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 다른, 초대형 SUV를 만나다 - 쉐보레 타호 하이 컨트리 시승기

2022-04-08     bhp91 기자

쉐보레의 풀-사이즈 SUV, 타호가 국내에 상륙했다. 쉐보레 타호는 현재 국내에서 대형 SUV로 취급되는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나 기아 모하비, 쌍용 G4 렉스턴 보다도 더욱 큰 SUV로, 포드 익스페디션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타호의 상륙과 맞물려,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격이 다른 정통 미국식 풀사이즈 SUV, 쉐보레 타호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알아본다. 시승한 쉐보레 타호는 최상위 트림에 속하는 '하이 컨트리(High Country)'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9,253만원.

풀-사이즈 SUV(Full-size SUV)란, '크기'에 대한 개념이 남다른 미국에서 진짜배기 '대형'으로 취급하는 체급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로 분류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의 경우에는 '3열 좌석을 갖춘 중형 SUV(3-Row Mid-Size SUV)'로 취급되며, 기아 텔루라이드 역시 이 분류에 해당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중에 있는 풀사이즈 SUV는 쉐보레 타호를 비롯해 GMC 유콘, 포드 익스페디션, 지프 왜고니어, 토요타 세쿼이아, 닛산 아르마다 등이 있다. 한국지엠에서는 타호를 두고, '초대형 SUV'로 칭한다.

쉐보레 타호의 외관은 그야말로 '웅장'하다. 온갖 시각적 트릭을 동원해 어떻게든 커 보이게 하려고 기를 쓰는 흔해 빠진 크로스오버 SUV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 일단 크기부터가 남다르다. 쉐보레 타호는 길이만 5,350mm에 폭은 무려 2,060mm에 달하며, 높이는 1,925mm에 이른다. 이렇게 차원이 다른 크기로 인해, 행사 진행을 위해 동원된 쉐보레 트래버스가 작아 보일 지경이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동급 최대 사이즈로 이른 바 '슈퍼 SUV'를 자처한 바 있는데, 그 트래버스조차 초월하는 몸집을 가진 것이다. 한정된 몸집 안에서 더 크고 웅장해 보이려고 기를 쓰며 사람의 시각을 속이려 드는 수많은 중형급 SUV들과는 차원이 다른 첫 인상이다.

쉐보레 타호는 크기만 웅장한 것이 아니다. 차체의 외관을 이루는 디자인 또한 그 압도적인 크기를 십분 활용한 느낌이다. 전면부는 쉐보레 전통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듀얼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을 현대적으로 세련미 있게 재해석하여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나올 법한 거대 로봇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수평향의 기조를 크게 강조하면서도 군데군데 입체감을 잘 살려 실로 다부진 인상을 받는다.

측면에서는 절제가 잘 이루어진 차체 형상이 눈에 띈다. 마치 근육질의 프로레슬러가 잘 재단된 맞춤 정장을 갖춰 입은 모습과도 같다.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아 은은하게 우러나오는 볼륨감과 절도 있게 끊어지는 라인을 통해 튼튼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5,350mm에 달하는 길이가 그제서야 실감이 되면서 실로 '미국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에 A필러 뿌리 부근에 큼직하게 붙여 둔 하이컨트리 엠블럼과 직경 22인치에 달하는 알로이 휠로 그 크기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뒷모습에서는 전통적인 쉐보레 대형 SUV들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단순하게 조형되어 있으면서도 군데군데 볼륨감을 주어 입체적이고도 단단한 느낌을 살려준다. 정말로 두터운 장갑판이 삽입되어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고, 단단하고, 우람한 모습이 '마초스럽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남성적이다.

내부는 거대한 몸집에 걸맞게 전방위로 널찍한 느낌이다. 이전까지의 쉐보레 SUV들은 우락부락한 덩치에 비해 다소 좁은 느낌의 실내공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반해, 신형의 쉐보레 타호는 확실히 덩치에 걸맞은 공간을 가진 느낌이다. 대시보드는 수평향으로 쭉쭉 뻗어 있으면서도 두툼한 형상으로 디자인되어 SUV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한 편, 내장재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잘 꾸며진 느낌이다. 물론 버튼과 다이얼 같은 디테일의 경우에는 너나할 것 없이 투박하고 큼지막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운전중에도 조작이 편하고 직관적이다. 여기에 쉐보레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되어 편의성 높은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변속 장치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전통의 칼럼식 대신, 버튼식 변속장치를 적용하였다. 하지만 버튼들의 위치는 칼럼시프트 방식을 사용했을 때의 위치와 거의 같은 곳에 위치하여, 운전대에서 손이 떨어지는 시간이 짧다. 또한 P(주차)레인지와 N(중립)레인지는 누르는 버튼으로, R(후진)레인지와 D(전진)레인지는 당기는 버튼으로 설계하여 오조작의 위험성을 낮췄다.

