연연하기엔,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과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의 유혹이 워낙 뜨겁다.  

 
글 김기범 | 사진 렉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