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은 오픈카 아냐? NO! 컨버터블에도 이름이 있다!
컨버터블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풀 꺾인 더위와 부쩍 높아진 하늘, 그리고 선선해진 바람이 어우러지는 가을은 컨버터블의 매력이 가장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컨버터블이란, 지붕을 개폐할 수 있는 형태의 자동차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과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차량을 두고, 일본에서 건너 온 '오픈카'라는 말로 부르곤 했지만, 2010년대를 전후하여서는 영어에서 가져 온 '컨버터블(Convertible)'이라는 표현이 정착되어 사용 중이다.
영단어 컨버터블의 의미는 다른 형태나 용도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컨버터블의 역사는 의외로 아주 깊다. 100년을 훌쩍 넘는 자동차 역사에서 인류 최초의 자동차는 지붕 조차 없는 차량이었고, 그 뒤로도 수 십년간 세계의 자동차는 지붕이 아예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컨버터블의 형태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과거에는 내연기관의 성능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떨어졌으며, 그 때문에 중량 증가의 주범인 지붕을 설치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마차의 경우에는 지붕이 달려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러마리의 말이 견인하는 최고급 마차에나 해당되는 경우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의 컨버터블, 그 중에서도 승용세단이나 쿠페를 바탕으로 하는 모델들은 지붕이 있는 차에 비해 오히려 더 무겁다. 오늘날 하나의 자동차가 개발되어 일반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복잡다단한 안전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의 일체형 섀시를 갖는 승용차들은 차량의 바닥과 지붕으로 구조강도를 유지하는데, 여기서 지붕이 사라지게 되면서 오직 바닥만으로 구조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차량이 전복되었을 때 탑승자의 머리가 지면에 닿지 않는 롤 오버 바 등의 안전장치들이 설치되어야 하기 때문에 무게는 더 증가한다.
물론 이것 역시 예외가 존재한다. 처음부터 컨버터블 형태까지 고려해서 차를 개발하는 경우가 그렇다. 혹은 일부 최고급 스포츠카들의 경우에는 기본설계부터 지붕의 유무가 구조강도에 기여하지 않는 구조를 채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원본에 해당하는 유개차량 대비 중량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컨버터블을 이르는 명칭들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는 우마차가 자동차로 진화하는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세계에서 컨버터블을 부르는 이름 역시, 비슷한 형태의 마차의 이름에서 가져 온 것들이 많다.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컨버터블 분류법을 파헤쳐 본다.
로드스터(Roadster)
로드스터는 본래 2인승 이하의 무개마차(지붕이 없는 마차)를 지칭하는 의미다. 즉, 원칙적으로는 지붕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현대에는 일상 운행에도 사용하기 위해 로드스터에도 접이식의 소프트톱, 혹은 하드톱 루프를 장착한다 따라서 이쪽 또한 컨버터블과 관련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로드스터는 주로 2인승 좌석을 갖는 차에 주로 붙었는데, 특히 오늘날에는 엔진이 전방에 탑재되는 경량형의 2인승 스포츠카에 주로 이 이름이 붙는다.
스파이더(Spyder, Spider)
이 용어는 주로 유럽계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이 이름이 붙는 차종은 대체로 로드스터와 성향이 유사한 경우가 많으며 주로 간이형 지붕을 얹은 2인승 자동차에 주로 붙는다. 2인승을 초과하는 차량에는 로드스터와 마찬가지로 이 이름이 잘 붙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경량급에 해당하면서 엔진이 리어미드에 탑재되는 형태의 2인승 스포츠카에 이 이름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나 12칠린드리 스파이더 같은 예외 사례들도 존재한다.
스피드스터(Speedster)
속도를 뜻하는 Speed와 로드스터의 ~ster를 합하여 만들어진 표현으로, 훨씬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갖춘 로드스터 차량을 부르는 명칭이다. 이 용어는 포르쉐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오펠 스피드스터, 이글 스피드스터 등과 같이, 다른 제작사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카브리올레(Cabriolet, Cabrio)
컨버터블이 영미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름이라면 카브리올레는 용어의 원산지인 프랑스를 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대륙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다. 카브리올레는 옛 마차 중에서 지붕을 기계식으로 개폐할 수 있는 2륜 마차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줄여서 카브리오(Cabrio)라 부르기도 한다. 컨버터블과 마찬가지로, 주로 일반적인 2+2 좌석 구조를 지니고 있다.
바르케타(Barchetta)
이 용어는 주로 이탈리아에서 사용한다. 바르케타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보트’를 이르는 표현으로, 2인승 이하의 무개차나 간이형 루프를 갖춘 차량들을 일컫는다. 사실 상 위의 로드스터나 스파이더의 이탈리안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드롭헤드 쿠페(Drophead Coupe)
이 용어는 영국의 최고급 자동차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명칭이다. 과거에는 재규어 등에서도 사용했던 기록이 있으며, 프랑스어인 ‘카브리올레’를 대체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영국의 자랑인 세계 정상급의 럭셔리카, 롤스로이스 팬텀의 컨버터블형 모델을 이르는 명칭으로 인식되고 있다.
타르가(Targa)
일반적인 쿠페에서 A필러와 C필러는 그대로 두고 지붕만 똑 떼어내는 식으로 루프를 개폐하는 컨버터블 차종을 일컫는다. 이 방식의 원조는 포르쉐의 911 타르가다. 하지만 911 타르가 이외에는 다른 제조사에서 차명 내지는 모델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타르가 루프 구조 자체는 지붕 부위만 뜯어 내면 되는 간단한 구조 덕분에 경량화를 중시하는 퓨어 스포츠카나 초고성능 슈퍼카들에 종종 쓰인다.
볼란테(Volante)
이 용어는 오직 한 회사, 애스턴마틴만 사용하는 용어다. 볼란테는 본래 음악 용어로, ‘날으는 듯 가볍게’를 뜻한다. 애스턴마틴이 자동차의 형태를 지칭함에 있어 이런 엉뚱한 용어를 쓰는 까닭은 알파벳 ‘V’로 시작하는 단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것도 대형의 12기통 모델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2인승 좌석인 밴티지의 컨버터블 버전은 로드스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