좌석은 쉐보레 타호의 최고급 사양 모델 답게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두텁게 설계된 착좌부와 등받이 덕분에 튼실하게 신체를 지지해 주는 느낌과 더불어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조절 기능과 함께 3단계 통풍기능도 적용된다. 편안한 착좌감을 자랑하는 시트 덕분에 장시간의 주행에도 몸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2열 좌석은 독립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우수한 거주성과 더불어 좋은 착좌감을 제공한다. 시트의 질감은 약간 부드러운 편에 속하고, 신체 또한 든든하게 지지해 준다. 또한 양쪽에 전용의 팔걸이까지 제공하며, 수동 레버를 이용해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전후 슬라이딩 역시 가능하다. 2열 좌석에는 열선 기능을 제공한다.

3열 좌석은 덩치에 맞게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의외로 성인도 승차할 만한 거주성을 제공하는 쉐보레 트래버스보다도 더 넉넉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2열좌석에 탑승한 사람이 약간만 양보해 준다면 미니밴에 버금가는 거주성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의 미니밴 모델들 중에는 3열좌석의 크기와 기능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타호의 3열 좌석은 충분히 용인할 만한 편의성과 거주성을 제공한다고 본다.

트렁크 공간 역시 압도적이다. 3열좌석까지 모두 전개했을 때의 기본 적재공간만 722리터에 달하는 데다, 3열좌석을 접는 순간 2,056리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2열좌석까지 모두 접어버린다면, 미니밴마저 능가하는 3,48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쉐보레 타호는 최상위 트림에 해당하는 하이컨트리 모델로, GM의 LS2 스몰블록 계열의 6.2리터 V8 OHV 자연흡기 엔진을 심장으로 삼는다. 쉐보레 카마로 SS,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물론, 쉐보레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실버라도에도 사용되는 이 엔진은 426마력/5,600rpm의 최고출력과 63.6kg.m/4,100rp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변속기는 동사의 픽업트럭 모델에도 사용되는 자동 10단 변속기가 적용되며, 구동방식은 정통 SUV다운 파트타임 사륜구동을 사용한다. 이 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풀타임 사륜구동으로 작동하다가도, 운전자가 원하는 때에 사륜구동으로 고정시킬 수 있음은 물론, 저속트랜스퍼 케이스까지 갖추고 있는 '진짜배기'다.

이번에 시승한 쉐보레 타호는 먼저 정숙성부터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실내의 방음처리가 상당히 충실하게 이루어진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특유의 진동이 발생하는 V8 엔진의 특성을 잘 억제한 것이 인상적이다. V8 엔진은 카운터 웨이트 및 배기가스 간섭 등의 문제로 특유의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V6 엔진이나 V12 엔진에 비해 회전질감이 거칠고 진동이 심한 편이다. 하지만 타호에 적용된 V8 엔진은 정교한 전자제어에 힘입어 불쾌한 진동은 줄이고, V8 특유의 음색과 질감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타호의 정숙함은 정차했을 때 뿐만 아니라 도로로 나서서 주행을 하고 있을 때에도 일관되게 이어지며, 고급 브랜드의 SUV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정숙함을 느낄 수 있다. 잔잔하게 기분 좋은 맥동을 전해주는 V8 엔진의 질감은 덤이다.

