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닌파리나의 전기 하이퍼카는 어떤 소리를 낼까?

2022-04-14     모토야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들은 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감성'적인 방향으로도 이용한다. 그리고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지는  '스포츠카'들에서 이러한 방식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스포츠카들의 심장에서 울려 퍼지는 화끈하고도 격정적인 소음과 진동은 더 이상 소음과 진동이 아닌,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리'와 '맥동감'으로 변화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있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궁극의 스포츠카라고 할 수 있는, 하이퍼카라면 흔한 스포츠카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어떨까?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에 비해 이러한 감성설계를 적용할 만한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달리, 전동기로만 구동된다. 그리고 전동기는 방식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내연기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적다. 따라서 오랫동안 자동차를 사랑해 온 애호가들은 전기차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차들 중에서도, 궁극의 성능과 감성을 지향하는 전기 하이퍼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탈리아의 4대 카로체리아(Carrozzeria)이자, 전기 하이퍼카로 완성차 사업에 뛰어 든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Automobili Pininfarina, 이하 피닌파리나)가 자사의 전기 하이퍼카, '바티스타(Battista)'를 위해 개발한 사운드 컨셉트, '수오노 푸로(SUONO PURO, Pure Sound, 순수한 소리)'를 공개했다. 

피닌파리나는 "바티스타의 사운드 컨셉트, 수오노 푸로는 '지속가능한 럭셔리'의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 및 경험을 지속해서 개발해 온 피닌파리나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고유한 사운드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주요 과제를 제시하면서 탁월한 고급스러움과 디자인 해리티지 및 지속 가능성을 통해 독보적인 소유 및 운전의 경험을 보장하는 것이다.

전기차의 세계에서 아름답고 강력한 사운드란 무엇일까? 피닌파리나는 바티스타 디자인의 순수성을 구현하고 운전자와의 긍정적인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피닌파리나만의 고유한 음성을 부여하기 위해 청각적 감각의 세심한 제작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수오노 푸로는 첨단 기술을 사용해 차량 및 사운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2,000시간 넘게 작곡, 개발 및 미세조정을 거친 결과로 만들어졌으며, 절묘한 주파수와 톤으로 피닌파리나만의 고유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의 최고 제품 및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파올로 델라카(Paolo Dellacha)는 "우리의 사운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차량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하고, 진정성 있으며, 고유하면서도 유기적인 EV(전기차) 사운드 경험을 만들어냈다"며, "이는 디자인만큼이나 순수하고 개성 있는 바티스타와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 브랜드 특유의 시그니처"라고 설명했다.

피닌파리나는 물경 1,900마력을 자랑하는 하이퍼카에 어울리는, 몰입감 있는 주행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바티스타만의 사운드 튜닝에 고심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고민 끝에 완성된 바티스타의 수오노 푸로는 432Hz 주파수와 관련된 웰빙적 요소를 통합함으로써,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의 디자인 DNA의 순수성을 기린다. 432Hz는 주세페 베르디(Giuseppe F. Verdi, 1813~1901)가 구상한 '베르디 A'라 불리는 대역이기도 하다. 또한 티베트의 전통 악기, '울림주발(Tibetan singing bowls)'이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서도 발견되는, 긍정적이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주파수라고도 한다.

피닌파리나는 바티스타의 최대 주파수를 432Hz로 잡고, 이를 54Hz의 배수로 증감되는 방식으로 사운드스케이프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차시에는 54Hz의 소리를 내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는 최대 주파수인 432Hz에서 3옥타브 감소된 것이다. 이에 대해 피닌파리나는 "순수하면서도 깊이 울리는 기본 음"이라고 설명한다. 덧붙여, "이 주파수의 순수성은 물에 아름답고 유기적으로 대칭적인 잔물결을 만드는 방식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며, "평균적으로 약 70%가 물로 구성된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침으로써, 인간의 행복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에서 전기 하이퍼카 바티스타는 올 해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격은 198만 유로(약 26억원)부터 시작하며, 기흥 인터내셔널을 통해 국내에도 수입/판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