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과 하늘, 모두를 누볐던 기업들

2024-09-24     모토야

자동차와 항공기는 예부터 그 연관성이 깊게 작용해 왔다. 초창기의 항공기는 오늘날 자동차와 큰 차이 없는 레시프로엔진(왕복엔진)을 사용했고, 구조도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제트 엔진이나 터보팬 엔진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자동차와 항공기 사이의 기술적 차이점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항공기는 서로 기술적으로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에는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항공기를 제작하던 회사가 자동차 제조사로 '전업'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특히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한 항공산업, 그 중에서도 전투기 등 군용기를 만들어 공급하던 회사들은 전쟁이 끝나자, 회사의 생존이 어려워졌다. 전쟁이 끝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군축'이라는 과정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신규 항공기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동차제조사는 항공사업을 철수하고 본업으로 돌아가거나, 겸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상과 하늘의 탈것을 모두 만들었던 기업들 줄 대표적인 사례를 모아본다.

제너럴 모터스
제너럴 모터스(이하 GM)는 현재 항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 제 2차 세계대전 시절에는 추축국에 불벼락을 내린 수많은 폭격기의 엔진들을 제조했으며, 심지어 전투기도 직접 생산해 공급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GM은 206,000기의 항공기 엔진(Aircraft Engine), 13,000기의 함상전투기(艦上戰鬪機, Naval Fighters)와 뇌격기(雷擊機, Torpedo Bombers), 97,000개의 항공기 프로펠러(Aircraft Propellers), 301,000개의 항공기용 자이로스코프(Aircraft Gyroscopes)를 생산하는 등, 그야말로 미군의 물량을 책임졌다.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엔진 생산을 시작으로 이후에 항공기 분야로 발을 넓혔다. 특히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을 구한 전투기로 유명한 수퍼마린 스핏파이어(Supermarine Spitfire)의 심장으로 쓰인 액랭식 V12엔진, '멀린 엔진'으로 유명하다. 롤스로이스의 멀린 엔진은 이후 미국의 주력 전투기이자, 대한민국 공군의 첫 전투기이기도 한 P-51 머스탱의 심장으로도 사용되었다. 이후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분야(Rolls-Royce Motorcar)와 항공 분야(Rolls-Royce plc)가 완전히 분리되어 별도의 사업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롤스로이스 plc는 지금도 수많은 항공기 제조사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BMW
사명부터 바이에른의 엔진 공장(Bayerische Motoren Werke)을 의미하는 독일 BMW는 엔진 제작업체로 시작해 이륜차, 항공기, 그리고 오늘날의 사륜자동차 순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BMW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항공기용 엔진을 제작해 공급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나치 독일공군이 사용한 다양한 항공기에 탑재될 엔진들을 생산했다. BMW의 엔진을 사용한 항공기들 중 대표적인 예는 다목적 수송기 Ju 52, Bf109의 뒤를 이어 주력으로 활약한 Fw 190, 그리고 세계 최초의 단발엔진 제트전투기 He 162 등이 있다.

스바루
과거에는 후지중공업(富士重工業, Fuji Heavy Industries)의 자동차 브랜드명이었다가 현재는 후지중공업 그 자체가 된 스바루(SUBARU)는 악명 높은 미쓰비시중공업(Mitsubishi Fuji Heavy Industries)과 함께, 일제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작업체였던 나카지마 비행기(中島飛行機)를 전신으로 하는 기업이다. 나카지마비행기는 해군에서 사용한 A6N 제로전투기는 물론, 97식 함상공격기, Ki-13 하야부사 등의 전투기는 물론, 폭격기도 생산했다. 나카지마 비행기는 전후 해체되었다가 지금의 스바루로 재건되었으며, 스바루는 현재도 미쓰비시와 함게, 항공기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브
위의 기업들이 자동차 엔진이나 다른 기계들을 만들다가 항공기에 손을 댄 케이스라면, 이 기업은 태생부터 항공기로 출발한 케이스다. 지금은 없어진 제조사인 사브 자동차(Saab Automobile AB)는 '스웨덴 항공 유한회사(Svenska Aeroplan AkiteBolag)'로부터 출발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37년 세워져, 스웨덴 공군이 대대로 사용한 전술기들을 만들어 오고 있다. 이들이 자동차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군축의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사브자동차는 1990년 GM에 흡수되어 GM의 브랜드가 되었지만, 계속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GM이 2010년 매각, 이후 2차례에 걸쳐 주인이 바뀌다가 결국 2014년 사라지고 말았다. 반면, 모체인 항공분야는 여러 방산기업들을 합병하며 거대 방위산업체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