승차감 또한 아주 편안하다. 그러면서도 차 자체가 굉장히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덕분에 어디를 가든 마음 편하게 차를 몰 수 있다. 미국식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한 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의 도움으로, 지나치게 느슨하거나 대책없이 넘실거리는 등,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제법 깨끗하게 걸러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여유로우면서도 적당히 안정감까지 확보한 승차감은 유럽산 고급 브랜드의 SUV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과는 세계관이 다른 느낌이다. 우열의 의미가 아닌, 서로 전혀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가속력은 준수하다. 넉넉한 V8 엔진에서 우러나오는 동력성능은 공차중량만 2.5톤을 넘기는 쉐보레 타호에게 충실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고전적인 푸시로드식 OHV 방식의 V8 엔진이 뿜어내는 나지막하면서도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음색과 맥동이 가속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미국 기준으로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의 0-60mph(약 96km/h) 가속 시간은 6.5초로, 여느 고성능 SUV 부럽지 않은 순발력을 가진다. 단, 가속이 아주 득달같이 이루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시종일관 여유로움으로 일관하는 자동 10단 변속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 자체의 힘이 워낙 넉넉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변속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질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쉐보레 타호는 워낙 큰 몸집과 육중한 몸무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코너링에서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바디-온-프레임 방식을 사용한 쉐보레 타호는 섀시 강성은 실로 든든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의SUV이기 때문에 둔중하고 무게중심이 높아, 구불구불한 산악도로나 급격하게 감겨 들어가는 램프 구간에서는 몸을 충분히 사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기본기 자체가 빠지는 편은 절대 아니다. 되려 이 정도의 체급을 가진 차의 코너링 실력으로는 합격점 이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비교적 괜찮은 제어력을 보여주는 덕분이다. 단, 브레이크의 경우에는 다소 아쉬운 느낌을 준다.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무리가 전혀 없지만 급제동 시에 밀리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되며, 내리막길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진다. 전륜에 적용된 브레이크 시스템의 용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 아쉽다.

그렇다면 오프로드 성능은 어떨까? 한국지엠은 이번 미디어 시승행사를 위해 기착지인 양지파인리조트에 특설 오프로드 코스를 마련했다. 이 코스에서 취재진은 쉐보레 타호의 험로주파능력을 살펴볼 수 있었다. 6.2리터 V8 엔진과 유연한 10단 자동변속기, 고전적이지만 신뢰도 높은 바디-온-프레임 차체구조, 그리고 저속트랜스퍼케이스까지 갖춘 정통 SUV 타호는 양지파인리조트의 슬로프를 아무런 무리 없이 오를 뿐만 아니라, 불규칙하게 구덩이가 파여진 구간이나 진창이 된 구간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돌파능력을 선사한다.

여기에 오프로드 전용의 정보창도 마련되어 있고, 내리막 주행 보조장치 등의 안전장치도 충실하며, 차고조절이 가능한 에어서스펜션까지 적용되어 보다 안전하게 오프로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차량의 체급 상, 굉장히 크고 무겁기 때문에 비좁은 임도나 큰 돌이 많은 계곡 등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국내에 출시된 쉐보레 타호는 다양한 능동안전장비를 갖추고 있다. 전방 보행자 감지(Forward Collision Alert) 및 제동 시스템(Automatic Emergency Braking)을 시작으로 4대의 카메라로 차량 외부를 360도 모든 각도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경고 시스템, 차선 변경 경고 시스템 및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이 기본적용되어 있으며, 여기에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 차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운전석 시트 햅틱 경고 시스템도 적용되어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 하이빔, 힐스타트 어시스트 등 다양한 장비들이 기본으로 적용되어, 더욱 안전한 주행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상품성도 크게 신경 썼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레저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헤비듀티 엔진오일과 변속기 오일 쿨러, 히치뷰 카메라 기능,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 등, 보다 손쉬운 견인주행을 돕는 장비들이 모두 기본으로 적용된다. 이렇게 충실한 견인관련 하드웨어를 갖춘 쉐보레 타호는 최대 3,402kg의 견인중량을 가져,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거의 모든 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으며, 중소형 크루즈 보트도 견인할 수 있다.

이번에 시승한 쉐보레 타호는 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격이 다른' 편안함과 감성을 제공하는 SUV다. 현재 국내에서 '대형 SUV'임을 내세우고 있는 현대 팰리세이드나 쉐보레 트래버스 등이 조그맣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몸집을 시작으로, 실내공간, 승차감, 주행감각 등, 모든 면에서 '체급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현대적인 크로스오버 SUV들과는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아메리칸 풀-사이즈 SUV 고유의 매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