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치백도 멸종하나?... 경차 빼고 국내에 단 하나 남은 국산 해치백은?

2023-11-28     박병하

국내 시장에서 왜건(에스테이트)와 함께 찬밥 취급 받는 차종이 있다. 바로 해치백이다. 해치백은 세단의 돌출된 트렁크가 없는 대신, 짐 공간과 승객석 공간이 통합되어 있는 구조의 차량을 말한다. 세단에 비해 대체로 짧은 후륜 오버행을 가져, 작은 크기에 뛰어난 운동성능을 기대할 수 있으며, 좁은 공간에서 주차를 할 때 매우 유리하다. 여기에 짐 공간이 별도로 분리된 세단과 비교하면, 크기에 비해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치백은 전세계적으로 소형 승용차의 교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규격에 묶여있는 경차의 경우에는 해치백의 형태가 아니면 실용적인 자동차의 형태를 띄기 힘들 정도다.

물론 국내에서 해치백이 항상 찬밥 취급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왜건과 달리, 해치백은 1980~1990년대 자가용 자동차 보급에 있어서 세단과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최초의 국산 독자모델인 현대자동차 포니도 해치백이었고, 기아의 베스트셀러 소형차인 1세대 프라이드(Pride) 역시 원형은 해치백이었으며, 대우자동차의 전성시대를 상징하는 르망 역시 해치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해치백은 소형차가 완전히 몰락한 2010년대까지도 존재는 했었다.

그러나 해치백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성향과는 여러 면에서 맞지 않는 차종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1가구 1차' 혹은 여러 가구가 하나의 차를 공유하던 시절이 꽤 길었다. 그래서 패밀리카로 활용하기 좋은, 덩치가 큰 패밀리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세단을 격식 있는 차의 형태로 취급하며 차의 크기를 일종의 '계급장'처럼 여기던 문화적인 측면으로 인해 유달리 세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도 해치백이 몰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 작용했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해치백의 취급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해치백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시장에서조차도 해치백들의 자리를 비슷한 크기의 크로스오버 SUV들이 밀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유럽의 MPV 시장은 이들로 인해 승용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나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축돼버렸다. 그나마 해치백의 경우에는 접근성 높은 가격대를 가지고 있어 아직까지는 여전히 선방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동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해치백을 매우 선호하는 일본마저도 경차를 제외한 소형차 급에서는 크로스오버 SUV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2023년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몇 종류의 해치백이 남았을까? 경차인 기아 모닝을 포함해 단 2대 뿐이다. 즉, 경차까지 제외한다면 '단 하나'가 남은 셈이다. 그 차는 바로 기아의 K3 GT다. K3 GT는 준중형 세단 K3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급 차종으로, 세단형뿐인 일반형 K3와는 달리,  K3 GT는 오직 해치백 형태만 남았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에는 세단형도 함께 생산되었으나, 현재는 해치백만 남은 상태.

이 차는 일반형의 K3와 차별화되는, 스포티한 감각이 넘치는 외관과 실내를 가지고 있으며, 이전에 존재했던 현대자동차 아반떼 N-라인, i-30 N-라인, 벨로스터 등에 적용된 바 있는 최고출력 204마력의 감마 1.6 T-GDI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DCT 변속기 조합의 파워트레인을 지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이 외에 미쉐린의 여름용 퍼포먼스 타이어 등을 옵션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도 생명이 그리 오래 남지는 않았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별다른 신차 관련 소식도 없는 데다, 기아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전동화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으며, 더 이상의 시장성을 기대할 수 없는 비인기차종인 해치백을 굳이 만들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입차는 어떨까? 수입차의 경우에는 의외로 선택지는 제법 있는 편이지만,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접근성은 다소 떨어진다. 수입차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A클래스, BMW 1시리즈, 폭스바겐 골프, 푸조 e-208과 308, DS 4, 미니 해치, 미니 클럽맨, 토요타 프리우스 정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