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상반기 미국 자동차 판매량 TOP 10
올상반기 미국 자동차 판매량 TOP 10 중에는 미국 브랜드의 자동차가 6개나 랭크되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일본 제조사가 차지했다. 물론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 TOP3는 대체로 픽업트럭들이 독차지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차종은 3개 차종이라고 볼 수도 있다. 픽업트럭의 판매량이 유독 많은 이유는, 국내의 1톤 화물차와 같이,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소형 상용차가 픽업트럭인 이유도 있고, 미국인들의 일상과도 직접 관련되어 있는 차종이며, 심지어 앞서 언급했듯이, 풀사이즈(적재중량 1500lbs급)와 헤비듀티(적재중량 2500~3500lbs급)급 모델까지 합산하는 식의 꼼수(?)로 인해 픽업트럭이 절대적으로 높은 판매고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아쉽게도 한국 제조사의 자동차는 없었다. 상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량 TOP 10에는 어떤 차들이 있을까?
10위 지프 그랜드 체로키
지난 2021년, 12년 간의 세월 끝에 드디어 풀 모델 체인지를 맞은 그랜드 체로키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올 상반기까지 124,956대를 판매해 순위권에 진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 하락한 수치지만, 현재 램트럭을 제외한 크라이슬러(스텔란티스) 계열의 자동차로서는 유일한 순위권 진입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는 현재 국내서도 스텔란티스코리아를 통해 판매 중이다.
9위 GMC 시에라
미국에서는 쉐보레 실버라도의 형제차이자, 고급화 버전으로 인식되고 있는 GMC 시에라는 올 상반기까지 143,008대를 판매, 지프 그랜드 체로키 대비 2만대 가까이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9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은 약 20% 증가한 것이다. 이 차는 GM 한국 사업장을 통해 정식으로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유일한 풀사이즈급 픽업트럭이기도 하다.
8위 닛산 로그
시에라를 제치고 8위에 오른 차는 닛산의 컴팩트 크로스오버 SUV, 로그다. 닛산 로그는 혼다 CR-V, 토요타 RAV4 등과 경쟁하는 크로스오버 SUV 모델로, 올 상반기까지 147,74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9%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현지 미디어에 따르면, 이 수치에는 더 작은 유럽 시장용 모델인 캐시카이(Qashqai)의 미국시장용 모델인 로그 스포트(Rogue Sport)가 포함된 수치이기는 하나, 로그스포트가 미국서 올해 단종되었기 때문에 향후 판매량이 크게 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7위 토요타 캠리
10위권 내 유일한 세단 모델인 토요타 캠리는 150,742대를 팔아 7위에 안착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세단의 인기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캠리의 판매량 만큼은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다. 현지에서는 "지옥이 얼어붙기 전에는 캠리가 미국서 가장 잘 팔리는 非SUV형 모델일 것"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미국인들의 캠리 사랑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토요타 캠리는 국내에서는 한국토요타자동차를 통해 만날 수 있다.
6위 혼다 CR-V
최근 국내서도 최신형 풀 체인지 모델이 등장한 혼다의 미국시장 대표 모델 CR-V는 올 상반기 총 163,697대를 팔아, 6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한 수치로, 전통의 강자다운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차를 앞선 두 모델에 비해서는 상당한 격차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현지에서는 새로운 혼다 CR-V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연말까지 판매량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위 토요타 RAV4
혼다 CR-V를 2만 이상의 차이로 제친 차는 CR-V 최대의 경쟁상대인 토요타 RAV4다. 1991년 초대 모델이 탄생한 이래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차는 현재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187,017대를 판매했다. 풀체인지가 이루어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이미 페이스리프트까지 거친 RAV4는 지난해 미국서 가장 많이 판매된 크로스오버 SUV 모델이지만, 올해는 후술할 '그 놈'의 존재로 인해 사정이 크게 달라져, 세그먼트의 왕좌에 끌어내려지고 말았다. 이 차는 국내서도 한국토요타자동차를 통해 하이브리드 버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의 차량을 만날 수 있다.
4위 테슬라 모델 Y
막강한 RAV4를 왕좌에서 끌어낸 차는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통틀어서 가장 핫한 모델로 손꼽히는 차, 테슬라 모델 Y다. 테슬라 모델 Y는 올 상반기 총 190,500대를 팔아치우며 RAV4를 3천대 차이로 앞섰다. 이 차는 금년 상반기,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통틀어 유럽 시장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가격을 한층 내린 후륜구동 모델이 출시되면서 판매가 붐이 일어난 상태다.
3위 램트럭 램 픽업트럭
여기서부터는 픽업트럭들의 독무대라고 봐도 좋다. 스텔란티스 그룹 내 유일한 픽업트럭 제조사인 램트럭(Ramtrucks)의 RAM 픽업 트럭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총 223,049대를 판매하며, 픽업트럭 시장에서 만년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쉐보레 실버라도에 비해 4만대 이상 뒤처진 수치를 기록했다.
2위 쉐보레 실버라도
램 픽업과 픽업시장 만년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쉐보레 실버라도는 램 픽업을 4만대 이상 웃도는 264,070대를 판매하며 2위에 올랐다. 재미있는 점은, 헤비듀티급인 실버라도HD는 판매량이 감소한 반면, 풀사이즈급에서는 실버라도 1500의 판매가 늘면서 전체 실적도 함께 올랐다.
1위 포드 F-시리즈 픽업트럭
사실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을 다루는 기사는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작성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왜나하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는 지난 46년 내내 포드자동차(이하 포드)의 F-시리즈 픽업트럭이었고, 올해도 그렇게 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포드는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장들이 가동과 정지를 반복하는 와중에, F-시리즈의 판매량 1위 자리를 억지로라도 사수하기 위해, 다른 차량에 사용되어야 할 부품들까지 몽땅 빼내서 F-시리즈의 생산라인으로 투입시키는 일도 벌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F-시리즈는 풀사이즈급인 F-150부터 헤비듀티급인 F-250, 350, 심지어 F-450/550 섀시캡 모델들까지 포함시키는 꼼수 때문에 판매량이 더욱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만한 점이 있다면, 총 382,893대의 판매량 중 8,757대가 전기차인 F-150 라이트닝이라는 점이다. F-150 라이트닝은 현재 전기 픽업시장을 연 모델이며, 라이벌인 GM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출시된 덕분에 선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